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외전7 '달의 요람' 30 번역
달의 요람 30
"……확실히 그렇겠네. 고블린에게 씨족의 문장이 새겨진 단검은 나름대로 소중한 것일 테지만, 그래도 주조된 양산품이야. 훔치든지 구매하던지 하면 1, 2개 정도는 금방 준비할 수 있겠지"
이스칸이 중얼거리자 키리토도 수긍한다.
"진범의 목적이 오로이에게 살인의 죄를 뒤집어 인계와 암흑계의 긴장을 높이는 일이라면 진짜 단검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거야……. ――즉 진범은 인계 내부의 누구인가……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더 큰 수수께끼가 생기는 거네"
셰이타가 길게 찢어진 눈을 날카롭고 가늘게 뜨며 지적했다.
"인계인은 암흑계인보다 훨씬 엄격한 법에 묶여 있어. 살인은 명확한 금기목록 위반, 즉 청소부를 죽인 자가 인계인이라면 그놈은 금기목록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거야"
키리토와 동시에 로니에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사건 직후 파나티오와의 대화에서도 지적된 것이다. 금기목록에 얽매이지 않는 정합기사조차, 청소부 야젠 같은 죄 없는 시민의 천명을 독단으로 모두 앗아갈 수는 없다.
이쪽도 아직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는다는 말을 한숨으로 얼버무리고, 키리토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스칸도 말 없이 끄덕이고 잠시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다가 공기를 바꾸듯 투박한 손을 들어올리고 의논하였다.
"――좋아, 아무튼 상황은 이해했어. 아쉽지만 이쪽에서 인계 관광 사업은 당분간 중단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아아……지금으로서는 센트리아에서는 정보의 확산을 막고 있지만, 만약 두 번째,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나면 대표 회의에서도 억제하지 못할 거야. 일시적으로 동쪽 대문을 봉쇄하고 센트리아에 체류 중인 관광객들도 가급적 빨리 귀국하기를 바랄 뿐이야"
마음 무겁게 그렇게 말한 키리토는 더욱 어조를 가중시키고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센트럴 커시드럴에서 보호하고 있는 산고블린족 오로이 말인데……그만은 바로 보낼 순 없어. 뭔가 알고 있을 지도 모르고 그가 모함된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도 모르니까. ――오로이는 거구의 우보리의 씨족이다. 미안하지만……"
"그래, 우보리에게는 내가 심부름꾼을 보내서 사정을 설명할게"
끄덕이면서 이스칸은 애꾸눈을 흘깃 창밖을 향해서 다시 키리토를 보았다.
"――여기에서 인계로 가는 관광객은 그것으로 됐다고 하지만……인계에서 여기로 오는 상인들은 어떻하지? 분명히 옵시디아에서 한 대가 체류 중일 텐데"
"음, 어떻게하지……"
키리토도 팔짱을 끼고 끙끙거린다.
교류 사업은 암흑계에서 인계를 찾는 관광객 수용 외에도 인계에서 상인의 파견도 시작되었다. 아직 시험적인 규모로 마차 몇 대분의 교역품을 약간씩 팔고, 사는 단계지만 암흑계에는 조명용 발광석 외에도 인계에는 없는 진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탕의 냄새를 파악한 대상인들에게 파견 허가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만일 사건의 흑막이 조직적인 세력으로 이곳 옵시디아에도 동료가 있다면 청소부 살인의 반대……즉 인계의 상인이 암흑계 주민을 죽이는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하지만, 상인은 인계군의 노련한 위사와 신성술사가 호위로 붙어있고, 상인들도 마음대로 나갈 수 없다는 규칙이 있어서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라고 생각은 하고 있어"
키리토의 말에 셰이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교역 사업까지 당장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상인은 인계의 귀중한 약이나 매체를 많이 실어 오니 예상 이상으로 환영받고 있고. ……혹시 모르니까, 옵시디아에 체류 중인 상인에게는 내 제자를 붙이지"
"제, 제자……? 셰이타 씨는 단신 부임……이 아니었나, 혼자 이곳에 머무를 생각이 아니었는지……?"
키리토가 거무스름하게 얼룩진 얼굴에 놀라움의 표정을 지으니, 이스칸이 우려와 자랑이 섞인 얼굴로 대답한다.
"그것이 저기 셰이타 전권 대사 겸 암흑기사단의 객원 사범인 것이야"
"개, 객원 사범이 뭐죠……?"
"기사단의 시찰을 갔을 때, 젊은 대장에 대결 요청을 받고 임시적인 검으로……게다가 본체도 아니고 검집으로 무참히 당했거든. 지금은 기사단 총본부에 자신의 도장까지 가지고 있어"
"제자는 불과 10명도 되지 않지만 모두들 꽤 소질이 있다고"
"그, 그렇습니까……"
말이 없는 모습의 키리토에게 셰이타가 정색을 하고 덧붙였다.
"당신도 부디 도장에 와서 제자들에게 연습을 해주길 바래"
"아, 아니 아니 나는 전통 유파의 검술은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으니……"
의자마다가 조금씩 후퇴하고 있는 키리토의 어깨를 이스칸이 뻗은 왼손으로 꽉 잡는다.
"그거 좋은데, 기사단의 후에는 권투사단의 수련장에도 와달라고. 너희의 강함을 의심하는 무리도 꽤 있으니 이 기회에 《힘의 한계》를 보여달라고"
"괘, 괜찮다고 그런 거! 나는 문신 지망이니까!"
……아아, 이제는 더 이상 도망 갈 수 없겠네.
라고 당황한 키리토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한 로니에였다.
셰이타와 이스칸의 전용 목욕탕을 빌리고, 긴 여행의 먼지와 얼굴의 도료를 씻어낸 키리토와 로니에는 같은 층의 객실로 안내되었다.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방문은 인계의 특사로서 성 안에 퍼진 것 같다.
키리토가 인계 대표 검사 그 사람이란 건 덮혀서 안내역의 위병은 사자 답지 않은 경장을 약간 수상쩍은 듯한 눈으로 봤지만 두 사람이 허리 차고 있는 검이나 움직임에 태도를 고쳤다. 역시 암흑계에서는 신기급의 무기는 인계 이상으로 희소한 것 같다.
두 방의 객실에서 잠시 쉬고 정오부터 이스칸, 셰이타 부부와 함께 점심 식사. 오후엔 대형 마차로 거리의 중심부에 있는 암흑기사단 본부와 권투사단의 수련장에 안내된 키리토는 단장 보좌라는 외팔의 거구 권투사와 정말로 시합을 하게 될 뻔했지만 "특사니까!"라고 필사적으로 호소해서 위태롭게 회피했다.
그 후에는 중앙 시장과 대형 투기장을 시찰했는데 물론 유람 여행에 급급했던 것은 아니다. 키리토와 이스칸은 시간을 내서는 이번 사건과 교류 사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있었고, 로니에도 호위 역할을 완수할 수 있도록 주위에 신경을 썼다. 애초에 상위 정합기사인 《무음》의 셰이타가 동행하고 있었으므로, 만일 누군가의 습격이 있더라도 로니에의 차례는 없었겠지만――.
라고 생각했더니,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셰이타는 요이오비를 타고 급강하 했을 때도 이 시가지의 시찰을 하는 동안에도, 허리에 검을 차고 있지 않았다.
성에 돌아가서, 마차의 흔들림에도 로니에는 긴 의자 위에서 몸을 약간 셰이타 쪽으로 돌렸다.
"저기, 셰이타님. 검은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러더니 기사는 한순간 그리워하 듯 두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에게는 《흑백합의 검》이 처음이자 마지막 애검이니까"
"……"
정합기사가, 마음을 내준 신기를 잃어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로니에는 아직 헤아릴 수 없었다. 말을 잃은 로니에의 손에 가볍게 손 끝을 댄 셰이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의 나는 《무음》이 아니고 《맨손》의 기사. 그렇게 불리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 ……가끔 흑백합이 생각나서, 외롭기도 하지만"
"그런……가요……"
――이 사람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높은 곳에 있는거구나.
다시 견습기사인 자신과 상위 정합기사의 아득한 경지의 차이를 이해하고 있자 이번에는 셰이타가 뜻밖의 질문을 언급했다.
"그 검은 너의 것이 된지 얼마나 안 됐어?"
"예……저기, 그렇습니다. 이름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끄덕이면서, 은백색의 칼날을 살짝 쓰다듬는다.
"그래, 아직 당신과의 연관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아주 좋은 검이야. 소중히 간직해……전쟁은 끝나도 기사의 싸움은 평생 끝나지 않으니까"
"――네!"
로니에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앞에 앉아 있던 키리토와 이스칸이 놀라서는 뒤돌아 본다.
이윽고 마차는 시가지를 지나 대교를 건너서 성문을 통과한다는 정규 과정을 통해 옵시디아 성으로 귀환했다.
높이 500메일, 센트럴 커시드럴에는 미치지 못하는 50층으로 구성된 옵시디아 성이지만 커시드럴과 같은 자동 승강판은 갖추지 않았다. 즉 상층에 가려면 오직 계단을 통해서 올라갈 수 밖에 없는데 그것이 도둑에 대한 대항책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이스칸 부부가 거주하는 49층까지 4명은 쉬지 않고 단숨에 이를 올라갔다. 부부와 키리토는 숨이 차는 모습도 없었지만, 로니에는 도착 후 조금 숨이 차서 이런 부분에서도 수양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심호흡으로 숨을 가다듬고 기다리고 있어 준 3명에게 감사를 표한 로니에는 큰 계단이 아직 위에 이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셰이타님, 이 위에는 무엇이 있나요?"
그 물음에 답한 것은 전권 대사가 아니라 총사령관이었다.
"50층에 있는 것은 옥좌의 사이야, 나도 한 두 번밖에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헤에……옥좌라는 건 황제의?"
이번에는 키리토가 묻자 이스칸은 찡그린 얼굴로 끄덕인다.
"그래, 1년하고 몇 달 전에 황제 벡터가 강림한 것이 바로 이 위야"
"잠깐, 좀 둘러봐도 될까……?"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이 된 키리토에게 이스칸이 번쩍 두 팔을 벌린다.
"물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50층의 문은 벡터가 죽은 후, 그러니까 너한테 죽은 순간 다시 《봉인의 쇠사슬》로 닫혀 버렸고, 이게 도무지 열 수가 없어서 말이야. 50층에서는 끝의 산맥과 동쪽 대문이 보이다는 전설이 있으니까 나도 한 번 들어가고 같은데……"
권투사의 불평을 듣고 한때 《벨 수 없는 건 없어》라고 말한 정합기사도 수긍했다.
"나도 보물 창고의 검을 빌려서 베어 봤지만 쇠사슬은 끊어지지 않았어. 흑백합의 검이라면 한 번으로 끝났을 테지만"
"……흥……"
라는 키리토의 소리에 "밤하늘의 검으로 도전하고 싶어!"라는 사고를 뚜렷이 감지한 로니에는 재빨리 오른쪽 소매를 두 번 당겼다. 로니에의 "절대 안 됩니다!"라는 사고를 키리토도 느낀 듯 다시 미련을 버리고 계단을 올려다 보고서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럼 견학은 포기하지"
"그 대신 저녁밥은 이것 저것 신기한 것을 준비 시켰으니 기대해도 좋아"
"그건 기대되네"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셰이타가 한 걸음 내려간다.
"나는 리젯타에 우유를 준비할게. 이따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런, 나도 가야겠어. 오늘은 아직 한 번밖에 얼굴을 보지 못했으니까"
금새 부모의 얼굴이 된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배웅하던 키리토는 또 다시 꼭대기에 계단을 올려다보았다. 로니에가 말 없이 고개를 흔들자,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알고 있어……그럼, 우리도 방으로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