[신게문학]소녀와 야수(3)
노엘과 라크는 함께 갈대숲 쪽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노엘의 동료가 갇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가자니 왠지 노엘은 뻘쭘해졌다. 그녀는 라크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저...... 라크 아저씨? 저희가 뭘 하고 있던 사람들인지, 왜 노예 상인들에게 잡혔는지 그런 거 궁금하지 않으세요?”
“응, 안 궁금하다.”
라크가 단호박으로 말을 끊어버리자 노엘은 더욱 무안해졌다. 그래서 말을 걸지 말고 그냥 그녀 혼자 말하기로 했다.
“저희 일족은 이 층에서 대대로 살아왔어요. 꽤 강한 힘을 가졌고, 저희에게 함부로 덤비려는 녀석들도 없었기 때문에 소수이지만 남들의 침략을 받지 않고 살아왔죠.
저희 일족의 평화가 깨진 건 ‘그들’이 들어오고 난 후였어요.”
“......그들?”
안 듣고 있는 척하면서 다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탑의 왕이신 자하드와 함께 이 탑을 처음으로 정복했다는 십 가문 말이에요. 그들은 자신들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곳들을 ‘주인 없는 땅’으로 멋대로 규정하고 침략했죠. 그둘 중에서 저희 층을 점령한 가문은 쿤 가문이었어요. 아저씨도 아시겠지만 이 층에는 제 일족처럼 다른 층에는 없는 독특한 종족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그 쿤 가문의 가주라는 사람이 괴상한 취미를 갖고 있어서 그런 독특한 종족들을 수집한다고 해요. 그 가주의 취미 덕분에 저희 일족도 다른 종족과 함께 멸망했어요. 도저히 그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거든요. 극소수로 살아남은 우리 일족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몰라요.”
노엘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몸이 떨리고 있었다. 아직 아물지 않은 그 날의 상처가 그녀를 두렵게 만들고 있었다.
“저도 일족을 잃고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노예상인들과 마주쳐 붙잡힐 뻔했죠. 그 때 저를 도와준 게 지금의 동료 분들이에요. 십 가문의 횡포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같은 분들이죠. 그래봐야 노예를 잡아가려는 노예 상인들을 습격해서 풀어주는 수준 밖에 안 되는 소규모 게릴라 집단이긴 하지만요.”
그녀가 숨을 가다듬고 말했다.
“저도 그분들께 구출된 이후로 함께 노예들을 구출하는 활동을 했어요. 어리긴 해도 일족 특성상 웬만한 어른 정도의 힘은 낼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도 노예들을 이송하는 노예 상인들을 습격해서 그들을 구출하려고 했었던 거예요. 그런데 설마 신수를 다루는 실력자들이었을 줄은......”
노엘이 한숨을 쉬었다. 앞길은 여전히 막막했다. 이 악어 아저씨는 굉장히 강하긴 하지만 그들 전부를 상대할 수준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들 중 쿤 가문 사람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성공 확률은 절대로 제로였다. 그녀는 괜히 상관없는 사람(악어)까지 휘말리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라크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했다.
“근데 그 쿤이라는 놈들은 강하냐?”
“예? 그야 그렇겠죠......?”
노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저...... 십 가주가 뭔지 알고 계시죠?”
그러나 라크의 대답은 간명했다.
“아니? 쪼꼬바 같은 거냐?”
노엘은 그냥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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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편. 어느 커다랗고 화려한 방에 키가 180은 족히 넘어 보이는 여자가 파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채로 왕좌 같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여자는 턱을 괴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녀의 앞으로 하인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고, 공주님!”
“무슨 일이냐?”
여자가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녀의 눈 역시 머리카락처럼 파랬다.
“가주님께 진상할 노예를 운반하던 노예 상인들이 전멸 당했다고 합니다!”
“전멸?”
그녀가 몸을 바로 세우며 말했다.
“이 층에는 그 놈들을 상대할 만한 녀석들은 없을 텐데? 무슨 말인지 자세히 얘기해봐라.”
“저 그게, 이번에도 그 골칫거리인 게릴라 놈들의 습격을 받았습니다만 별로 문제없이 해치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습격한 게릴라들 중 도망치던 한 여자아이를 쫓던 중에 갑자기 창을 든 거대한 악어가 나타나 그들을 전멸시켰다고 합니다.”
“여자아이? 창? 악어? 대체 무슨 소리야?”
“저도 전달만 받은 거라 그 이상은 잘......”
여자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좋아. 뭔진 모르겠지만 재밌는 구경거리가 되겠어. 내가 직접 가보지.”
“고, 공주님께서 직접요?”
하인이 놀라서 물었다.
“그냥 가주님께 진상할 노예들을 구경만 하시겠다고 오신 게 아닙니까. 공주님 같은 분이 나서면 저희도 참......”
“그러니까 구경만 하겠다고.”
하인이 땀을 흘리며 말렸지만 그녀는 아랑곳 않고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근위병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스체니 자하드님께 대하여! 경례!”
“자하드에 영원한 영광을!”
“시끄럽다, 이 광신도들아.”
그녀는 근위병들을 닥치게 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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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충은 방학이 되니 할일이 없네요. 공부해야되는데...ㅋㅋ
오늘밤의 불타는 신게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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