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렌이 낙하하고 있는 곳의 끝 부분에만, 묘하게 푸른잎이 무성한 숲이 있었다.
"숲……이 아니야"
바로 밑을 내려다보는 키리셰
"믿기 어렵겠지만……저건 나무인가? 엄청나게 큰데"
"그럴 수가!?"
"나도 처음 봐. 뭐야 저 나무는?"
숲을 이루는 나무.
그 모습은 낙하할 수록 선명해졌다.
울창하고 무성한 잎은 한 장 한 장이 기묘할 정도로 푸르다. 또 심상치 않을 정도로 크고 두툼한 것이다. 인간은 커녕 용이 된 키리셰가 타도 끄떡없을 것이다.
나무 줄기에 이르러서는 지름 수백미터 정도인가?
그곳에 수백 수천개가 얽힌 덩굴은 극채색으로, 언뜻 보기에 아름다우나 심하게 비틀어지고 곳곳에 예리한 가시가 자라고 있다.
"……무슨 장난도 아니고. 뭐야 저 나무"
모두 죽어버린 배경에서, 왜 저 나무만 멀쩡하게 살아남은 거지?
「피오리아의 나무는, 꽤 많이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신대의 언어에 따랐을겁니다. 신성도시가 사용한 언어에서 Phio는 <탑>을 의미합니다. 추측하건대, 탑처럼 커다란 나무라는 의미겠죠」
"렌의 뇌리에, 피아와 나스타샤의 대화가 거품처럼 떠올랐다.
설마.
숲처럼 무성하고 탑처럼 우뚝 솟은 그 큰 나무가.
"이게 종언의 정령……이라고"
정령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생생하다.
빛에 비치는 몸은 반투명의 신체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를 느끼게 하는 질감이 아닌가.
『이미 다 자랐다. 세 종족과 마찬가지로』
눈 아래를 째려보는 피오라.
『이 비밀영역의 경관이 현실이 되는 것도 가까운 미래일테지』
파멸의 세계.
일체의 결실도 없는 메마른 하늘과 땅을, 날개 가진 소녀가 가리켰다.
『종언의 정령은 이윽고 비밀영역에서 뛰어나갈 것이다. 세계에 퍼져 있는 힘의 모든 것을 뺏고난 후, 저 나무만이 무성할 테지』
"……그 이후에는?"
『종언의 정령도 힘이 다할 것이야』
답은 너무나도 어이없는 것이었다.
『세계의 힘을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후에는 바로 말라서 소멸될 테지』
"그럴 수가!? 그럼 그 녀석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건데!?"
『의미 같은 건 없어』
"―――"
『모두 동일한 종말을 맞는다. 녀석은 <종언이라는 존재>가 아니야, <종언이라는 현상>이다. 그것을 소환한 것은 인간이 아닌가』
대꾸할 말도 없다.
침묵기관의 수장이 언급한 말에 도대체 몇 년치의 원망이 담겨있는 것인가. 신성도시의 시대부터 계속 쌓여 온 인간에 대한 원한……당연하다.
……종언의 섬에서 인간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고 말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언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피오라를 보았다.
그녀가 인간에게 품은 감정도, 지금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
"나는 너에게도 정령에게도 사과할 수 없어. 그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 녀석들의 기분 따위는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아"
『그렇군』
"하지만 이 재앙을 어떻게든 쓰러뜨리고 싶다는 마음에 거짓은 없어"
『……그렇군 』
날개를 가진 소녀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렌!"
공중에서 대천사 피아가 손을 잡았다.
가속하던 낙하 속도가 완만하게. 꽃잎이 하늘에 흩날리듯 천천히 렌은 아래의 푸른 땅에 착지했다.
진정 <피오리아의 나무>의 잎에.
키리셰와 엘리제가 계속해서 착지한다.
"…… 당치도 않아. 전원이 타도 끄떡없을 거야"
잎 한 장 한 장이 렌 일행 4명이 나란히 서도 아직 여유가 있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철판처럼 튼튼하다. 피아에게 매달렸던 나는 몰라도 키리셰와 엘리제는 상당한 낙하 속도로 뛰어내렸을 텐데.
정면에는 벽으로서 우뚝 솟은 거대한 줄기.
머리에는 너무도 높디 높은 대량의 잎이 우거져 있다.
"이 줄기의 안쪽을 도려내면 인간들의 도시 하나가 쏙 들어갈 것 같아요"
저 묘사로 보건데 네크사스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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