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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하 정점 3화
항만이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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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 | 조회 118 | 작성일 2018-03-31 00:2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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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지하 정점 3화

 

 

 

 

 

지하 내부의 모든 곳이 피로 물들었다. 사람들의 몸이 칼에 베이고 패여 허연 뼈가 들어날 정도로 찢겨져 있었다. 눈알이 마치 짐승이 뜯어놓은 것 마냥 이빨에 뜯겨져 죽은 시체도 있었고 배가 갈라져 장기가 흘러내리는 시체, 머리에 칼이 박혀 뇌수가 뿜어져 나오는 시체 등 더미로 쌓여 그야말로 참극이었다. 그곳에서 한 여자가 걸어나온다. 비틀거리면서 걷다가 앞에 있는 시체에 걸려 넘어진다. 다시 일어서려 상체를 일으키자, 입에 누군가 흘린 건지도 모르는 피들이 그녀의 입에 고여있다. 시발...낮게 읊조리며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눈은 병자처럼 흐리멍텅한 게 곧 의식이 끊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여자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옷깃을 붇잡는다. 위를 올려다보며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살려줘...."

 

 

이윽고 그녀는 무너져 내리듯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처박았다. 남자는 아무 동요 없이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았다.

 

 

"현재 아침 7시 02분. 훈련 종료. 11소대 생존자 한 명. x에 들어온 걸 축하한다."

 

 

그녀는 다 끊겨가는 의식 속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지하 정점 3화

 

 

 

 

 

 

"지금 여기 온 지 얼마나 지났지?"

 

 

 

"1시간은 된 것 같은데요."

 

 

 

"이미 경찰서로 간 것 같지?"

 

 

 

"아마도요. 그런데요 형님 이러다간 진짜 우리 납치범 되게 생겼는데 어떡해요?"

 

 

 

"...끄응."

 

 

 

두 남자의 만담이 오간다. 현재 여기는 하원이 사는 집 안. 한진대학교에서 30분 정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자 결국 하원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집으로 와버렸다. 처음 하원의 집에 왔을 때 상황은 생각보다 많이 심각했다. 서울의 중심지에서 동떨어진 별동네에 따닥따닥 붙어있는 불량 주택들, 게다가 집으로 가는 길이 등산을 하러가는건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가파른 경사였다. 동욱의 어린 시절도 잘 살았던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운 환경은 아니었다. 그는 이런 환경 속에서 밝게 사는 그녀가 조금 달라보였고 대견해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조금도 말끔히 사라졌다.

 

 

 

"아저씨 히히~"

 

 

 

"큭...머리 당기지 마세요!"

 

 

 

"와아 이거 재밌네요오~"

 

 

 

"...풉."

 

 

 

부하는 자신의 옆에서 펼쳐지는 광경에 도무지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그는 몸을 돌려 고개를 박은 후 큭큭 웃었댔다. 동욱은 그런 그가 못마땅스럽고 짜증 났다. 조금 전 하원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동욱에게 목마를 태워달라고 졸랐고, 동욱은 당황하며 안된다고 말했지만 바닥에 드러누워 징징거리는 그녀를 보고 두 손 두 발 다들었다. 결국엔 하원을 자신의 목에 태우게 되었고, 그녀는 재밌다며 연신 자신의 머리를 잡아당겼다. 동욱은 죽을맛 이었다.

 

 

 

"이게 재밌냐?"

 

 

 

"네에~"

 

 

 

"아가씨 말고요!"

 

 

 

"큭큭...형님 죄송합니다."

 

 

 

부하가 고개를 돌려 동욱에게 사과한다. 얼마나 웃었던지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있었다. 동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 계속 기다렸다간 보호자도 못찾고 납치범으로 몰릴 상황이었다. 동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닥에 놓았다. 하원은 아쉬운지 입맛을 쩝 다셨다. 물론 동욱의 어깨가 결려서 그녀를 내려놓았다는 건 비밀이다.

 

 

 

"이대로 계속 있을 수 없어. 일단 경찰서로 가자,"

 

 

 

"예 형님?!"

 

 

 

"그 전에 아가씨랑 먼저 입을 맞춰야겠다."

 

 

 

"언니가 다른 사람이랑 입을 맞추는 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거랬어요. 아저씨같은 사람은 변태라고...."

 

 

 

"그런 뜻 아닙니다!"

 

 

 

"엌 크큭...."

 

 

 

"....."

 

 

 

"...죄송합니다."

 

 

 

동욱의 눈빛에 부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동욱은 일단 먼저 해야할 일이 있으니 꾹 참았다. 그는 하원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요?"

 

 

 

"예. 들어만준다면 과자 박스가 딸려오는 부탁입니다."

 

 

 

"에에? 나니?"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운거야....'

 

 

 

하원이 일본식 반응을 하면서 놀란다. 동욱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먼저 저희가 아가씨를 데리고 경찰서를 가게될텐데, 거기서 우리가 아가씨를 데려왔다는 건 일체 말하면 안됩니다. 우리는 그저 길 잃은 아이를 데려온 은인이고 그 쪽은 미아인 척 하면됩니다. 아시겠습니까?"

 

 

 

"네. 하원이는 전에도 버려진 적 있어서 그런 연기 잘해요~ 그냥 경찰아저씨들 앞에서 왕 울어버리면 되는 거 맞죠?"

 

 

 

"어...어 그게 아니라...."

 

 

 

동욱이 그녀의 말을 듣고 당황한다. 왠지 하원의 아픈 과거를 드러낸 것 같아 미안해진다. 그런데 밝게 말하며 자기 과거를 별 것 아닌듯 넘어가는 하원을 보니 이게 미안해야 될 일인가 싶기도하다. 동욱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네. 경찰관 앞에서 울면서 언니를 찾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금상첨화? 그게 뭐에요?"

 

 

 

'...그냥 말을 말자.'

 

 

 

동욱은 머리에서 물음표를 띄우는 하원을 외면하고 부하와 함께 집을 나갔다. 부하가 차에 시동을 건다. 동욱은 하원을 차에 태운 뒤 자신도 타려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

 

 

 

[동욱 형님. 지금 빨리 와주셔야겠습니다!]

 

 

 

"...회장님?"

 

 

 

[지금 어떤 여자가 회사에 쳐들어와 서양을 어지럽히고 있습니다. 빨리 와주세요!]

 

 

 

"그 여자가 누구입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여자가 저를 찾는다면서 칼로 우리 애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어차피 여잔데 그냥 쪽수로 밀어붙이시죠? 그러면 체력 딸려서 나가떨어질겁니다."

 

 

 

[그런 상대가 아닙니다! 자꾸 하원인가 뭔가하는 여자를 찾으러왔다는데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 와주세요!]

 

 

 

인범의 다급한 전화가 끊겼다. 동욱은 방금 인범의 말에 귀를 의심했다. 하원, 자신이 지금 데리고있는 전 회장님의 딸이 인범의 입에서 나왔다는게 웬 말인가. 그는 굳은 얼굴로 차에 탑승했다.

 

 

 

'아가씨를 찾는다고...? 거기서 왜 아가씨의 이름이 나온거지...?'

 

 

 

동욱은 생각했다. 아가씨와 연관 있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바로는 이상찬 회장님, 그리고 하원이 말한 언니라는 사람 밖에 없다. 여자라는 것을 보아 그녀의 언니일 가능성이 매우 큰데 현실적으로 여자가 조폭은 고사하고 일반 남성도 상대해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그 여자가 실력자라면...?'

 

 

 

동욱은 계속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누군가가 자신의 뇌리에 스친다.

 

 

 

'...설마!'

 

 

 

"야 빨리 회사로 가자!"

 

 

 

"네? 형님 경찰서는 어쩌시고...."

 

 

 

"그게 문제가 아니다. 뭔가 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빨리 회사로 가자."

 

 

 

"갑자기 왜...그러면 따님은 어떡합니까?"

 

 

 

"...일단 같이 간다."

 

 

 

"네?"

 

 

 

"시간이 없어. 빨리 가자!"

 

 

 

"엇 아저씨. 내 과자는요?"

 

 

 

하원의 질문이 지금 동욱의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하원의 본체도 안하는 동욱을 보고 삐진 듯 볼을 부풀렸다. 부하는 도대체 그가 왜 그러는지 알 길이 없었다. 물어보고싶지만 그러기엔 그의 표정이 너무 심각하다. 부하는 꾹 참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잠깐 내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상황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실력자가 쳐들어왔을수도 있고 현실적으로 그 여자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평생을 조폭으로 살아온 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동욱은 다시 생각했다. 자칫 자기가 너무 간 것 아닌가 곰곰히 생각하던 중 그의 눈에 하원이 들어왔다.

 

 

 

"아가씨."

 

 

 

"우웅...?"

 

 

 

"언니분은 평소에 뭐하시는 분이셨습니까?"

 

 

 

"우리 언니요? 평소 착하고 예쁘고 잔소리 심하고 하원이랑 잘 놀아주지도 않고오...또 뭐있더라?"

 

 

 

'칭찬이나 욕 둘 중 하나만 해라....'

 

 

 

"아 우리 언니 싸움 잘해요! 그래서 예전에 하원이가 괴롭힘 당했을 때 지켜줬어요!"

 

 

 

"!"

 

 

 

"그 때 일짱도 있었는데 주먹 한 방으로 쓰러뜨리고 그랬어요!"

 

 

 

"에이 과장이 심하시다. 여자가 싸움을 잘해봤자...."

 

 

 

"속도 더 올리자."

 

 

 

"예?"

 

 

 

"지금 회사에 한 여자가 쳐들어와서 초토화시키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근데 그게 아마도 아가씨 언니분 이신 것 같다."

 

 

 

"엥?!"

 

 

 

동욱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창 밖으로 그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자신이 이십대 초반, 찬이파에 있을 때, 회장님의 부름으로 그의 가정집에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 때 하원의 옆에 있던 그 여자를 처음 보았다.

 

 

 

[회장님. 저 여자는 누굽니까?]

 

 

 

[원래 내 딸과 친한 사이였다는데 하원이보다 5살 더 많은 언니라는구나. 실력도 괜찮아서 보디가드 겸 붙여두고있다.]

 

 

 

[싸움 실력을 말하시는 겁니까?]

 

 

 

[중학교 때 일대 고등학교를 다 평정했다고 하더구나.]

 

 

 

[...여자의 몸으로 말입니까?]

 

 

 

[그래. 근데 너처럼 주먹잡이는 아니고 하종화처럼 무기에 능통한 모양이야. 이미 자기 일대에선 탑이고, 손에 뭘 쥐면 그 무기의 신이 된다고 그렇게 말들 하더군.]

 

 

 

[...믿기지 않군요. 하종화랑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나도 싸움을 보지 않았으니 비교는 불가능 하겠지만 이미 주변에서 사람들의 정평이 난 모양이야.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하종화랑 맞먹을만큼 강자가 될 것이다라고 들은 적 있다.]

 

 

 

[!]

 

 

 

'그래. 과거에도 전 회장님의 따님과 친분이 있는 사람이 있었어. 일대에서 엄청나게 유명했다가 아가씨와 함께 사라진 사람. 그 땐 과장이 심한 줄 알았지만 만약 진짜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회장님. 저 여자의 이름이 뭡니까?]

 

 

 

['김미나'라고 하더군. 얼굴만큼 이름도 예뻐.]

 

 

 

 

 

 

 

 

한 시간 전, 여자는 문을 열고 본격적인 서양의 내부로 들어선다.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자들은 회장의 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호원 18명 정도였다.

 

 

 

"넌 누구냐?"

 

 

 

"글쎄. 그건 알 필요 없고 여기 회장을 만나러왔다. 비켜라."

 

 

 

"나 참. 갑자기 무슨...!"

 

 

 

남자 한 명이 나서며 그녀를 보는 순간, 여자의 뒤에 쓰러진 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맨 처음 그녀가 쓰러뜨린 경호원 두 명이었다.

 

 

 

"이런...! 습격이다! 우리가 습격을 받았다!"

 

 

 

"이런. 일을 더 벌리는구만."

 

 

 

여자가 소리를 지르는 남자의 어깨 쪽에 칼을 던진다. 남자의 어깨에 칼이 박힌다. 그녀는 달려가서 칼이 들어간 부위를 발로 차서 꾹 누른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간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깊게 박힌 칼을 다시 뽑는다.

 

 

 

"이런 썅년이!"

 

 

 

다른 남자가 그녀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른다. 그녀는 피하면서 그의 단전을 칼로 쑤셔박는다. 뒤에서 여자의 머리를 향해 쇠막대를 휘두른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칼로 막아내고 뒤의 남자의 다리를 그어버린다. 남자의 다리에 피가 낭자한다. 그녀는 그의 관자놀이를 얕게 벤다. 이번엔 앞에서 칼이 그녀의 목을 노린다. 여자는 몸을 뒤로 숙여 피한 후 그의 칼을 쥔 손가락 마디를 칼로 쭉 벤다. 바닥에 손가락 두어개가 떨어지며 피가 줄줄 흐른다. 여자는 괴로워하는 남자의 턱에 하이킥을 날린다. 둔탁한 소리가 들리며 턱이 돌아간채로 그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진다.

 

 

 

'수...순식간에 5명을....'

 

 

 

'뭐야 이 여자는...여자 맞아?'

 

 

 

"뭣들하냐. 빨리 와라. 설마 벌써 겁을 먹은 것은 아니겠지?"

 

 

 

"이런 씨...."

 

 

 

여자의 도발에 걸려든 남자가 무기를 들고 달려간다. 그녀는 남자가 공격하는 방향의 반대로 몸을 틀어 피한 후 왼쪽 어깨와 팔을 이어주는 결에 칼을 꽂아 몸을 고정시킨다. 그러고는 오른쪽 어깨에 칼을 수십방 꽂아넣는다. 남자가 고통에 발악한다. 여자의 뒤쪽에서 다시 공격이 들어온다. 여자는 몸을 틀어 피한 후, 자신의 오른쪽에서 오는 공격은 칼로 막아내고 왼쪽에서 오는 공격은 피한 후 그의 가슴팍에 칼을 간결하게 찔러넣었다 뺀다. 이어서 다른 남자의 팔이 접히는 부분을 베고, 그의 얼굴을 팔꿈치로 찍는다. 남자의 코가 부러지며 의식을 잃는다. 여자는 달려가 다른 남자의 얼굴을 칼등으로 친 후, 시야를 잠시 잃은 그의 귀를 잡아당겨 옆구리를 찌른다. 이렇게 총 9명이 1분이 채 안되게 그녀의 발 밑에 쓰러졌다.

 

 

 

'이건 못 이긴다...도움을 청해야....'

 

 

 

나머지 11명이 뒤로 물러난다. 여자는 얼굴에 묻은 피들을 손으로 대충 닦는다.

 

 

 

"이게 무슨 짓 입니까!!"

 

 

 

겁을 먹고 뒷걸음질 치는 무리들 뒤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남자를 주축으로 무리들이 들어온다. 황석현이 이끄는 무리들과 옆에는 류희수 영업 과장이다. 석현은 주위를 살폈다. 대강 봐도 쓰러진 놈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석현은 여자와 눈을 맞춘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은 누군데 감히 우리 두현파를 공격하는 겁니까?"

 

 

 

"뭐야 조직 이름도 바꿨나? 어쨌든 다시 말하지만, 난 여기 회장을 만나러왔다. 지금이라도 안내해라."

 

 

 

"회장님 지금 안계십니다."

 

 

 

"그래? 그럼 불러."

 

 

 

"당신이 시키는대로 제가 들어줘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후우...넌 여기서 어느정도 위치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널 쓰러트리면 회장이 반응할만한 정도의 위치냐?"

 

 

 

"...대화로 풀려했는데 안되겠군. 나머지는 어디에 있나?"

 

 

 

"나머지? 그런 건 없다. 여긴 나 혼자다."

 

 

 

"허 어이가 없군. 더 들을 가치도 없다. 류과장 저 여자 끌어내서 내 앞으로 데려와."

 

 

 

"예."

 

 

 

류희수가 칼 두자루를 쥐고 여자에게로 걸어온다. 두 사람의 기싸움이 팽팽히 펼쳐진다. 서로를 확인하던 중 여자가 먼저 움직였다. 그녀는 희수에게 칼을 휘두른다. 희수는 몸을 숙여 피하고 그녀의 복부쪽으로 칼을 찌른다. 여자는 그의 손목을 잡아 칼을 막아내고 그의 얼굴쪽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희수가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하지만 여자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는 희수 너머 누군가를 확인한 후, 칼을 던졌다. 칼이 향하는 곳은 황석현 이사의 오른쪽 가슴이었다.

 

 

 

'아뿔사!'

 

 

 

희수가 뒤늦게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지만 이미 칼이 그의 가슴에 꽂힌 뒤였다.

 

 

 

"크윽...!"

 

 

 

"이사님!"

 

 

 

황석현 이사가 찔린 가슴 부위를 잡고 무릎을 꿇는다. 무리들은 석현을 둘러싸서 보호한다. 희수가 고개를 돌려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죽거나 불구가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희수는 다년간의 종화와의 대련으로 알아차렸다. 조금만 날이 밑으로 들어갔다면 치명상이었다는걸.

 

 

 

"상대를 앞에 두고 한 눈을 팔아선 쓰나."

 

 

 

"!"

 

 

 

희수가 곧바로 몸을 돌려 칼을 크게 휘둘렀지만 이미 그의 허벅지는 칼에 찔려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는 여자의 후속타를 간신히 막아냈다. 그녀는 희수가 다친 부위를 세게 걷어찼다. 희수는 흔들렸지만 이를 앙 물고 참아낸다.

 

 

 

"많이 아파보이네. 내가 도와줄까?"

 

 

 

"....."

 

 

 

"내 칼에 베여서 빨리 쓰러져라."

 

 

 

"헛소리!"

 

 

 

여자와 희수가 다시 격돌한다. 희수가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여자는 뒤로 물러나며 그가 칼을 쥔 팔을 손등으로 쳐내고, 그에게 다가간다.

 

 

 

'뭐야? 뭐가 이렇게 저돌적이야?'

 

 

 

가까워진 그녀와의 거리감에 그는 당황하며, 뒤로 물러나려했지만 여자의 칼이 희수를 압박한다. 희수는 한 끗 차이로 다 피해내고 역습을 시도한다. 이번엔 그가 여자에게 가깝게 다가가 칼을 휘두른다. 허나 결과는 희수의 팔만 그녀의 칼에 베였다.

 

 

 

"으윽!"

 

 

 

"당황했나?"

 

 

 

"이 개새...윽!"

 

 

 

여자가 칼의 손등 부분으로 희수의 눈을 가격한다. 희수는 비틀거리며 시야를 잃는다.

 

 

 

"푹!"

 

 

 

"끅!"

 

 

 

"푹, 푸욱!"

 

 

 

"끄으으으...."

 

 

 

"푸욱 촤아아!"

 

 

 

"끄아아악!"

 

 

 

여자는 희수의 몸에 있는 각 부위의 혈점을 칼로 찔렀다. 희수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다. 그녀는 쓰러진 희수의 손을 즈려밟아 그가 쥔 칼을 놓게 만들었다.

 

 

 

"칼잡이에게 무턱대고 가까이서 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은 자신을 칼로 베어달라는 말이랑 동일하겠지."

 

 

 

"!"

 

 

 

"상대방이 그런 공격을 한다고 똑같이 따라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을 때만 가능한거다."

 

 

 

'제기랄...그렇다는 건 일부로 나를 유인했다는 말인가?'

 

 

 

"넌 당황했을 때부터 내 수에 걸려들었어. 실력은 최상급 수준에 들겠지만 그렇다고 탑은 아니지."

 

 

 

희수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이와 대조되게 그녀의 눈빛은 매우 차가웠다. 여자는 다시 석현을 응시한다. 석현은 두현파에서 하종화 다음으로 버금가는 칼잡이인 희수가 그녀에게서 졌다는 사실을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눈 앞에서 똑똑히 봤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런 실력자가 다음을 우리로 타겟을 잡고있다는 것이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무리들에게 명한다.

 

 

 

"회장님께 연락을 해놓았으니 곧 맹실장과 함께 오실거다. 그 때까지만 버텨라! 이길 필요도 없고 그저 견제만 하면서 시간을 끌어라! 저 여자는 맹실장이 상대해야한다!"

 

 

 

 

석현의 말에 무리들이 우왕좌왕한다. 서로 누가 나갈지 눈치만 보고있는 것이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지금 여자에게 덤볐다간 자신이 성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저걸 무슨 수로 우리가 시간을 끌어...에이씨!"

 

 

 

무리 중 남자 한 명이 막무가내로 여자에게 달려든다. 여자는 피식 웃으며 칼을 고쳐잡았다. 여자는 앞에서 오는 남자의 주먹을 몸을 숙여 피한 후 겨드랑이부터 옆구리까지 결을 따라 그어버렸다. 남자가 몸을 비틀거린다. 다른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온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남자의 귀를 잡고 당겨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러고는....

 

 

 

"푸욱 푹!"

 

 

 

"크윽!"

 

 

 

"푹, 촤아아!"

 

 

 

"끄아악!"

 

 

 

달려오는 남자들마다 잡고 있던 그를 방패 삼아 뒤에서 찔러댔다. 꼭대기 층에서 고통의 비명소리만 들린다. 이번엔 30초도 안되서 그녀의 앞에 열명이 넘는 남자들이 다시 쓰러져있었다. 나머지는 겁을 먹고 위협만 줄 뿐, 섣불리 다가가지는 못했다.

 

 

 

'저건 인간이 아니야...하종화나 장동욱, 맹수현, 명예 회장님 중 한 명이 와야 상대할 수 있어.'

 

 

 

석현이 그녀의 싸움에 두려움을 느꼈다. 여자는 전국구의 싸움 실력을 넘어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싸움을 하고있었다. 그런 싸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본 사람들 중 네 명밖에 없다. 앞서 말한 인물들. 그는 상처가 벌어지지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 싸울 자세를 취했다. 여자는 무표정이다.

 

 

 

"왜 그렇게 어리석지? 이미 네 부하들의 다 겁을 먹은 듯 한데. 그런 몸으로 혼자서 나를 상대하겠다?"

 

 

 

"어쩔 수 없다...너 같은 녀석에게 당하기만 할 듯 싶으냐...."

 

 

 

"그런 몸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냥 회장을 여기에 불러라. 그 자에게서 직접 하원이를 데려오고, 경고를 할 것이다."

 

 

 

"네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진 모르겠지만 연락을 취했으니 곧 오실거다. 그때까지만 내가 상대해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해주지 않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구나."

 

 

 

여자가 성큼성큼 석현에게 다가간다. 그의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그녀가 빠른 속도로 석현에게 칼을 휘두른다. 석현은 그녀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지도 못했다. 이대로라면 그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석현은 눈을 감았다. 모든 걸 받아들이려 마음 먹은 순간, 칼이 그의 목에서 멈추었다. 석현은 서서히 눈을 떴다.

 

 

 

"...왜 거기서 멈춘거지?"

 

 

 

"쫄 필요없다. 몸을 다친 자에게 전력으로 상대해 줄 필요는 없으니까."

 

 

 

여자가 칼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이 정도면 얼추 되겠지?"

 

 

 

"....."

 

 

 

"덤비지말고 방어만 해라. 괜히 크게 들어왔다간 칼이 안좋은 쪽으로 들어갈 수 있으니까."

 

 

 

"뭐하자는거냐?"

 

 

 

"글쎄...?"

 

 

 

"팟!"

 

 

 

여자의 주먹이 어느 새 석현의 얼굴에 와있다. 그대로 그의 안면을 가격한다. 석현은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지않으려고 노력한다. 그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든 순간, 여자의 하이킥이 석현의 턱을 가격한다. 석현은 하마터면 정신을 잃을 뻔 했다.

 

 

 

"허억...허어...후우...."

 

 

 

"정신력으로 버티겠다는 것이냐?"

 

 

 

석현이 말 없이 그녀를 응시한다.

 

 

 

"좋구나 그 눈빛...그렇다면 더 세게 나가주마."

 

 

 

말이 끝나게 무섭게 다시 그녀의 주먹이 석현의 얼굴을 가격한다. 여자는 일방적으로 그를 공격했다. 석현이 가드할 때마다, 틈 사이로 그녀의 주먹이 정확하게 꽂힌다. 석현은 곧 정신을 잃을 것처럼 위태로웠지만, 그는 쓰러지지않았다. 여자는 개의치않고 그런 그를 더 강한 파워로 공격했다. 부하들은 자신의 보스가 저렇게 당한다는 것에 분노했지만, 눈으로만 봐도 그녀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어쩌면 그 분노가 여자의 대한 것보다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시간이 한참 흘렀다. 여자의 주먹이 까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독하다.' 그녀가 그를 평했을 때 그랬다. 석현은 쓰러지진 않았지만 공격할수도 없었다. 그저 후들거리는 다리로 서있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더 이상은 한계였다. 여자가 주먹을 든다. 석현은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이 한대면 자신이 버텨왔던 모든 게 끝이리라. 여자가 주먹을 그를 향해 휘두른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 순간,

 

 

 

"거기까지."

 

 

 

뒤에서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여자가 주먹을 멈춘다. 석현은 부은 눈으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시선이 흐려서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지원이 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로 다가온다. 여자는 뒤를 돌아 소리의 주인공을 보았다. 석현은 뒤늦게 그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의 얼굴이 환해지고, 무리들은 환호를 지른다. 회장의 경호실장 맹수현이었다.

 

 

 

 

 

 

 

석현은 생에 한 번 올까말까 한 정신력으로 미나의 공격을 버틴 겁니다.(ex 독고에서 혁 다굴 맞은 후 이태현과의 싸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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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han
오메 방심했다지만 희수가 단번에 리타이어하네.

다음화는 맹수현이랑 싸우나보네요
2018-03-31 11: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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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이
네 희수를 방심시키게 만든 것도 여자의 수였죠. 수현이랑은 제법 치열한 싸움이 될 듯 합니다.
2018-03-31 12:11:38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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