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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하 정점 18화
항만이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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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1 | 조회 109 | 작성일 2018-05-16 21: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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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하 정점 18화

 

 

 

 

 

"회장님!"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싫어. 부르지마. 이제 그만하고싶어. 쉴 때도 됐잖아. 왜 나만...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고 감당해야 되는거야. 할만큼 했잖아. 발버둥 쳐봤자 어쩔 수 없잖아. 차라리 영원히 자버릴래. 아...정신이 혼미해진다. 눈이 감긴다. 좋아. 이대로 자버리는거야. 분명 자고 일어나면 나오는 세상이 여기보단 나을거야. 그래 자자.

 

 

 

"눈 떠."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귀에 선명히 들려왔다. 날 깨우려한다. 아, 아 싫어. 그만할래. 저리 가.

 

 

 

"엄살 떨지 말고 일어나. 넌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잖아."

 

 

 

나에게 남은 것 따윈 없어. 이제 다 포기할래.

 

 

 

"인범, 정태를 비롯한 니 친구들, 조직 식구들 등 모두가 널 기다리잖아? 그들이 들으면 서운하겠네."

 

 

 

아냐. 그들도 날 이해해 줄거야. 날 이대로 보내줘.

 

 

 

"정말 어리석네...네 동생은 어쩌고?"

 

 

 

내 동생...? 동생은 원래 없었어. 동생은....

 

있었던가...?

 

 

 

"있었어. 이 바보야. 너가 인정했잖아."

 

 

 

몰라. 있던 말던 내가 무슨 상관인데. 이제 그만 짓껄여. 시끄러우니까.

 

 

 

"너가 나한테 소리 칠 입장이 아닐텐데? 킥."

 

 

 

뭐?

 

 

 

"넌 아직 죽어선 안 돼. 죽어도 그 아이에게 죽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살면서 가장 편한 순간이었다. 드디어 안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그렇게 느꼈다.

 

 

 

"끄으윽!"

 

 

 

그녀가 내 목을 깨문다. 목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아파. 저리 가. 벌버둥 쳐봐도 그녀는 더 힘을 주면서 살점을 뜯어낸다.

 

 

 

"이제 정신이 들지? 자 그럼 눈 떠."

 

 

 

 

 

 

 

 

 

 

 

 

 

 

 

 

 

 

 

 

 

지하 정점 18화

 

 

 

 

 

 

 

 

 

 

 

 

 

 

 

 

 

 

 

 

 

정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들어왔던 것은 병원의 하얀 천장과 손에 따스한 촉감이었다. 정우는 고개를 돌려 손의 주인을 확인했다. 하원이 그의 손을 잡고 침대에 기대 수그려 잠을 자고있었다.

 

 

 

"일어났냐?"

 

 

 

그의 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정우는 그를 확인했다. 입에 사탕을 물고있는 인범이었다.

 

 

 

"이...인범아."

 

 

 

"이 자식아!"

 

 

 

인범은 다짜고짜 그에게 딱밤을 날린다. 딱밤을 맞은 정우는 어리둥절 하기만 하다.

 

 

 

"미쳤어? 위험하게 너 혼자 거길 왜 가."

 

 

 

"내가 간 줄은 어떻게?"

 

 

 

"아가씨가 너 나간 지 한참이 지나도 안들어온다고 울면서 전화가 왔어. 현장 가보니까 김진우가 있었다던데 딱 봐도 그 놈이 널 끌어들인게 눈에 보이는데 감이 안잡히겠냐?"

 

 

 

"...미안하다."

 

 

 

"으휴...."

 

 

 

인범이 사탕을 아그작 씹었다. 그는 본래대로라면 얼굴에 바로 주먹을 날렸을텐데 차마 환자한테 그럴 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애꿎은 사탕만 씹으며 분을 달래고 있었다.

 

 

 

"여튼 아가씨하고 미나씨에게 감사드려라. 그 두 분 없었으면 너 죽었을수도 있었어."

 

 

 

"그랬겠지...."

 

 

 

정우는 희미하게 웃으며 하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지난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정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인범은 당황한다.

 

 

 

"야 왜 그래?"

 

 

 

"크흑...소라는? 소라는 어떻게 됐어?"

 

 

 

그가 격앙된 목소리로 묻는다. 인범의 표정이 침울해진다.

 

 

 

"수술마치고 누워있다. 숨은 쉬는데 의식이 돌아오질 않고 있어. 그런데 의사가 기대는 하지말라더라."

 

 

 

"뭐?"

 

 

 

정우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의 손이 덜덜 떨린다. 정우는 그 상태로 멍하니 있다가 무엇에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갈려고 했다. 인범은 그를 붙잡았다.

 

 

 

"어디가는데?"

 

 

 

"나 소라한테 가봐야겠다."

 

 

 

"지금 회복중이야. 가도 너 아무것도 못해."

 

 

 

"그래도 가봐야...."

 

 

 

정우는 인범의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 인범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쓸어내렸다.

 

 

 

"옆에 가족들 계셔. 근데 이 몰골로 가면 가족들이 뭐라 생각하겠냐? 그냥 기다리자. 지금은 내 말 들어."

 

 

 

"...알겠다."

 

 

 

정우는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그의 시선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인범은 마음이 안좋았다. 친구의 여자가 계속해서 불행하니 이제 자신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남이 이런데 당사자의 마음은 오죽이나 할까. 그는 측은한 눈빛으로 정우를 보았다.

 

정우는 하원을 슬쩍 보았다. 하원은 곤히 자고있었다. 그녀를 보는 그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인범아."

 

 

 

"응?"

 

 

 

정우가 나즈막히 인범을 불렀다. 인범은 고개를 들었다.

 

 

 

"잠시 나가자. 머리가 복잡하고 속이 답답해서 안되겠어."

 

 

 

"...그래 그러자."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정우의 심정을 알았던 그는 거절할 수 없었다. 인범은 정우의 링겔대를 끌고 그와 함께 병실을 나섰다.

 

그들이 나간 뒤 잠시 후 하원이 잠에서 깼다. 하원은 자신의 손에 들어와야 할 정우의 손이 느껴지질 않자 바로 눈이 떠졌다. 그녀의 앞에 있었던 정우가 사라졌다.

 

 

 

"이....인범 아저씨!"

 

 

 

하원이 인범을 불렀다. 답이 들리질 않는다. 인범도 사라진 것이다. 하원은 다급하게 병실을 뛰쳐나왔다.

 

 

 

"흐읍...모두 어디갔어요? 흐끅...."

 

 

 

미나와 종화도 보이질 않는다.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곤두박질 친다. 하원은 일부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울면 바보같은 행위임을 알았기에 꾹 참고 그들을 찾으러 다녔다. 불안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병원 안을 더 활개치고 다녔다. 덕분에 간호사들 눈에 그녀가 띄었다.

 

 

 

"뛰어다니면 안돼요."

 

 

 

간호사 한 명이 그녀를 말렸다. 하원이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곧 울 것 같이 먹먹한 눈망울을 보자 간호사는 하원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저절로 알게되었다.

 

 

 

"흐끅...오빠하고 언니가아...."

 

 

 

하원에게서 참고 참았던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

 

 

 

 

 

 

 

 

 

 

 

 

 

 

 

 

 

 

 

 

 

바람이 정우의 뺨을 스친다. 겨울도 아닌데 제법 매섭게 느껴졌다. 이곳은 병원의 옥상, 정우는 그곳에서 밑을 내려다본다. 밑에서 보이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게 잘 살아가고 있는데 왜 자신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지 원망스럽다. 그의 눈동자는 초점없이 멍하다. 아무래도 많이 지친 것 같았다. 인범은 분위기를 전환하려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너 아가씨랑 언제 친해진거냐? 너 다친 거 보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더니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더라."

 

 

 

"그랬어? 훗."

 

 

 

정우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의 웃음에 힘이 없다. 정우가 마지 못해 웃는게 뻔히 보인 인범은 씁쓸했다.

 

 

 

"모르겠다. 한번 갤 보고 운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부터 진짜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더라. 생각이 들다보니 실천으로 옮기게 되고 빨리 친해졌지."

 

 

 

"너가 울어?"

 

 

 

인범이 놀라면서 묻자 정우는 피식 웃었다.

 

 

 

"나도 모르겠다. 그 때 왜 운건지...그냥 아른하고 그리운 느낌이 들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나왔어."

 

 

 

"새x 감성 터지네. 안오던 사춘기가 이제 왔냐?"

 

 

 

"나같은 문제아가 사춘기는 진작 왔지."

 

 

 

"너도 인정하는거냐? 큭."

 

 

 

인범이 웃는다. 정우도 따라 입가가 올라간다. 그는 웃어도 웃는게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우는 속이 매우 복잡했다.

 

 

 

"인범아 이 비극은 언제 끝날까?"

 

 

 

"....."

 

 

 

"최고에 다르면 다 된건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됐다. 소라를 지키지 못했어. 차라리 깊은 산속에 박혀서 나 혼자 살까?"

 

 

 

"그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

 

 

 

"나도 내가 무슨 소릴 하는 지 모르겠어. 솔직히 지친다. 다 놓고싶어."

 

 

 

정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인범은 그의 등을 토닥였다.

 

 

 

"약한 소리하지마라. 넌 두현의 회장이야. 네가 최고라고. 이제 겪었으니 앞으로 이런 일 없도록 철저히 하면 된다."

 

 

 

"인범아 소라 죽진 않겠지?"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릴, 그만하자."

 

 

 

인범이 몸을 돌렸다. 저렇게 나약한 정우의 모습이라니, 이해는 가지만 답답했다. 그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자리를 떴다. 심각한 그에게 연락이 온다. 인범은 연락을 받았다. 전화상으로 들려온 소식은 가히 그를 놀래킬만 했다. 인범은 표정이 심각해진다.

 

 

 

"저, 정우야 소라가...."

 

 

 

정우가 돌아본다. 인범의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정우는 본능적으로 뛰었다. 인범은 사탕을 아무데나 뱉고는 그를 따라 뛰었다.

 

 

 

 

 

 

 

 

 

 

 

 

 

 

 

 

 

 

 

 

 

병원에서 나와 근처의 벤치에 미나가 앉아있다. 종화가 캔커피 하나를 넘기며 그녀의 옆에 참석한다. 미나는 싱긋 웃으며 그가 건네주는 커피를 받았다.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그나저나 미나씨는 어떻게 회장님의 위치를 아신 겁니까?"

 

 

 

"...그냥 그런 부분에서 뛰어난 친구 한 명을 압니다."

 

 

 

미나가 눈치를 살핀다. 종화의 표정은 모호했지만 속은 그녀가 의심스러웠다.

 

 

 

"미나씨.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과거에 뭘 하던 사람인가요?"

 

 

 

종화의 물음에 미나가 그를 본다. 종화는 진지하다.

 

 

 

"...절 스파이로 의심하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묻기 전 행동이 먼저였겠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겁니다. 국정원쪽 사람이었습니까?"

 

 

 

"...국가와 관련되어있긴 하지만 국정원은 아닙니다. 그것보다 더 비밀스런 조직이였죠."

 

 

 

"그럼 특수부대?"

 

 

 

"자세한 건 말해줄 수 없습니다. 그래도 물음에 대답했으니 이쯤에서 그만하시죠."

 

 

 

"알겠습니다."

 

 

 

그녀는 더 물을 줄 알았는데 포기하는 종화를 보고 의아하게 느겼다. 조폭인데 배려를 해줬다는건가. 막말로 깡패인데 신사처럼 배려를 해줬다는게 그녀에게 신선했다.

 

 

 

"저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실장님은 칼을 쓰실 때 급소를 피해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일부로 그러시는 건가요?"

 

 

 

"제가 뜻하지 않게 이 길로 들어서면서 사람을 죽이지 말자고 원칙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급소는 공격을 잘 안합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칼잡이라...멋있네요. 전 사람을 죽이기 위한 기술만 줄곧 갈고닦았는데...."

 

 

 

마나가 말하면서 표정이 암울하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 했다. 종화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기회가 된다면 제 과거에 대해서 밝히겠습니다. 물론 그 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불편한 과거라면 굳이 안말해주셔도 됩니다. 실례지만 아가씨랑은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습니까?"

 

 

 

"아가씨랑 전 같은 고아원 출신이었습니다. 저는 태어난 지 1년도 안됐는데 거기로 버려져 쭉 살았고 아가씬 제가 중학생 때 들어왔었죠. 그 때부터 같이 밥도 먹고 학교도 데려다주고 하다보니까 어느 덧 친해져서 가족같은 사이가 되었네요."

 

 

 

"그랬군요. 어쩐지 가족 관계만큼 끈끈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래서였군요."

 

 

 

"그냥...가엾잖아요. 저 어린애가 감당해야할 세상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기에 함께라면 좀 덜지 않을까 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못해줬네요."

 

 

 

"아닙니다. 누가봐도 미나씨는 아가씨께 많은 걸 해줬습니다. 아가씨는 미나씨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할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미나가 싱긋 웃는다. 종화도 덩달아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제 그만 들어가시죠. 바람이 차갑습니다."

 

 

 

미나의 말에 종화가 일어선다. 그들에게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썸이라기에 이르지만 그래도 조금 가까워졌달까 그런 기분이 들었다. 둘은 병원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병원 안은 시끌시끌했다. 뭔가 소동이 있었던지 미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했다가 낯익은 여자가 간호사 앞에서 울고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바로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 사람 보호자분이세요?"

 

 

 

"흐잉 언니이...."

 

 

 

"하원아...."

 

 

 

하원이 미나에게 폭 안겼다. 밖에 있던 차가운 기온이 하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미나의 가슴팍이 눈물로 젖는다. 미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스하게 더 끌어안았다. 달래주려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있다가 하원이 진정이 된 것 같자 미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그랬는지 물어봐도 돼?"

 

 

 

"정우 오빠가아 사라졌어...."

 

 

 

"회장님이?"

 

 

 

그녀의 말에 미나, 종화가 굳어졌다. 종화는 재빨리 그가 있던 병실로 뛰어갔다.

 

 

 

 

 

 

 

 

 

 

 

 

 

 

 

 

 

 

 

 

 

정우는 멍한 채로 터덜 터덜 걸어갔다. 그는 병자처럼 기운이 없었다. 인범은 위태로워 보이는 정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그 중 대부분이 그에 대한 걱정이었지만 자신이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모든 건 정우가 감당해야낼 것들 뿐, 인범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뿐 이었다. 그는 방금 전 소라의 병실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소라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정우는 무작정 뛰쳐나갔다. 눈치 빠른 녀석...난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를 따라갔다. 정우는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병실이 어딘지 모르는데 무작정 뛰어다니기만 했다. 너무 빠른 나머지 한참 뒤에야 그를 잡을 수 있었다.

 

 

 

"야 이 자식아...허억...너 왜 이렇게 빠르냐...아무튼 사람 말 좀 듣고 가라."

 

 

 

"소라가, 소라가...."

 

 

 

정우는 그녀의 이름을 되뇌였다. 그의 상태는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 자식이 혼이 나갔네. 내가 위치 아니까 잠자코 따라오기만 해라."

 

 

 

"소라야...."

 

 

 

그는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난 안타까움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헤메고 나서야 겨우 소라의 병실에 도착했다. 뭔 놈의 병원이 병실이 많고 구조가 복잡한 지 찾는데 꽤나 애먹었다. 정우는 나의 예상관 달리 뒤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병실에 쳐들어갈 것 같았던 그가 제정신을 찾은 것 같았다.

 

 

 

"뭐햐냐 안 들어가고."

 

 

 

"깨어난 거 맞겠지 인범아?"

 

 

 

"그럼 안깨어났으면 좋겠냐? 시덥지 않은 소리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봐."

 

 

 

정우의 눈동자가 떨리는게 눈에 보였다. 나는 일부로 매정하게 말을 하였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내가 더 이상 못참을 것 같았다. 나의 심정이 이런데 정우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마는 그걸 지켜보는 나도 힘든 건 매한가지였다. 정우는 결심이 선 듯 발걸음을 병실로 옮겼다. 난 보고를 올린 부하놈에게 고맙도 하고 따라 들어갔다.

 

 

 

"실례하겠습니다."

 

 

 

"누구?"

 

 

 

병실 문을 두드리자 누군가가 나왔다. 아무래도 그녀의 어머니 정도로 추측되었다. 그녀의 얼굴을 한참동안 운 듯 눈이 벌겋게 부어있었고 얼굴도 핼쓱한 게 마음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았다. 괜시리 내가 더 찡했다.

 

 

 

"여기 기소라 환자 분 병실 맞습니까?"

 

 

 

"맞는데.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소라 남자 친구 이정우라고 합니다."

 

 

 

정우가 정중하게 인사한다. 어머님은 그를 경계하는 눈으로 보았다. 정우는 어머님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서 말을 버벅댔다. 아무래도 나는 안되겠다싶어 어머님께 정우대신 사정을 말해주었다. 다 듣고 난 후 어머님의 눈빛이 한층 누그러졌고 그세서야 나와 정우를 병실로 들여보내주었다. 병실 안에는 소라가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나라를 잃은 난민같이 허망해서 떠도 뜬 것 같지 않았다.

 

 

 

"소...소라야."

 

 

 

정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라를 불렀다. 그녀가 그를 보았다. 소라의 눈이 커졌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보았다는 기쁨에 놀라서 그런 건 줄 알았다.

 

 

 

"으아아...."

 

 

 

그녀가 입을 쩍 벌리며 그에게서 멀어졌다. 모두가 당황했다. 정우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소라는 기겁하며 그의 손을 쳐냈다.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이정우 곁에 안갈게요...."

 

 

 

"....."

 

 

 

나와 정우는 할 말을 잃었다. 소라는 정우에게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다. 진짜 겁 먹은 사람처럼 아니 그것 이상으로 마치 정우를 가해자 취급하고 있었다. 나는 빨리 정신 차리고 그에게 나가자고 말했다. 정우가 그녀에게 뻗던 손을 거두었다. 충격과 절망. 두 글자가 그의 얼굴을 아우르는 것 같았다.

 

 

 

"당장 나가!"

 

 

 

어머님의 언성이 높아졌다. 나는 발로 정우를 이끌고 병실을 나갔다. 그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였을까 생각보다 무거웠다.

정우는 나가고 나서도 한 참 병실 앞에 서있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눈물은 흘리진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참담한 심정이라는 걸.

 

정우가 갑자기 중얼거리며 심각한 얼굴을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서 붙잡았다.

 

 

 

"너 어디가는데?"

 

 

 

"이하원, 걔를 만나야 돼. 분명 알고있을거야."

 

 

 

"뭐?"

 

 

 

"애초에 걔가 현장에 있었다고!"

 

 

 

"뭔소리야."

 

 

 

정우가 나의 팔을 거칠게 쳐내고 가버린다. 나는 여러모로 지친 상태였지만 이대로 지나칠 수 없었다. 난 곧장 정우의 뒤를 따라가려 했지만 소라의 아버님 되시는 분이 나를 불러세웠다.

 

 

 

 

 

 

 

 

 

 

 

 

 

 

 

 

 

 

 

 

 

"병실에는 없는데...."

 

 

 

종화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미나는 왜 마음을 놓고 있었을까 속으로 자책을 하며 마른 세수를 하였다. 하원은 침울로 모습으로 병실을 나갔다.

 

 

 

"...오빠?"

 

 

 

하원의 눈에 멀리서 누군가 오는 게 보였다. 처음에 멀어서 긴가민가 했으나 가까워 질수록 그녀의 얼굴은 밝아졌다. 하원은 바로 그를 향해 뛰었다. 그녀가 그토록 찾던 정우가 눈 앞에 보였다.

 

 

 

"이하원."

 

 

 

정우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원은 그에게 안길려 했으나 그의 손에 막혀버렸다. 하원이 뭔가 그에게서 이상함을 눈치 느끼기 전, 그는 그녀를 밀어버렸다. 하원은 그대로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원은 인상을 찌뿌렸다. 정우는 다짜고짜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넌 알고있었지. 내게 김진우가 올거란 걸."

 

 

 

"...에?"

 

 

 

"모른 척 하지마라. 너 뭐야. 김진우는 어딨어?"

 

 

 

"김진우가 누구?"

 

 

 

"거짓말 하지말라니까!!!"

 

 

 

정우가 화난 채로 하원에게 소리쳤다. 병원이 그의 고함 소리로 울러퍼졌다. 하원은 매우 당황스런 상황에 갈피를 못잡았다. 그녀는 눈을 또르륵 굴렸다. 정우의 저 표정, 자신을 증오하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뭐지? 나 왜 미움 받는거지? 갖가지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돌아다녔으나 하원은 이럴 때일수록 대처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뭐?"

 

 

 

"다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버리진 말아주세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하원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그에게 사과를 고했다. 정우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손에 쥔 멱살에 힘이 들어갔다.

 

 

 

"야이 미x놈아 뭐하는거냐!"

 

 

 

인범이 뒤늦게 쫓아와 그를 말렸다. 종화와 미나도 정우와 그 앞에 쓰러져 멱살이 잡힌 하원을 보고 놀래서 달려왔다.

 

 

 

"무슨 일 입니까?"

 

 

 

"모두들 비켜. 얘랑 할 말이 있으니까."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하원이도 넘어져있는 상태고 일단 가라앉히시고 상황을 정비한 후에 얘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나가 침착하게 그를 말렸다. 정우는 눈을 치켜뜨면서 그녀를 보았다.

 

 

 

"너네 스파이지?"

 

 

 

"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있는 곳을 바로 알 수 없는 거잖아. 그렇지? 내 말 맞지?"

 

 

 

"대체 무슨 소리신지...."

 

 

 

미나는 당황스러움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스파이? 애초에 끌어들인 건 자기들이었으면서 의심을 왜 하는건지 어이가 없었다. 정우의 말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미나는 물론이고 인범과 종화도 그를 차갑게 쳐다봤다. 마치 정우가 잘못한 것처럼.

 

 

 

"뭐야 그 눈빛들은?"

 

 

 

"이정우 너 심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건지 모르겠는데 이분들 네 생명의 은인이다. 빨리 사괘해라."

 

 

 

"김인범!"

 

 

 

"저도 동감입니다. 방금 회장님 답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하종화 너마저!"

 

 

 

그가 억울한 눈빛으로 그들을 보았다. 모두가 하나같이 그에게 냉정했다. 정우는 이미 그들이 자신의 편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는 악에 받쳐 이를 꽉 깨물고 반대편으로 가버렸다.

 

 

 

"으휴. 아무리 상황이 그래도 그렇지 괜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쯧."

 

 

 

"괜찮으십니까?"

 

 

 

종화가 하원을 일으켰다. 하원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미나가 그녀의 엉덩이를 털어주었다. 하원은 울상이었다.

 

 

 

"언니 저 또 미움받아버렸어요. 이제 버려지는 걸까요?"

 

 

 

"아니야 넌 잘못한 거 없어. 회장님도 오해한 걸 알면 다시 돌아올거야."

 

 

 

"...흐잉."

 

 

 

하원이 그녀의 품에 안겼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감정은 서글펐다. 미나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토닥였다.

 

 

 

"그나저나 큰 일 이네요. 지금도 저런데 여친 상태 알고나면 어떻게 될지."

 

 

 

"많이 안좋습니까?"

 

 

 

"원래는 정우 뒤쫓아갈려다가 아버님이 부르셔서 상태 듣는다고 늦었거든요. 지금 정우 여친...."

 

 

 

인범은 말을 뜸들였다. 그는 말을 하기 전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상태가 안좋구나 그들은 짐짓 예상할 수 있었다.

 

 

 

"발부터 다리까지 힘줄이란 힘줄은 다 끊어졌다는군요. 살아남은 것도 감사해야할 정도로 상태가 안좋았다고, 앞으로 평생 휠체어 타고 다닐 신세랍니다. 하아...."

 

 

 

"....."

 

 

 

모두에게 침묵이 맴돌았다. 하원은 인범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하였으나 정우가 꽤나 심각한 상황에 처한 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뛰어간 자리를 보았다. 비록 자신에게 심한 짓을 하였지만 큰 일을 당하고나서 믿었던 사람들에게 차가운 눈초리를 받는 기분, 그녀는 잘 알고있었다. 아마도 버림받았다 생각할 것이다. 하원은 정우의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하원을 결심했다. 그녀는 그가 뛰어갔던 그 길을 다시밝기 시작했다.

 

 

 

"하원아 어디가?"

 

 

 

미나가 물었다. 그녀는 대강 하원이 어디가려는지 예상했지만 그래도 확인 차 물었던 것이다.

 

 

 

"오빠한테 가야되요."

 

 

 

"지금요?"

 

 

 

"지금 가는 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장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도 종화 형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그리고 그 녀석 제정신이 아니에요. 아까처럼 달려들면 어쩌실려고 그래요?"

 

 

 

"...바보들."

 

 

 

하원이 작게 중얼거렸다. 종화와 인범은 그녀의 말을 잘 듣질 못했다. 하원은 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누구보다 지금 괴로운 건 오빠예요. 빨리 가서 위로해줘야 한다구요!"

 

 

 

"아가씨...."

 

 

 

종화와 인범은 당황하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하원은 거칠게 그들의 손을 뿌리쳤다.

 

 

 

"놔요. 다들 안 가실거면 저 혼자라도 갈거예요!"

 

 

 

그렇게 말하고 하원은 뛰어갔다. 그들은 모두 한숨 쉬었다.

 

 

 

"미나씨는 안말리세요?"

 

 

 

"...제가 말한다고 들을 아이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나도 저 아이로 인해 위로받았기 때문에...미나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정우는 벤치에 앉아서 방금 전 상황을 생각했다. 자신이 경거망동하게 행동했던 것 인정한다. 허나....

 

 

 

'나도 이유가 있었다고!'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분명 그 때 여자의 모습, 분명 하원이었다. 하원이 피에 묻은 채 그를 내려다보면서 웃고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자신에게 온건지는 그도 모르는 부분이고, 하원이 수상하지만 확실한 건덕지가 없었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고 정우는 머리는 지끈거렸다.

 

 

 

'가만 그렇다면 김진우를 하원이가?'

 

 

 

에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는 아무래도 자신의 생각이 아닌 것 같아 치워버렸다. 정우는 일단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다음 그녀의 뒤를 캐보리라 생각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라에게 사과를 해야하는데 용기가 나질 않는다. 정우는 다시 소라를 생각하니 금새 우울해졌다. 방금 소리의 반응은 그에게 엄첨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시 소라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솔직히 그는 두려웠다. 자신이 충격받는 것도 그렇지만 소라가 잘못될까봐 그는 그게 더 두려웠다. 부정적인 생각을 해선 안되지만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르는 걸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는 눈물이 왈칵 터질 것 같다. 애써 참아내며 들어가려던 순간 하원이 그의 앞에 서있었다.

 

 

 

"헥...헥...찾느라 힘들었는데 여기 있었네요."

 

 

 

"....."

 

 

 

정우는 하원을 노려보았다. 그와 반대되게 하원은 그에게 웃어보였다. 숨도 차고 땀도 삐질거리는게 그를 찾으려 뛰어다닌 것 같았다. 정우는 그녀를 지나쳐서 갈려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정우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하원을 돌아보았다.

 

 

 

"뭐라고?"

 

 

 

"오빠의 여자친구분이 다친 것은 오빠의 잘못이 아니에요. 다치게 한 사람 잘못이지."

 

 

 

"...너."

 

 

 

정우가 하원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분노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원은 화난 건지 슬픈 건지 정우의 미묘한 표정이 슬펐지만 애써 미소를 지었다.

 

 

 

"너 그 때 일과 관련있지? 분명 내가 정신을 잃기 던 보았던 게 너였어."

 

 

 

"전 오빠가 지금 무슨 소리하는지 몰라요. 하지만...."

 

 

 

하원이 더 밝게 웃었다. 그녀의 휘어진 눈가는 어딘가 서글퍼 보였다.

 

 

 

"만약 오빠의 마음만 편해진다면 맞아요. 제 잘못이에요."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화를 내고 욕을 해도 좋아요. 제가 다 잘못한 거니까. 지금부터 전 당신의 죄인입니다."

 

 

 

"....."

 

 

 

정우가 그녀의 어깨를 잡던 손을 놓았다. 그의 두 눈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 때 너 맞지? 너가 김진우를 끌어들인거지?"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넌 두현에 잠입한 스파이인거고."

 

 

 

"네 맞습니다."

 

 

 

"...왜, 왜 그랬냐...."

 

 

 

"...죄송해요."

 

 

 

하원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마치 진짜로 죄인인 것처럼, 정우가 더 몰입하게 그녀는 연기했다.

 

 

 

"죄송하다는 말 따위를 듣고 싶은 게 아냐. 왜 그런 지를 묻고 있는거다."

 

 

 

"미안합니다...."

 

 

 

정우는 이를 뿌득 갈았다. 죄송하다, 미안하다 전혀 듣고싶질 않은 말들만 그녀는 되풀이했다.

 

 

 

"왜 나한테 나타나서 내 소중한 것을 빼앗고...."

 

 

 

"...죄송합...."

 

 

 

"닥쳐! 말하지마! 난 널 믿었는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정우의 고함에 하원의 몸이 움츠려 들었다. 정우는 씩씩대며 여전히 그녀를 노려보았다.

 

 

 

"정현이, 형수, 두현, 세진이 다 나에게 떠나갔어! 그런데...그런데...이제 소라마저...."

 

 

 

그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 다 말하지 못했다. 하원은 슬픈 눈으로 그를 보았다. 동정의 눈빛, 정우는 그렇게 바라보는 하원의 시선이 너무나도 얄미웠다.

 

 

 

"왜 나만!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건데! 다른 사람말고 왜 나만! 아니 나한테만 일어나면 되잖아...왜 내 친구들을...흐윽...."

 

 

 

결국 참고 참았던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무너져 내리며 그녀에게 무릎을 꿇었다. 하원은 정우를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나 이제 된 것 아니었어? 충분히 잃을 만큼 잃었잖아...잃지 않기 위해 최고가 되었잖아...근데 왜...왜...."

 

 

 

"죄송해요."

 

 

 

하원의 죄송하다는 말이 정우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정우는 양심이 찔려왔다. 그녀의 사과는 마치 그의 치부를 들어내는 것 같았다. 정우는 추락했다. 누구에게도 보여준 것 없는 그의 내면을 하원이 본 것이다. 그는 마치 벌거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옛날 일은 기억이 안나는데 저한테 언니가 있었나봐요."

 

 

 

하원이 나즈막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정우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 때 전 아주 사납고 난폭해서 조금만 내 마음에 안들면 친구들을 때리고 그랬데요. 난 아무 생각이 안나는데 헤헤."

 

 

 

"...무슨 소리를...."

 

 

 

"그래서 저희 언니가 학교에 많이 불려갔었데요. 저의 폭력 때문에 엄마들이 뿔이 난거죠. 그럴 때마다 언니는 사과하고 전 오히려 거기에 못마땅해서 삐둘어졌데요. 그러다가 한 번 언니랑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어느 덧 정우는 그녀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갔다. 그는 이야기 속 그녀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몰입 중 이었다.

 

 

 

"그 때 언니가 저한테 계속 해줬던 말이 있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라고."

 

 

 

"....."

 

 

 

"바보같이 내 잘못이 맞는데도 계속 그렇게 말했던 거예요. 네 잘못이 아니라고. 전부 자기 잘못이라고."

 

 

 

'...하지마.'

 

 

 

"자기는 다 안다고. 네 욕을 해서 화나니까 친구들을 때린거지? 날 위해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네 잘못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이라고 계속 저한테 말해줬었데요. 바보같이 그게 아닌데...."

 

 

 

'제발 그렇게 말하지마...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비참해지잖아....'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진짜 너랑 친한 사람은 세손가락 안에 들까말까하고 그 중에서도 너의 무조건 편인 사람은 있을까 말까하다고. 근데 이렇게 힘든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으면 너무 슬프니까 자기가 그런 사람이 되어주겠다고 말했어요."

 

 

 

"...끄흐읍...."

 

 

 

툭, 툭 눈물 방울이 떨어져 바닥을 한가득 메웠다. 하원은 울고 있는 그의 얼굴을 들었다. 정우의 눈에 보였던 그녀는 환하게 웃고있었다.

 

정우는 짐작하고 있었다. 애초에 하원은 의심 받을 사람이 아니란 걸. 그저 자신이 화풀이 대상이란걸. 그는 자신의 어찌 해소할 수 없이 쌓아두기만 했던 화들을 그녀에게 털어냈던 것이다. 하원은 그런 그를 피하긴 커녕 오히려 다 받아주었다. 상처 받을 법 하건만 오히려 그를 따스한 눈빛과 손길로 보듬어주었다. 그의 죄책감을 그녀가 덜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방금 깨달았어. 너가 범인이 아니란거...너와 이 사건과 연관성이 없다는 거...그저 내 화풀이 였던거야...미안하다...."

 

 

 

"아니에요. 사과하실 필요없어요. 여자 친구분한테도 나한테도."

 

 

 

"그치만...그치마안...으흐윽...."

 

 

 

"오빠의 잘못이 아니야.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네...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나에 대해서 다 알듯이...."

 

 

 

"전 오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당신을 옥죄는 세상에 그래도 무조건 편드는 사람 한 명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제가 될게요."

 

 

 

"....."

 

 

 

"과거의 그 친구들도 여자 친구분이 잘못된 것도 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혼자 짊어지고 가지마요. 저한테 기대 울어요. 전 당신의 무조건 편인 사람이니까 그래도 되잖아요."

 

 

 

정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자신의 감정이 커져버렸다. 그는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막아낼 방법이 없다. 정우는 하원에게 안겨 울음을 터뜨렸다.

 

 

 

"흐읍...흐아앙...흐끕...으아아앙!"

 

 

 

하원은 아이같이 우는 정우를 더 끌어안았다. 그녀는 덩달아 자신도 슬퍼졌다.

 

 

 

"...만약 그게 당신의 잘못이라해도 당신의 잘못은 곧 나의 잘못이니까 함께 나눌께요. 그러면 죄책감이 줄어드니까. 그리고 당신과 함께 내가...."

 

 

 

'울어줄게요.'

 

 

 

그녀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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