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팬픽) 에피소드 오브 아퀴나스 - 3
“이 부분이 아까 셰리 씨가 설명한 A, 그러면 이곳을 B라고 할게요. 그렇게 밑의 C와 이어서 세 군데를 돌아가며 건드리는데………”
“그건 조금 근거가 너무 없지 않나………”
“아뇨, 이 이상의 근거는 찾을 수 없는데……”
두 사람의 암호 해독관이 뭐라고 말하는 지 듣고 있던 조사원들은 머리를 긁으며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저런 식으로 모든 걸 힌트와 조건으로 생각하는 건가?”
“암호 해독이란 게 원래 저런 거야?”
“일단 지켜보자고요.”
마지막에 샤를로트가 말을 가로막자 다른 조사원들은 그 작은 소녀의 머리를 꾹, 꾹 눌렀다.
“아아!! 뭐하는 거예요!”
“하하, 하여간 이 꼬맹이 참…”
다른 사람들도 모두 비슷한 반응을 보이자 샤를로트는 짜증났는지 손을 거칠게 치웠다.
“지금도 버젓이 지켜보고만 있잖아.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저 두 사람이 와 있는 이상……”
모두 굉장한 것을 보는 눈으로 올소라와 셰리를 보고 있다.
그 모습에 샤를로트는 정말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저 두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한심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저 대화하는 모습도 다시 보니 꽤나 멋져보였다.
괜스레 창피해져서 휴대용 가방에서 모자를 꺼내 눌러 썼다.
“어, 엘루리안 삐졌다.”
“샤를로트, 괜찮아?”
“사탕 줄게~ 화 풀어.”
“그만해요!!! 진짜로 화 낼 거예요!!!”
고개를 들어 분개하는 모습이 마치 꼬마 아이돌이라도 보는 것처럼 다들 흐뭇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저기요~~ 아무래도 끝난 것 같아요!”
느긋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오자, 조사원 일동이 전원 다가갔다.
“와~!! 올소라 씨 과연 굉장하세요! 우리가 이틀 밤을 새서도 못 한걸 겨우 2시간 만에!!”
“역시 올소라 씨는 다르다니까! 사인 좀 해 주실 수 있으세요?”
“아니, 역시 저랑 결혼해주세요! 올소라 씨!”
지금까지 중 가장 어색한,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은 상업용 미소를 지은 올소라가 옆을 보자
반쯤 짜증난 상태의 셰리가 손에 오일 파스텔을 들고 벽을 툭, 툭 건드렸다.
“이봐, 이거 실질적으로 한 건 전부 나거든? 올소라가 한 일은 밝혀낸 것뿐이야.”
모두 반론을 못하고 움츠러들었다.
사실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다기보다는 반문하면 저 사자 같은 여자한테 죽을 것 같기 때문일 거다.
“암호의 구조는 꽤나 어려웠어요. 뭐라고나 할까…… 다중 구조를 반복하다가 마지막에 이어지는 언어는 숫자가 아니었거든요.”
“네? 그러면 대체……”
“룬(RUN).”
셰리가 말을 끊으며 벽에 무언가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보통 몇몇 북구 계열 마술사들이 사용하는 건데, 네세사리우스에도 몇 명 있어. 이건 룬에 특수한 법칙을 2중 3중으로 복잡하게 기입한 암호문이야.”
벽에 펜타곤 형식의 진을 다 그린 셰리가 벽을 건드렸다.
“그리고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수식의 알고리즘을 이해했다면 키(key)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아.”
셰리가 벽에 손을 대자 벽은 서서히 빛을 내 뿜으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암호의 작성 방식이 복잡한 에니그마 형식으로 되어있었다는 점이겠지. 하지만 그것도 룬 문자의 배열 순서하고 대립하는 숫자 배열만
눈치 채면 골치는 썩어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어.”
곧, 셰리가 손을 대고 있던 벽이 거대한 굉음을 울리며 터져나갔다.
조사원들이 모두 그 장면을 넋 놓고 바라보는 와중에, 올소라가 추가 설명을 하듯 이야기를 간추렸다.
“다시 말해서, 이건 우리도 꽤나 어려운 작업이었으니까, 조사원 여러분들은 풀죽을 필요 없다는 뜻이에요.”
“이상하게 간추리지 마! 자, 가자고!”
뚫린 구멍 사이에 비추는 석조 신전의 안을 가만히 바라보며, 가장 먼저 발을 내딛은 사람은 샤를로트였다.
“어, 야!”
다른 조사원들은 곧 올소라와 샤를로트를 쫓아서 들어가려했지만,
키이이잉!! 콰앙!
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벽이 재생되고, 세 여자가 들어간 신전의 입구가 봉쇄됐다.
“아…………”
조사원들이 넋을 놓고 있다가, 곧 각자의 마술을 이용해 벽을 공격해봤지만,
“크…… 큰일 났다.”
벽은 부서지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튕겨냈다. 그래, 마치 이틀 전, 처음으로 이 벽을 공격했을 때와 똑같이.
이 문은 지금 다시 잠긴 것이다.
그 세 사람을 가둔 채로.
※
“으아!! 큰일 났어요! 문이!! 돌아갈 길이!!”
샤를로트가 셋 중 유일하게 떠들썩하게 당황하자 올소라는 약간 난감한 듯 쓴웃음을 짓고, 셰리는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봐, 어차피 조사가 목적이었잖아? 이왕 이렇게 된 거 끝날 때 까지 안 나갈 뿐이야. 마침 잘 됐어. 질질 끌기 싫었거든.”
셰리가 손에서 오일 파스텔을 한 바퀴 굴리고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발을 움직여 신전의 안으로 향했다.
올소라는 그 모습을 보고, 샤를로트를 한번 바라보더니, 곧 셰리를 뒤 따라갔다.
“잠깐! 저도 갈 거예요!!”
“겁쟁이 아가씨는 여기 계시지?”
“그만하세요!! 저도 어엿한 네세사리우스의 마술사라고요!”
샤를로트가 드디어 분통이 터졌는지 크게 소리치며 셰리에게 반항했다.
셰리는 그 모습에 더 이상 콧방귀를 끼지도 않고, 정색한 채로 샤를로트에게 다가갔다.
사자 같은 여인이 다가오는 모습에 움츠러들면서도, 여기서 물러나면 안 된다는 자존심이 가로막았다.
“그럼 너, 뭐든지 하라는 대로 할 수 있냐? 가까운 예로 살인 같은 거.”
“네…………네!?”
까무러칠 정도로 놀란 샤를로트를 여전히 정색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셰리가, 그 무거운 입을 열었다.
“마술사라는 건 그렇게 가벼운 이름이 아니야. 무언가 하나를 절실히 바라고, 힘을 가지려 노력하는 자의 학문. 그걸 탐구하는 자.
그리고 마술사는 언제나 스스로의 긍지를 담은 마법명과 함께하지.”
말이 시작되면서부터, 올소라의 표정도 평소의 웃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지금 진지했다.
“너는 그 긍지를 걸고 사람의 목숨을 뺏을 수 있어?”
“………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샤를로트에게 있어 마술사란, 단순히 동경의 대상이자 굉장히 강하고 멋진, 그런 환상속의 존재였다.
스스로가 마술이란 학문을 탐구하기 시작할 때는, 아마 자신의 인생 중 가장 멋진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마술이란 스스로를 돋보이는 요소, 나를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기 위한 조건.
샤를로트에게 마술사는, 어디까지나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갑작스레 사람을 죽일 수 있냐는 질문은 그녀에게 큰 혼란을 가져다줬다. 각오 자체를 안 한 사람에게는 그런 말은 장난이 아닐 경우엔 큰 부담이 된다.
우물쭈물하는 모습에 셰리는 곧 표정을 풀고 평소의 비교적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뭐, 그렇다는 말이지. 언젠가 목숨을 걸고 싸울 날이 올 거야. 그것도 못할 거라면 재빨리 마법명을 버리고 집에 돌아가시지.”
셰리의 태도는 여전히 샤를로트를 무시하는 태도였지만, 샤를로트는 더 이상 그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올소라가 갑자기 샤를로트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 뭐하시는 거예요.”
“셰리 씨는 정이 많은 분이시랍니다. 비록 작은 인연, 길을 안내받았다는 아주 작은 인연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네?”
샤를로트가 되묻자 올소라는 평소의 따뜻한 웃음을 지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위험한 일에 휘말려들었다면, 되도록 지켜주고 싶은 거예요. 그러니 되도록 셰리 씨를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자기 할 말만 끝내고 재빠르게 셰리의 뒤를 따라가는 올소라의 등을 바라보던 샤를로트가, 이윽고 표정을 달리하고 그 뒤를 쫓아갔다.
“근데 여기 진짜 넓네.”
셰리가 조용히 걷던 도중 갑자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엘리스를 꺼내서 타고 다녀도 되겠어.”
엘리스라는 것이 뭔지 샤를로트는 몰랐지만, 정말 거대하긴 했다. 내부의 길은 마치 거인을 기준으로 만든 것처럼 높고, 넓었다.
‘게다가 이 마력………… 평범한 신전과는 차원이 달라.’
주변에서 마력의 흐름을 본 셰리가 입 꼬리를 올렸다.
“잘 하면 해 볼 수도 있겠는데.”
의미를 모르겠는 말에 올소라와 샤를로트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셰리를 봤지만, 그녀는 지금 무언가를 생각중인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뒤에서 검은색 오라가 흘러나오는 것 같아서 더더욱 무섭다.
“엇.”
그 때, 갑자기 셰리가 멈춰 섰다.
“왜 그러시는……아.”
올소라가 동시에 멈춰 서자 샤를로트는 두 사람 사이로 빠져나와서 앞을 바라봤다.
“아, 두 갈래길 이네요.”
샤를로트의 말에 올소라와 셰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왼쪽. 올소라랑 엘루리안이 오른쪽. 자, 자 다들 빨리 움직여.”
그러자 셰리의 말에 따르듯 올소라가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잠깐만요! 왜 올소라 씨랑 저죠? 셰리 씨는요?”
셰리가 순간 멈춰서고, 소매에서 오일 파스텔을 꺼내서 휘릭, 하고 돌렸다.
“난 걱정 마, 엘리스도 있고, 혼자서 전투를 할 정도의 실력은 되거든.”
그리고 파스텔로 올소라를 가리키고선,
“그런데 거기 그 수녀님께서는 그게 안 된단 말이지. 그러니까 네가 호위 해.”
“하지만 전…………”
망설이는 듯 말을 흐리는 샤를로트에게 셰리는 비웃듯이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어엿한 네세사리우스의 마술사잖아?”
움찔,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샤를로트의 몸이 한 번 크게 떨렸다.
“네! 알겠습니다!! 올소라 씨는 반드시 제가 지킬게요! 셰리 씨도 몸조심 하시죠!!”
퉁명스런 말투로 씩씩대며 오른쪽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샤를로트의 뒷모습을 보던 올소라와 셰리가 각자 한숨과 웃음이라는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그럼 저희도 이만 갈라지죠. 조심하세요, 셰리 씨.”
“너나 잘 해.”
두 여자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 나가자, 신전 내부가 크게 흔들렸다. 그리고 바위의 구조가 뒤엉키듯 떨리더니, 갑자기 벽의 위치와 모습이 크게 변했다.
“!!!!”
셰리가 놀라서 벽을 건드리자, 그 움직임이 서서히 멎었다.
“올소라! 엘루리안! 살아있냐!?”
벽의 반대편에서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괜찮아요! 셰리 씨는 어떠세요?”
“나는 멀쩡해. ………… 뭐, 괜찮아. 이대로 움직이자고.”
그러자 벽의 반대편에서 다시 올소라의 목소리가 동의를 표해왔다.
‘뭐야 이 건물…… 신전이라기보다는 마치 미로 같군.’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 곧 셰리는 기묘한 웃음을 짓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뭐, 이제부터 천천히 조사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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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장으로 쓰면 최대 분량이 늘어나더군요. 이것은 한글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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