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잉~ chuing~
츄잉 신고센터 | 패치노트 | 다크모드
공지&이벤트 | 건의공간 | 로고신청N | HELIX
로그인유지
회원가입  |  분실찾기  |  회원가입규칙안내
인칭 + 대명사 (8) 20 + 20
수견식 | L:0/A:0
16/110
LV5 | Exp.14% | 경험치획득안내[필독]
추천 0-0 | 조회 657 | 작성일 2013-04-20 06:53:43
[서브캐릭구경OFF] [캐릭컬렉션구경OFF] [N작품구경OFF]
*서브/컬렉션 공개설정은 서브구매관리[클릭]에서 캐릭공개설정에서 결정할수 있습니다.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인칭 + 대명사 (8) 20 + 20

2011년 9월 23일 토요일 + 부산 망미구에 있는 산. 해발 357M.

오후 한 시 오십 분 + 구름이 조금씩 몰려든다.

 

 

“네 핸드폰이 스마트폰이라면 지금 뉴스라도 볼 수 있을 텐데.”

 

“고물 폰이라 미안합니다.”

 

나는 지금 새총을 만들고 있다. 배드민턴 채의 자루를 짧게 자르고 족구 네트에서 뺀 고무줄을 묶는다. 그리고 네트의 천 부분을 잘라내 밴드로 삼으면 끝. 이 주변엔 널린 게 돌멩이라 탄환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공구 상자에 한 가득 들어있는 큼지막한 너트와 볼트도 좋은 탄환

이 될 수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이 계집엔 뒤에서 팔짱이나 끼고 의심가득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생각보다 재주 좋네? 근데 그런 장난감 같은 걸로 뭘 하게?”

 

영 탐탁찮은 눈치다. 말보다 행동이라고, 나는 굴러다니는 플라스틱 양동이를 10M쯤에 세워둔다. 아기주먹만한 돌멩이를 올려놓고 고무줄을 힘껏 당긴다. 탄성이 좋은지 30cm정도는 너끈히 늘어난다.

 

“콰직!”

 

돌멩이는 양동이를 뚫고도 한참 멀리, 빠르게 날아간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지금쯤 입을 떡 벌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팔짱도 풀었겠지.

 

“어째 좀 위험한 장난감이지?”

 

“야……. 나도 하나만 만들어주라아.”

 

어랍쇼. 콧소리까지 낸다?

 

“넌 이거 잡아당기면 네가 날아갈 거 같아.”

 

그 말에 선영이는 뜻밖이라는 듯 피식 웃는다.

 

“내가 그만큼 가볍단 뜻이지?”

 

“아니, 무거울수록 잘 날아가거든.”

 

뒤통수로 주먹이 날아온다. 내 머리를 탄환으로 쓸 기세다. 그렇게 농지거리를 주고받고 있던 참에 별안간 선영이가 내 등을 두들긴다. 뭔가 싶어 고갤 드니 무척 다급한 듯 어딘가를 가리킨다.

 

“야, 저기 봐, 저기!”

 

선영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저 밑에서부터 어떤 사람이 올라오고 있다. 얼른 망원경을 들어 살펴보니 쉰을 넘겼

을 거 같은 중년의 아저씨. 곧 이쪽으로 다가올 것 같다. 언뜻 봐서는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나는 허리춤에 망치를 찔러 넣는다. 선영이는 퍽 당황한 눈치다.

 

“야, 왜 그러는데? 저 사람……그거야?”

 

“몰라, 모르니까 준비해두라는 거야. 좀 있으면 온다.” 아저씨는 어느새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리까지 와 있다. 오르막을 다 오르더니, 아저씨는 힘들었다는 듯 숨을 한 번 내쉬고 주변을 둘러본다. 엉망이 된 족구장을 보더니 갑자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학상들. 학상들이 이거 이래 해놨나?”

 

“아니요. 왜 그러시는데요?”

 

짐짓 모르는 체 한다. 이런 마당에 족구하러 오는 인간이 싶어서 가져다 쓴 건데, 정말 그런 작자가 있을 줄이야.

 

“족구 하러 토요일마다 온다 아이가.”

 

“누가요? 오늘 토요일인데 아무도 안 오는 것 같던데.”

 

아저씨는 손에 들고 온 가방을 땅에 내려놓는다. 그 안엔 족구공 몇 개가 들어있다.

 

“사람들이 여기 토요일마다 모여 갖고 족구하거든. 진광이가 그래서 왔다 아이가?”

 

“누구요? 여기 아무도 없는데.”

 

진광이? 오늘 아침부터 죽 있었지만 사람은 하나도 없었는데? 아저씨는 답답하다는 듯 말한다.

 

“진광이 말이다. 진광이. 학상들 앞에 있잖아.”

 

“네? 아저씨 혼자밖에 없잖아요.”

 

이번엔 선영이의 대답. 다짜고짜 달려들진 않으니 일단 안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왜인지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다.

 

“진광이, 도진광이. 여기 있다이가.”

 

아저씨는 자기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말한다. 뭐야? 그러니까 자기가 진광이란 사람이다, 이 말인가?

 

“아저씨 성함이 도진광이에요? 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어, 그래. 이름이 진광이라카이. 아까부터 계속 말했잖아.”

 

뭔가 이상한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 아저씨는 자기 자신을 꼭 다른 사람 부르듯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완전 난리 났잖아요. 거리에 아무도 안 보이던데. 사람들이 족구하러 오겠어요?”

 

선영이가 말을 얼른 돌린다. 아저씨는 고개를 휘휘 젓는다.

 

“족구는 뭔 일이 있어도 해야 된다. 진광이는 족구 빼면 낙이 없다. 그라는 학상들은 집에 안 있고 여기 왜 있노?”

 

이 사람, 제정신일까. 영문도 모르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황에 한가롭게 족구라니……정말 족구하는 소리가 아닐까.

선영인 뭐라 대답할 지 고민하는 눈치라 내가 대신 나선다. 물이 떨어졌는데 가게는 다 닫았고, 여기 있는 약수터에 물 받으러 왔다고. 별로 이상하게 들리진 않는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인다.

 

“진짜로 여기가 왜 이래 엉망 됐는지 모르는 기가?”

 

족구장이 개판이 된 게 신경 쓰이는지 아저씨는 계속 우리에게 다짐받듯 물어본다. 이번에는 선영이도 곧바로 고개를 젓는다.

 

“그럼 수고하세요. 저흰 이만 가볼게요.”

 

짐을 모두 챙기고, 선영이에게 눈짓을 한다. 의아해하는 그녀의 손을 잡아채듯이 잡고, 며칠간 지내던 이곳을 곧바로 빠져나간다. 감상에 빠질 시간 따위 없다. 티셔츠 두어 장은 빨래해서 널어놓은 채였지만 그것도 상관없다.

 

“야, 왜 그러는데?”

 

나는 거의 뛰다시피 한참을 내려간다. 선영이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묻는다.

 

“그 아저씨, 이 아니 이빨이 좀 많더라고.”

 

“뭐?”

 

뚝 멈춰서는 선영이. 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마흔 개는 넘어 보였어. 라는 얘기지.”

 

개추
|
추천
0
반대 0
신고
    
  [숨덕모드 설정] 숨덕모드는 게시판 최상단에 위치해 있으며 언제든 설정할 수 있습니다.
[L:49/A:388]
수색스츄
열심히 하십니다 ㅎ
2013-04-20 18:01:44
추천0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30일 이상 지난 게시물, 로그인을 하시면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츄잉은 가입시 개인정보를 전혀 받지 않습니다.
  
즐겨찾기추가   [게시판운영원칙] | [숨덕모드 설정] |   게시판경험치 : 글 15 | 댓글 2
번호| | 제목 |글쓴이 |등록일 |추천 |조회
6719 시 문학  
노란 꽃 - 곽재구
에리리
2020-05-26 0-0 78
6718 시 문학  
노래를 불러드릴까요 - 백창우
에리리
2020-05-26 0-0 75
6717 시 문학  
사귀게 된 돌
서울
2020-05-26 0-0 191
6716 시 문학  
좋아요
서울
2020-05-26 0-0 78
6715 시 문학  
시와 나무들
서울
2020-05-26 0-0 300
6714 시 문학  
그렇게 스친 인연 - 박얼서
순백의별
2020-05-26 0-0 121
6713 시 문학  
길 위에서 영원을 꿈꾸다 - 박얼서
순백의별
2020-05-26 0-0 75
6712 시 문학  
예순 여행 - 박얼서
순백의별
2020-05-26 0-0 84
6711 시 문학  
장날 - 노천명
크리스
2020-05-26 0-0 178
6710 시 문학  
잠없는 꿈 - 한용운
크리스
2020-05-26 0-0 89
6709 시 문학  
잠꼬대 - 한용운
크리스
2020-05-26 0-0 80
6708 시 문학  
평안스런 그대 - 김남조
사쿠야
2020-05-26 0-0 85
6707 시 문학  
편지 - 김남조
사쿠야
2020-05-26 0-0 75
6706 시 문학  
참회 - 김남조
사쿠야
2020-05-26 0-0 71
6705 시 문학  
네 생각 그 하나에 - 김남조
에리리
2020-05-25 0-0 97
6704 시 문학  
너를 위한 노래 - 박창기
에리리
2020-05-25 0-0 86
6703 시 문학  
너의 또 다른 의미 - 정우경
에리리
2020-05-25 0-0 81
6702 시 문학  
작은 짐승 - 신석정
크리스
2020-05-25 0-0 141
6701 시 문학  
부끄러움부터 배울 일이다 - 박얼서 [2]
순백의별
2020-05-25 0-0 113
6700 시 문학  
작아지자 - 박노해
크리스
2020-05-25 0-0 76
6699 시 문학  
눈망울 - 박얼서
순백의별
2020-05-25 0-0 93
6698 시 문학  
CCTV - 박얼서
순백의별
2020-05-25 0-0 85
6697 시 문학  
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크리스
2020-05-25 0-0 293
6696 시 문학  
정념의 기 - 김남조
사쿠야
2020-05-25 0-0 85
6695 시 문학  
저무는 날에 - 김남조
사쿠야
2020-05-25 0-0 76
      
<<
<
141
142
143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
enFree
공지&이벤트 | 접속문제 | 건의사항 | 로고신청 | 이미지신고 | 작품건의 | 캐릭건의 | 기타디비 | 게시판신청 | 클론신고 | 정지/패널티문의 | HELIX
Copyright CHUING Communication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huinghelp@gmail.com | 개인정보취급방침 | 게시물삭제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