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아트 온라인 인피니티 워 (31)

일본 역사상 최대의 전쟁인 동시에

어느 누구에게도 알려져서는 안되는

어둠 속의 전쟁 아닌 전쟁을 보고받고 있는

통합막료감부의 수뇌진이 모여 있는

방위청사의 지하 상황실은

무거운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나까소네 전 수상이

방위청사 개관 시

‘가라앉지 않는 일본의 불침항모’라 떠벌렸던

그 방위청사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두려움과 절망으로 뒤덮힌 분위기가 지배를 하고 있는

그런 칙칙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런 손상을 입지 않았지만

그 곳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어둠과 절망,

그리고

무력감 그 자체의 분위기 그 자체였고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책 회의도

그런 분위기에 어울릴 만한 최악의 분위기였으니.......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 보고하시오."

통합막료장인 후지와라 미치나가 일급육장이

침울한 목소리로 명했다.

그리고

그런 힘이 완전히 빠진 듯한 지시에

부동자세를 취한 채 서 있던

통합막료감부 소속 정보 부본부장인 타나카 신이치 해장보가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전술기호가 점멸하고 있는

가브리엘 밀러가 지휘했던

미국의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 소속의 용병들과

일본의 자위대원들이 교전을 벌였던

오션 터틀과

그 오션 터틀이 있는 이즈 반도 해상 지역에 현제 접근하고 나서

다시 그 오션 터틀이 있는 해역 일대를

완전히 원형진으로 포위하고 있는

러시아 북해 함대 기함인

표트르 벨리키 키로프급 핵추진 순양전함과

그 기함을 호위하고 있는

우달로이 급과 소르베멘니급 구축함 전단이 있는

그 지역 부근의

일본 전도를 투영시켰다.

"그 미국의 용병들에 의한

 기습적인 공격으로 인해

 우리 오션 터틀 내의 자위대원들의 초기 대응이 미진한 점이 있어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타나카 신이치 해장보가

애써 완곡한 표현을 써가며 자위대의 대패를 시인했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다.

미국의

글로젠 DS 시큐리티 그룹 소속의 용병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놓고

오션 터틀 내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 곳에 있었던 자위대원들에게 공격을 할 정도로

당당히 싸웠던 상황에

기습공격을 했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했으며,

알아서 처신하는

일본 특유의 관료세계의 습성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 쪽에서

 그 오션 터틀을 호위하기 위해서 보냈던
 
 그 준 이지스급 호위함 DD-119 아사히 함의 함장이

 그 미국 방위산업체 연합으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은

 그 방위성 사무차관의 지시로

 일부러 오션 터틀을 떠난 것도 모자라서

 24시간이나

 그 근처에서 망부석마냥 우두커니 서서 기다리는 한심한 짓거리를 벌였다는 것도

 돌아버릴 노릇인데....."

신이치 해장보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해상자위대인 그가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일본의 해상자위대가

말 그대로

미국의 방위산업체 그룹의 명령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애완견만도 못한 한심한 행동을 보였다는 사실도 모자라서

이제는

그 해역에

러시아 북해함대 기동전단이

마치

오션 터틀을 호위(?)하는 것처럼

주둔(?)하게 되었고

그 전단의 위력시위에

원래

오션 터틀을 호위해야 하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그 DDH-119 아사히 함이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까지

보고를 해야 하는

자신의 팔자에 대해서

이 세상의 모든 욕설을 속으로 쏟아내야만 했고

완전히 똥을 씹은 듯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해상자위대 막료장과

고급 막료들 앞에서

그리고

그런 소식을 이제서야 알고

경악 그 자체로

말없이 그를 보는

육상자위대 막료장과

항공자위대 막료장을 차례차례 돌아보던

신이치 해장보는

그 끔직한 소식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야 하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저주하면서

목이 메여 말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했던

그의 목울대가 꾸울꺽 움직이더니

잠시 후 말을 이었다.

"실례했습니다.

 그 매국노만도 못한 비국민적인 행동을

 우리 해상자위대가 행했다는 것에 대해서

 이제서야 밝히게 된 점은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그리고

 그 러시아 북해 함대가

 지금

 그 오션 터틀을 확보하게 된 상황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했다는 점도 말입니다......"

그 말에

육상자위대 막료장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그런 바보짓을

 미국의 그 군수재벌들이 시켜서

 해상자위대가 그런 짝짜궁 짓을 한 덕택에

 미국의 용병들과

 우리 자위대

 그것도 육상자위대가 바다 위에서 교전을 벌였다는 것도

 막지 못했단 말이오?!

 거...거기에

 러시아 북해 함대가

 일본의 영해 내에서 마음껏 활보하는데도

 그것조차도 막지를 못하다니?

 그....그러고도

 당신들이

 세계 5위내에 있는 해군을 보유한 해상자위대가 맞기는 한 건가?

 말 그대로

 너희들 해상자위대는

 미국과 짝짜꿍을 한 댓가로

 우리 일본의 전 자위대를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 잘난 준 이지스함 DDH-119 아사히 함은

 마치 거세당한 황소마냥

 그 해역을 빙빙 돌기만 해?"

라고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말하자

신이치 해장보는

고개를 거의 직각으로 숙이면서

어떤 질책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얼굴로,

"죄송합니다!"

라는 말만 하자

"끄응! 이거야 원!"

나카무라 도시오 육상자위대 막료장의

가시가 돋힌 듯한 질문에

타나카 신이치 해장보가 할 수 있는 말은

‘죄송합니다’밖에 없었다.

그 말에

나카무라 막료장이

너무나 기가 막혔는지 앓는 소리를 냈다.

"정보부장,

 그...그러면

 우리 해상자위대가

 그 미국 군수재벌의 용병으로서 활동했다는 말인가?"

라고 질책을 하듯이 말하자

신이치 해장보는

"아닙니다.

 그 준 이지스급 호위함 DD-119 아사히 함의 함장과

 그 함장이 속한 해상자위대의 계파들만이

 그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고

 제 1, 제 2, 제 3, 제 4 호위대군에 대해서

 자체적인 감찰을 벌인 결과

 다른 쪽은

 그런 일에 연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상황입니다.

 그나마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적어도

 다른 해상자위대 쪽은

 미국의 그 군수재벌들의 입김과 시력이 닿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거, 다행이군."

후지와라 통합막료장의 질문에

신이치 정보 부본부장이 희망 섞인 답을 내놓자

가만히 듣던

나카무라 육상자위대 막료장이 약간 조롱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그의 표정에는

분명 불만이 가득해 보였고,

곧

그는 하늘이 꺼져라 한숨을 내벹고는

"후우!

 말 그대로

 전후 최초로

 미국과 일본이 직접적인 교전을 했다는 것을 숨겨야 하다니.....

 어쩌다 우리 일본 자위대가

 그 돈만 아는

 허접쓰레기 같은 미국의 군수재벌들에게

 이리도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그...그리고

 그 러시아 함대는

 왜 이즈 제도 해상으로 갑자기 오게 된 건가?

 우리 쪽에서

 영해 침범으로

 당장 러시아에 따지던지

 아니면

 해상자위대의 모든 호위대군을 보내서라도

 저들을 밀어내던지 해야 할 거 아닌가!"

라고 강하게 따지자

그 말을 듣고 있던 신이치 해장보는

자신도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그...그렇지 않아도

 미국 측을 통해서 러시아 쪽에 압력을 넣으려고 했는데

 미국 측이

 오히려 그 일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말라고

 역으로 우리에게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이즈 제도 부근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오션 터틀이 있는 해역을 중심으로 해서

 UN과 NATO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미 해군과 러시아 해군의 임시 해상 합동 기동훈련을 한다고 하고

 저 러시아 북해 함대는

 그 훈련의 일환으로 미리 와서 대기하는 거라고 합니다.

 게...게다가

 그 해역 일대를 국제군사관리구역으로 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서

 정부에서도 난감하다고 합니다.

 오히려

 우리 쪽에서

 그 해역으로 접근하는 다른 선박들을 막아달라고

 해상자위대의 지원을 부탁한다고 하는 통에

 저희들 입장도

 매우 난감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라고 한탄을 하듯이 내벹자

나카무라 육상자위대 막료장의 얼굴은

황당함이 어리다가

곧 얼이 나간 듯한 목소리로

"미....미 해군과

 러시아 해군.......의 임시 합동 해상 기동훈련.......?

 게...게다가

 그 UN과 NATO가 공동으로......

 그것도 모자라서

 오션 터틀이 있는 그 해역 자체를

 국제군사관리구역으로 확정까지 했다고.....?

 그 말은

 그 곳은 일본의 영해가 아닌

 UN이 관리하는 국제구역으로 지정했다는 말인데.....

 그....그렇다면

 그 오션 터틀 아니

 그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에 대해서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UN과 NATO가 안다는 건데.....

 무슨 보안유지가 그렇게 형편이 없는 건가?

 개나 소나 다 알고!"

그런 나카무라 육상자위대 막료장의

가시돋힌 말투에 뒤이어서

보고를 받던

통합막료장인 후지와라 미치나가 일급육장조차도

한숨과 함께 말을 했다.

"전 세계에서도 10위권 안에 든다고 자랑하던

 우리 자위대의 보안 능력과 내부 기강이

 이 정도로 형편없었을 줄이야......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그는 이런 암울한 현실에 대해 자조 섞인 한탄을 뱉어냈고,

하품이 전염되듯 그의 한탄도

순식간에

그 곳에 있는 자위대의 상급 지휘관들 수뇌부로 퍼져

곧 여기저기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리고 그런 한숨 속에서

그나마 신이치 해장보는 희망이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그래도...

 그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이 노출되었다는 정황은 없습니다.
 
 러시아나

 미국 쪽의 정보통에게 넌저시 물어보기는 했는데

 이번 훈련의 목적과

 그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이 연관되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그리고

 이번 훈련이 왜 진행되었는지도

 저의 정보통들도 모른다고 합니다.

 러시아나 미국도

 정부 최고위층의 직접 지시로

 갑자기 훈련을 한다고만 하고

 자세한 사정은 그들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UN과 NATO가 움직인 이유도

 전혀 짐작을 못한다고 하고 말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거는

 절대로

 프로젝트 앨리시제이션이

 그들에게 새 나가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그거는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