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랑 살아가는 법 #09
#09 귀신과 산책했다
"하아아아암... 시원하네."
밤이라서 그런지 꽤나 시원한 날씨. 조금 서늘할지도 모르겠다.
"지이이이잉."
핸드폰이 울려왔다. 메세지를 보낸 장본인은 미나. 예상대로 내용은 '숙제좀 도와줘 ㅠㅠ' 라고 써 있었다.
"뭐, 할 것도 없는데 가볼까."
뭔가 귀신씨를 만나는 발단이 된 대사와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으나 괜찮겠지 뭐.
그렇게 미나의 집을 가던 도중, 어떤 전봇대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이 밤중에 누굴까 라고 호기심을 가져봤자 딱히 좋을게 없을 거라고 판단되어서 지나가려는데.
"칫... 없나..."
뭔가 작은 소리가 들리고는 지나가는 어떤 사람. 옷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아 매우 검은 옷을 입은 듯 하다.
최근 주변사람에게 신경이 많이 쓰이네...
그런 이유로 뒤를 돌아보자 전등에 의해 그 사람의 의상이 보였다.
"에... 엥?"
검은 도포에 역사책에서나 봤던 갓. 저, 저건 뭐지? 평범한 사람이 갓을 쓰고 다닐리가 없잖아? 아, 이게 그 코스프레라는 건가? 에이, 뭐야. 귀신에 이어서 저승사자까지 보이는 줄 알았네~
"가 아니라! 저승사자 코스프레가 어딨어!!"
하며 다시 뒤를 돌아보자 그 사람은 온데간데 없었다.
"엥? 이제 헛것도 보이나..."
최근 귀신씨라던가 회장이라던가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피곤해서 헛것까지도 보이는건가.
개학 첫날만에 이정도라니...
"늦어~!"
"누가 이렇게 늦게 부르래?"
밤 11시라고. 딱히 할일이 없는건 맞지만 바쁨 몸이시라고. 뭔소리야.
"그러니까 벌로 수학 알려줘~"
미나의 성적은 상위 10% 내외. 하지만 오직 수학만은 내가 더 잘한다. 어째서지...
"어차피 알려달라고 할 생각이였잖아."
"정답~"
"정말 괜찮아? 아프지 않아?"
"으, 응... 괜찮아..."
조금 망설이는 미나.
"그, 그러면 간다!"
"응! 와줘! 나 진이라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마."
"아얏!"
미나에 머리에 딴죽용 꿀밤 한 대.
"머리 안 아픈것 같네. 그럼 다음문제 바로 간다?"
"우우~! 숙녀는 휴식이 필요하다구! 안쉬면 미나 피부가 할머니처럼 축~ 쳐져버린다구~?"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서도."
미나의 볼을 잡아당기자 쭈욱 늘어나는 탄성이나 감촉을 생각해보면 그다지 피부가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
"근헤 저네 미이부으 자 이어? (근데 전에 미인분은 잘 있어?)"
양쪽볼아 잡아당겨지고 있기에 말이 안나오는 듯 하다.
"뭐, 굳이 잘 있냐고 물으면 잘 있지. 너무 잘 있어서 탈일지도..."
"엣취!! 어라? 따뜻한 물인데 어째서 기침이 나온 걸까요? 아, 혹시 진우씨가 저로 망상을?! 꺄악~ 진우씨도 참~ 시도때도 없으시다니까!"
뭔가 귀가 간지러운데 뭐지?
"진~ 이거 어떻게 풀어~?"
미나가 나의 별명을 부르며 말하였다.
"어... 이건 여기에 보조선을 그으면 쉽게 풀려."
"오~! 진 잘했어요~"
미나가 어린애같이 웃으면서 일어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가르쳐주는 거라고.
"음... 덥네..."
"그러면 진 그 파카 벗는게 어때?"
"티셔츠밖에 안 입었다만."
"그전에 진은 파카를 벗는 것밖에 없어~"
"그러니까 누구 따라하지 말고 빨리 이거나 풀어."
"으음~ 모르겠어!"
"1초 포기?!"
"우와아~ 다했다아~"
미나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음... 어떻게든 다했네."
현재 시각은 12시.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하다. 뭔가 귀신씨가 부비트랩을 설치할 이상한 상상도 되고 말이지.
"돌아가게?"
"뭐, 그렇지. 또 신발장에서 자지 마라."
"아~ 그거에 대해서!"
미나가 내 옷깃을 붙잡으며 말하였다.
"내가 침대에서 잤을 때, 신발장에서 일어났으니까~ 신발장에서 자면 침대에서 일어날거야! 나 천재일까나?"
... 발상의 전환도 뭣도 아니잖아.
"아무튼 난 간다."
"잘가아~"
그렇게 미나의 집을 나왔다.
"이제 할것도 없고 밤도 늦었으니 집이나 갈까."
그렇게 순식간에 집 앞까지 도달했을때, 아까 보았던 저승사자 코스프레의 주인을 또 보게 되었다.
"헛것이 아니냐고..."
늙은 사람들이 최대의 공포를 느낀다는 저승사자와의 대화. 제가 직접 한번 해보겠습니다!
"으야야야야야앗!"
무작정 돌진. 저승사자 코스프레의 주인은 놀란듯이 뒤를 돌아봤다. 가까이서 보니 키가 꽤나 작은 듯 하다.
"으아아앗! 뭐, 뭐냐앗!"
갑자기 저승사자 코스프레의 주인의 손에서 노랗고 긴 무언가가 나오더니 내 배를 가격했다.
"쿨럭!"
회장의 공격으로 단련된 몸이라서 넘어지지 않았다.
"무, 무슨 짓이더냐! 감히 여기가 어느 안전이라고!"
우리집 앞입니다만...
"그쪽이야말로 우리집 앞에서 무슨 용건이지?"
"아? 너의 집이더냐? 그러면 안내하거라."
키도 작은게 거만한 말투로 나를 부려먹기 시작했다. 뭔가 싫었지만 저 노랗고 길다란 물건에 또 맞기는 싫기에 집으로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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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분들이 그다지 많지는 않지만 늦어서 면목 없네요...
제 잉여력이 여수엑스포에 의해 상실되서 어쩔수가 없었어요;
아무튼 재밌는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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