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사) [쿡리뷰] '배트맨 대 슈퍼맨' 잭 스나이더는 마블의 스파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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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맹목적으로 좋아했던 영웅 배트맨과 슈퍼맨이 대결한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대결 구도다. 두 영웅의 이름이 한 번에 언급되기만 해도 덮어놓고 보러 갈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런데 이상하다. 개연성이 없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 Dawn of Justice·감독 잭 스나이더)’는 디씨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부흥의 열쇠로 불렸지만 시작부터 문이 열리지 않아 열쇠 수리공을 불러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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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은 화끈한 두 영웅의 액션만을 기대하고 간다면 관객에게 충분한 보답을 할 수 있는 영화다. 액션은 박진감 넘치고, 영웅들의 대결과 초능력은 할리우드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준다. 그러나 정의의 실현과 영화의 개연성을 기대하고 간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배트맨이 된 브루스 웨인은 정의에 매몰돼 2차원적인 사고조차 어려워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영화 오프닝에서 보여주는 부모님의 총격 사망사고가 트라우마가 됐다고는 하나, 오로지 슈퍼맨만을 위해 보여주는 집념은 악을 처단하기 위한 정의보다는 또 다른 악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신이 하려던 선한 일에서 비롯된 피해에 고뇌하는 슈퍼맨 또한 입체적인 캐릭터는 되지 못했다. 굳게 닫힌 입과, 로이스 레인 곁만을 맴도는 슈퍼맨은 자기변호를 팽개치고 인류를 구하는 데 골몰한다. 151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영화는 영웅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전반에 깔린 인물들의 이해관계를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설명은 불친절하기 그지없으며, 심지어 잘 하지도 못한다. 그 와중에 차기작까지 예비하느라 너무 바쁜 이 영화는 그 긴 러닝타임 동안 결국 액션을 제외한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일반인인 배트맨이 초인인 슈퍼맨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그림은 이미 예상된 일이지만 배트맨이 자신의 대의를 순식간에 바꾸는 모습을 보고 있는 관객은 당황스럽다.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유머감조차 정의를 위해 내버린 ‘배트맨 대 저스티스’에 남은 것은 액션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