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여자친구..2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바깥은 쨍쨍한 한 낮이 되어 있었다.
기지개를 피며 옆을 바라보니 어제 아침이 다 될때까지 공포에 떨던 성진이가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도대체 뭐였을까...'
어제 겪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 보니 다시 한번 공포가 엄습해 왔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잊자.. 당분간은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겠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성진이를 깨웠다.
"야 임마 일어나 주말이라고 언제까지 쳐 잘래! 라면이나 끓여먹자"
"으..으응"
성진이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일으켰고 우리는 대충 얼굴만 씻은 뒤 라면을 끓여먹었다.
"있잖아..어제..."
라면을 먹던 도중 성진이가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아.. 나도 몰라 ㅆㅂ.. 그냥 우리 당분간 어제일은 얘기하지 말자 생각도 하기 싫어 알았지?"
나는 성진이의 말을 끊고 약간은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알았다"
성진이 역시 납득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고 우리는 조용히 라면을 먹는데만 열중하였다.
식사 후 성진이는 한참을 우리집에서 뒹굴거리다 저녁이 다 되서야 집에 갔고 그렇게 전 날의 일은
지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날 밤...
난 꿈을 꾸었다....
난 어제 걷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진이도 정아도 없는 나 혼자였다.
게다가.. 어제와는 반대로 모든 가로등의 불은 꺼져있었고 어제 당시에 꺼져있던 가로등만 홀로 불빛을
비추고 있었다..
'뚜벅 뚜벅..'
어느덧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가로등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곳에는 검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얼굴을 파묻고 쭈그린 체 가로등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아...가면 안될거 같은데 ㅆㅂ..'
나는 꿈에서도 그 여자 쪽으로 가면 안된다는걸 직감했지만 내 몸은 이미 내 의지를 떠난 체 그녀가
있는 곳으로 걷고 있었다.
그렇게 걷다보니 그녀와의 거리가 몇 걸음 체 남지 않았을 때였다.
"어딨어?"
착 가라앉은.. 그리고 감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차가운 목소리가 내게 물었다.
'뭐가 어딨냐는 거지.. 이 망할년이 뭐라는 거야..'
너무 겁이난 나머지 속으로 욕지거리가 치밀어 올랐지만 내 입술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떨어지지 않았다.
"어딨어?"
그녀가 얼굴을 파묻은 상태에서 다시 한번 나한테 물어보았다.
나는 너무도 무서운 나머지 몸 전체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하였다.
'뭐가 어딨냐는 거지.. 뭔지 알아야 대답을 할거 아냐..'
마음 같아서는 빨리 대답을 해주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나는 그녀가 무엇을 찾는지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말 조차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녀가 고개를 숙인 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나지마라..일어나지마...'
나는 속으로 그녀가 그냥 앉아있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랬다.
"덥석!!"
순간 몸을 일으킨 그녀가 갑자기 내 손목을 꽉 잡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며 내게 소리쳤다.
"그년 어디있냐고!!!!!!"
"우아아악~!!"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하아...하아..."
너무도 놀란 나머지 아직도 심장은 빠른속도로 뛰고 있었고 이마와 등은 식은땀으로 흥건해져 있었다.
눈가를 만져보니 눈물까지 살짝 맺혀있음을 느꼈다.
"뭐야 이건 ㅆㅂ..."
너무나도 무서우면 화가나는걸까.. 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꿈에서 본 그녀..
마지막 고개를 든 그녀의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순간의 일이라 기억은 잘 안나지만 내 뇌리에 남은 그녀의 모습..
창백한 그녀의 얼굴에 있는 커다란 두 개의 검은 구멍..
그녀는 두 눈이 있어야 할 곳에 커다란 구멍만이 뚫려있었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