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오기는 너무 대놓고 쓰레기로 그려서 의외였음
번오기가 역사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인물은 아니지만, 복수를 위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목을 내놓은 비범한 인물입니다. 무려 실존인물이 이랬다니! 위인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무협지나 만화 등장인물로 쓰기에는 상당히 두드러지는 캐릭터성이죠.
번오기는 허생전에서도 무령왕과 엮어서 복수의 대명사로 쓰이는 이름이기에, 전 킹덤을 처음 읽을 때 번오기가 굉장히 멋있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나라에서 죄를 짓고 연나라로 망명한 인물이니만큼, '진시황과 사상적으로 충돌하다가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라도 봤나?' '말년에 미치미치해진 진시황의 폭주를 막다가 가족이나 친구를 잃었나?' 이런 생각은 덤...
근데 진나라에서 죄를 지었다는 걸 저렇게 표현하다니, 뭐 죄를 짓긴 한거니까 거짓말은 아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향이라 당황했어요. 똑같은 텍스트를 보고 누군가는 비장미 넘치는 복수의 화신을, 누군가는 인간말종을 생각한 셈이네요.
재창조에 있어 텍스트가 갖는 마력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