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루이자와 케이
케이 : 그래서, 혹시 얘기는 그게 다야? 직접 만나서 말해야 하는 거였어?
그게 다면 전화로 하면 되잖아, 하고 입을 삐죽 내민다.
키요타카 :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 알 수 있는 것도 있잖아
기대했던 답변이 아니었는지, 케이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했다.
케이 : 흐응... 어쨌든 얘기는 끝났지? 그럼, 나...돌아갈까 하는데?
그 이상, 상황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겠지.
필요 최저한의 이야기가 끝나자, 케이가 그렇게 말했다.
키요타카 : 또 필요한 일이 생기면 연락할게
케이 : ...그래그래
뭔가를 기대하면서, 그걸 단념한 듯한 표정.
하지만 마지막까지 고집을 부리려고 한 건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는다.
먼저 말해주는 게 내 입장에서도, 행동하기 쉬웠는데...
키요타카 : 잠깐 기다려봐. 아직 얘기할 게 더 있어
방에 들였을 때 들키지 않도록, 서랍에 넣어뒀던 것.
나는 그걸 꺼내기 위해서 일어섰다.
케이 : 뭐야... 할 얘기가 있으면 빨리 하라구
키요타카 : 오늘, 네 생일이잖아
케이 : 에─파악하고 있었어...?
키요타카 : 살짝 놀린 것뿐이야
케이 : 괘, 괜히 페인트 동작 하지 말고, 선물이 있으면 빨리 건네주라고.
다른 친구한테 좋은 거 잔뜩 받아서 허들은 올라가버렸지만
키요타카 : 받고 싶었어?
케이 : 따, 따따딱히?
키요타카 : 딱히라고 한다면, 억지로 건네줄 필요도 없나
케이 : 뭐, 뭐어!? 한번 건네주기로 했으면, 마지막까지 건네주라고!
키요타카 : 화이트데이의 답례도 겸하고 있거든
케이 : 나왔네...수고 덜겸 한번에 처리하려고 하는 거?
케이 : 안에 뭐 들었어?
키요타카 : 빈 상자를 건네줄 정도의 용기는 없어
케이 : 그럼, 여기서 확인하겠는데 괜찮지?
케이 : 뭐...뭐야 이거!?
키요타카 : 목걸이야
케이 : 그, 그건 보면 알지만! 왠지 엄청 부담스런 선물이잖아!
키요타카 : 부담스러워?
케이 : 그, 그야 목걸이는 친구한테 주는 물건이 아니잖아!
케이 : 거기다, 거기다. 나한테 어울리는 느낌도 안 들잖아! 하트 모양이라거나!
케이 : 하트 모양이라거나!
케이 : 후우, 후웃
케이 : 이거, 비싸지 않아?
키요타카 : 싸지는 않아. 2만쯤 하나
.
.
케이 : 뭐, 여자애한테 처음 주는 선물인 것 같고? 일단은 받아둘게
이치노세 호나미
그걸 듣고 이치노세가 기쁜듯이 손벽을 친다.
하지만, 여기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라면 시선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는 이치노세인데
시선을 보내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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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 다들, 정말 고마워
C반 학생에게 인사를 하는 이치노세. 그 가운데서 딱 한번 나와도 눈이 맞는다.
그때, 문득 이치노세는 머리카락을 살짝 만졌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온 건지, 희미한 시트러스 향기가 코를 간지럽힌다.
금세 시선을 피하고, 다시 전체를 보는 이치노세.
역시 오늘의 이치노세는 조금 이상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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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말인데...이치노세 전부터 향수 썼었나?'
'아, 그거 나도 신경 쓰였어. 시트러스 계열 향수 뿌렸었지?'
'응. 나, 그게 가장 놀라웠어.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던 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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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다 넣고, 자, 방으로 돌아가자, 했을 때 이치노세와 맞닥뜨렸다.
뭔가 봐선 안될 걸 본 것 같은 이치노세의 반응.
이치노세 : '아, 안녕, 아야노코지'
아야노코지 : '어...어어, 안녕'
아직 시각은 7시 전인데, 상당히 레어한 조우를 해버렸다.
그나저나 오늘도 이치노세는 나와 시선을 맞추려고 하지 않았다.
이치노세 : '눈이 떠져서, 산책하고 돌아오던 참이었어'
이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살짝 어긋한 위치를 바라보면서 이치노세가 말한다.
우편함을 체크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던 거겠지.
아야노코지 : '아─, 으음, 봐봐'
아야노코지 : '보고 있었던 거면 알겠지만, 일단, 그, 답례야'
우편함에서 상자를 꺼낸 이치노세는, 잠시동안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치노세 : '답례 같은 건 필요 없었는데...'
아야노코지 : '아니, 그럴 수는 없지'
이치노세 : '...고, 고마워. 저기, 미안해. 이런 건 익숙하질 않아서, 왠지 긴장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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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 '아─...방심했다...'
뭔가를 떠올린 것처럼, 옆에 선 이치노세는 빙글빙글 머리카락에 검지손가락을 휘감는다.
아야노코지 : '방심?'
이치노세 :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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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노코지 : '그러고 보니 오늘은 시트러스 향기가 안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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