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신 마이트레야 예언
내가 오랜만에 웹툰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갓 오브 하이스쿨(갓오하) 6부 'RE:신과한판'에는 미륵(彌勒), 즉 마이트레야(Maitreya)라는 구세주가 강림해서 악을 멸하고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는 예언이 존재한다. 그 예언은 작품 내의 인물들도 중요하게 여기며, 심지어 우리 독자들도 가장 중요한 단서로 취급한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예언을 바탕으로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할 것인지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425화부터 던져진 그 예언을 함께 보자.
'NOX 1장 1절. 그날은 도적처럼 오리니 항상 깨어 식장하고 있으라. 신이 너희를 떠나고 56억 7천만 년이 지나면 대환란이 올 것이매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께서 3가지 징표를 세우신 후 구세주가 강림하실 것이다. 절대신(Maitreya). 수천 수만의 괴이를 이끌고 절대신께서 땅에 내려오시리니 꺼지지 않는 불이 1000일 밤낮 동안 부정한 것을 정화하고 악한 자를 멸하리라.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되어 천지가 개벽할 때에. 선지자(masa). 선지자가 절대자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너희 곁에 올 것이며 스스로를 절대신에게 번제의 제물로 바쳐 우리 모두의 죄를 사하심에, 진정한 신인합일을 이루고 붉은 날개를 펄럭이며 새로운 사람의 아들, 새로운 바람을 가져 올 것이며, 신, 인, 마 삼라만상의 균형을 이룩토록 하리라.'
이 예언이 의미하는 바는 단 한 명의 우주의 주인, 단 한 명의 최후의 절대신이 마이트레야라는 자가 되어 세상을 구원한다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예언과 예언 속 그림들이 한 사람을, 즉 '여래의 힘을 얻은 박무진'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예언에서 언급된 붉은 날개라는 것이 생긴 자는 박무진밖에 없다.
그래서 제천대성 진모리, 오딘, 사주(四柱) 등 작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도 절대신 마이트레야를 '여래의 힘을 얻은 박무진'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바로 단정을 짓고 끝내기에는 좀 이상한 점들이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추리일 뿐이다.
여기까지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과, 그리고 끝까지 글을 다 읽으신 분들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
"허, 참 나. 어이가 없네. 작품에서 절대신 마이트레야라는 호칭이 쓰이고 있는 자가 박무진인데 네까짓 게 뭐나 된다고 이상하다고 느끼냐? 개소리 작작 해라."
물론 맞다. 나의 추리일 뿐이지, 아직까지 작품 내적으로 따졌을 때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분명히 박무진이다. 하지만 작품 연구를 하며 아직까지 작품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항을 작품에서 확실히 밝혀지기 전에 예상해 보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내가 통념과는 다른 생각을 해서, 그러다가 결국 내 생각이 틀렸다고 밝혀지고 끝나더라도, 이것이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게시글도 아니니까 설령 틀리더라도 그게 죄는 아닐 것이다.
이 게시글을 읽어주는 사이트 회원, 비회원 분들은 넓은 마음을 가져주시면 고맙겠다. 추리이기 때문에 비약이 상당히 많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무진은 마이트레야가 아니며, 예언 속 그림들은 진모리만을 뜻하는 장면과 박무진만을 뜻하는 장면들이 따로 구분되는 것 같다.
혹은 어쩌면 박무진도 한동안은 마이트레야로서 군림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진모리가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인 '절대신 마이트레야'로 거듭나는 결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장면들은 이 장면들이다.
여러분들도 혹시 이 사진을 보니 내 생각이 짐작이 되지 않는가?
이제 더 뜸을 들이지 않고, 내 생각을 말하겠다.
예언 속 글귀로만 따지면, 절대신(Maitreya)과 선지자(masa)가 같은 사상으로 함께 움직이는 상보적인 관계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귀가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된 내용으로 판단하자면 사실 예언 속 절대신과 선지자는 상보적인 관계가 아니라 서로 적대적인 관계일지도 모른다.
절대신과 선지자는 흑과 백이라는 대립적인 색으로 그려지며, 예언을 묘사한 그림에서 단 한 번도 같은 곳을 보지 않는다. 절대신은 왼편에서 오른편을 향하고, 선지자는 오른편에서 왼편을 향한다.
이들은 예언에서 단 한 번도 같은 곳을 보지 않는다. 이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르며, 그렇기 때문에 절대신과 선지자가 서로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비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절대신 마이트레야 예언' 다음으로 중요한 예언으로 취급을 받는 다른 예언을 살펴보고 두 예언의 구도를 비교해 보자.
라그나로크를 예언하는 '대환란'이라는 그림이다. '절대신 마이트레야 예언' 속 글귀에서도 잠시 언급된 대환란이 바로 이것이다.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진 자들끼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여러 세력 간의 대립을 다루는 구도라는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각 세력의 수장들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며 대립적인 색깔인 적색과 청색으로 그려진다.
절대신과 선지자도 여러 차례 따로따로 그려지며, 대립적인 색깔인 흑색과 백색을 띄고 있으며, 우연으로라도 같은 곳을 바라보게 그려지지 않는다.
모두 우연일 수 있다. 하지만 의도일 수도 있다.
이제 절대신 마이트레야라는 자를 보자.
그림 속에 그려진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외형만 보면 현재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신들인 진모리와 박무진 중 어느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제천대성 진모리에 더 가깝다.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구름을 타고 있다. 절대신들 중에서, 이 작품 전체에서 구름을 타고 다니는 자는 제천대성 하나뿐이다.
그리고 절대신 마이트레야 머리 위에는 용이 두 마리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도 지금까지는 단순히 용이 두 마리인 줄 알았지만, 과연 정말로 '용이 두 마리'일까? 아래에 있는 머리는 뿔이 없고, 위에 있는 머리와는 비슷하지만 다르게 생겼다. 용과 비슷하지만 용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존재, 즉 한 마리는 이무기를 표현한 것이다.
용과 이무기이다. 진모리는 용의 힘과 이무기(휘모리)의 힘을 모두 다룬 바가 있었다. 박무진이나 여래가 이무기까지 다루던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를 마물들도 있지만, 푸른 덩어리는 누가 봐도 해태이다.
선지자와도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마물들을 이끌며 마물들과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용과 이무기마저 다루며, 마족을 이끄는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묘사로 따지자면 진모리에 더 가깝다.
다음 예언인 '꺼지지 않는 불과 천지개벽'을 보자.
나로서는 '꺼지지 않는 불'이라는 단어를 보고 직감적으로 떠오른 것이 두 가지밖에 없었다. 제천대성의 뇌전(열뢰)과, 휘모리에 의해서 정말로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언급된 울티오(탐)의 검은 불꽃이 떠올랐다.
여러 문화권에서 벼락(뇌전, 열뢰)은 악한 자를 벌하는 신의 심판, 신의 분노를 의미했다. 제천대성은 이 힘으로 직접 악한 자들도 여럿 쓰러뜨렸다.
울티오의 꺼지지 않는 검은 불꽃은 탐의 힘이다. 울티오 역시도 이 힘으로 악한 자들인 천계 신들을 쓰러뜨렸다. 울티오가 절대신 후보도 아닌데 그게 무슨 연관이 있는가 싶겠지만 울티오는 박무진을 끝까지 지지했다. 울티오의 모든 만행은 박무진이 만들 세상을 위해서였다. 울티오가 한 것이지만 신들을 처벌하려는 것은 박무진이 원했던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꺼지지 않는 불이 1,000일 동안 세상을 정화한다는 내용은 누구나 하나로 동의할 만한 내용이 아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애초에 이 작품에서 한 사건이 1,000일(약 3년) 밤낮 동안 지속된 적이 전혀 없다. 1,000이나 10,000은 긴 시간을 과장하기 위해서 흔히 쓰이는 숫자일 뿐이다. '만세'처럼 말이다.
예언의 글귀에서 대환란(라그나로크)이 언급된 이후에 나오는 '꺼지지 않는 불'은 라그나로크 당시의 제천대성 혹은 울티오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하는 예언에서 언급된 표현을 최대한 반영해서 생각하자면 역시 가장 정확한 것은, 휘모리에 의해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 직접적으로 언급된 울티오의 힘(탐의 힘)이 악한 자들을 멸했다는 뜻일 수는 있지만, 벼락도 불과 비슷하게 생각한다면 '라그나로크의 승리자이자 절대신'인 제천대성이 대환란 당시에 악한 자들을 멸한 심판을 뜻할 수도 있다.
물론 어쩌면 박무진이 지금 6부에서 행하고 있는 '선별'을 뜻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박무진이 직접 언급한 선별의 기준은 애초에 선악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능력의 유무이므로 악한 자들을 멸한다는 예언과는 거리가 있다.
이 후보들 모두가 비약이지만, 원래 예언이라는 게 그런 것이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된다는 것도 5부와 6부 양쪽 다 묘사되었다.
5부에서는 하늘(천계)이 땅(현세, 지상계)과 융합해서 하나가 되고자 하였다. 물론 5부에서는 실패했다. 그러나 6부에서는 땅이 하늘로 솟구쳐서 하늘에 땅(여래의 신전)이 떠 다니고 있다.
혹은 하늘과 땅을 실제가 아닌 다른 대상에 대한 비유로 해석하는 방법도 있다.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된다는 것은, 하늘로 비유되는 높은 자들인 천계의 신들의 입장이 격하되고, 하늘보다 낮았던 땅, 즉 땅으로 비유되는 인간의 입장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신보다 높아졌던 5부 라그나로크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늘과 땅을 실제가 아니라 다른 대상들에 대한 비유로 본다면 5부 라그나로크를 뜻하고, 하늘과 땅을 실제 하늘과 땅으로 본다면 6부에 가깝다.
다음 예언부터 (마이트레야와는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는) 선지자에 대한 내용이므로, 여기까지의 예언을 선지자(박무진)가 활약하지 못한 대환란(라그나로크) 시절이라고 해석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음은 선지자에 대한 예언이다.
이 선지자는 절대자의 길을 예비한다.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진모리라면 어떻게 선지자 박무진이 진모리의 길을 예비한다는 것인지 의아할 수 있으나 선지자가 길을 예비하고, 절대자가 그 길로 나아간다면 결국 세상에서 남는 것은 절대자라는 뜻이므로, 이 작품의 결말로 추정되는 '박무진(여래)의 패배' 이후에 진모리가 유일한 절대신으로서 군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는 절대자의 길을 예비했다는 것은 절대신의 목표를 선지자가 만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유료 연재 기준으로 486화가 진행되었고, 무료 연재 기준으로는 482화가 진행된 2020년 10월 3일까지 나온 내용들에 따르면, '지금의 진모리의 힘으로는' 여래의 힘을 얻은 박무진의 상대가 되지 못하며 진모리는 박무진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절대자가 선지자를 통해 목표를 갖게 되고, 절대자가 결국에는 그 목표를 이루게 되면, '마이트레야와 대립하는 선지자'가 절대자(마이트레야)의 길을 예비했다는 예언도 그럭저럭 들어맞는다.
선지자가 스스로를 절대신에게 번제의 제물로 바친다는 그림이 이어진다. 이 부분은 내 비약투성이인 글에서도 가장 비약이 심한 부분이다. 내 비약이 너무 뻔뻔스러워서 역겨울 수도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
계속 보니까 귀엽기까지 한 검은 덩어리(절대신 마이트레야)가 흰 덩어리(선지자)를 삼킨다. 내 비약투성이인 추리의 가장 큰 약점이 바로 이런 지적이다.
"박무진이 마이트레야가 아니라 선지자이고, 진모리가 마이트레야라면 박무진이 진모리에게 스스로를 번제의 제물로 바칠 리가 있는가?"
솔직히 동의한다. 여래 본체가 부활해서 세상과 인류 전체를 멸하려 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박무진이 진모리에게 스스로 목숨을 헌납할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나의 비약으로도 근본적으로 이 부분을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예언이 마이트레야 진모리 vs. 선지자 박무진 구도일 수도 있다는 나의 비약으로 이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이트레야가 박무진이라는 가설도 이 부분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그림은 마이트레야가 선지자를 삼키는 내용인데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갑자기 절대신의 모습은 없어지고 외형이 바뀌어 버린 선지자의 예언으로 이어진다. 이 다음에 나오는 선지자를 언급하는 예언들은 박무진을 뜻하는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인간의 죄를 사하기 위해 선지자가 절대신에게 스스로를 바쳤다고 했지, 선지자가 절대신마저 제치고 단독 행동을 한다고 했는가?
글귀로만 읽으면 앞뒤가 이어지는 것 같지만, 그림으로 보자면 절대신이 선지자를 취했다는 이 예언과, 선지자에게 붉은 날개가 생긴다는 다음 예언은 애초에 이어지지도 않는다.
마족으로 보이는 괴이들을 이끌고 왔다고 묘사된 마이트레야가 제천대성 진모리라면 이 장면은 제천대성이 선지자 삼장을 취한 과거 일화를 묘사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6부에서도 삼장은 혼백 비슷한 형태로 진모리를 도와주고 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서로 대립적인 색상으로 표현되는 절대신과 선지자를 한 명씩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예언들이 앞뒤로 이어지는 듯하지만 사실은 앞뒤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엇갈리는 내용일 수도 있다.
선지자와 절대신이 진정한 신인합일을 이룬 듯하다. 이 그림에서조차 마이트레야와 선지자는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며 흑백의 대비가 극명하다.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박무진이든 진모리든 간에 둘 다 이미 신인합일을 이루었거나 이룬 적이 있다. 절대신 마이트레야의 강림으로 이어질 '진정한 신인합일'이 박무진 같은 방식인지, 진모리 같은 방식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붉은 날개를 펄럭인다는 그림에서는 누가 봐도 '절대신 마이트레야랍시고 묘사된 검은 덩어리'가 없이 선지자만이 그려져 있고, 그림 속의 저 남자는 이 예언에서 오직 선지자만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을 향해 날갯짓하고 있다.
'선지자'와 '붉은 날개가 생긴 남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 그림과는 외형이 바뀌었지만, 붉은 날개가 생긴다는 그림 속의 저 남자가 바로 선지자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이 그림은 사탄에게서 붉은 날개를 빼앗은 박무진을 뜻하는 것이 자명하다.
신, 인, 마 삼라만상의 균형에 대한 이 묘사도 내 비약에 불을 지폈다. 맨 아래에 있는 동그라미가 인류의 영역을 뜻하며, 고귀하게 묘사되는 듯한 자들이 신들이며, 사악하게 묘사되는 자들이 마족일 것이다.
그 마족의 대표자로서 동그라미 속에 그려진 검은 덩어리는 절대신 마이트레야와 굉장히 유사하다. 만약에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묘사라면 절대신 마이트레야는 천계나 인류 출신이 아니라, 마족 출신이라는 단서일 수도 있으며 만약에 그렇다면 마왕(魔王) 제천대성이 '절대신 마이트레야'라는 의미일 수가 있다.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강림하기 전의 세 가지 징표도 짚고 넘어가야겠다.
첫 번째인 짐승의 표식은 Wi-Fi이다. 이것은 박무진이 만든 것이 맞다. 선지자는 절대자의 길을 예비한다고도 하니까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주목하셨으면 하는 부분은 누가 만들었냐는 것보다는 '짐승'이라는 표현이다. 왜 하필이면 짐승인가? 짐승의 속성은 무엇인가?
짐승은 현명하지 않다. 짐승은 이성적이지 않고 야만적이다. 짐승은 잔혹하다.
그래서 '짐승'이라는 표현은 '신에게 대항하는 자'를 뜻하는 경우가 있다. 다니엘서와 요한묵시록에 실제로 나오는 짐승이라는 표현도 신을 거역하는 대항자를 뜻한다. 짐승의 표식을 만든 자가 절대신을 포함한 모든 신들을 증오하는 박무진이라는 것은 괜찮은 서사이다. 그리고 모든 신들을 증오하며 신에 대항하려 하는 박무진이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이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아니라, 절대신 마이트레야와 대적하는 입장이 훨씬 잘 어울리기도 한다.
첫 번째 징표는 박무진이 만든 것이지만 두 번째와 세 번째는 딱히 박무진만이 만들었다고 볼 수 없다.
두 번째 징표인 새사람의 아들들, 즉 신인류의 탄생은 박무진의 심복인 울티오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깊게 따져 보면 '열쇠'들이며 진모리를 지지하는 박일표와 리수진 때문이기도 하다. 박무진 일행과 진모리 일행이 모두 원인이 된다.
세 번째 징표인 '피의 비(血雨)'는 사상적으로 진모리와 박무진 양쪽 모두에게 척을 진 상만진이 만든 것이다. 그나마 상만진이 박무진의 편에 더 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누가 어떻게 만들었든 간에 이 징표들이 마이트레야를 박무진(여래)으로 확정할 만한 근거는 아니다.
세상에 징표가 나타나고 만약에 결국 '절대신 제천대성 진모리'가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되더라도 이 예언은 틀린 것이 아니라 이루어진 것이다. 단지 마이트레야가 강림하기 이전에 세상에 나타날 징조들일 뿐이니까.
예언 속 글귀에서 신이 너희를 떠났다는 표현은 환웅이 인류에게 차력을 주고, 주신들이 천계로 돌아갔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천계 시간을 기준으로 역산했을 때 예언에서 주장하는 절대신의 강림 시기는 20세기 말, 21세기 초, 그리고 작품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6부 시점이라고 한다.
절대신 마이트레야가 박무진(여래)이라는 가설을 지지하려면 앞서 언급된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는 틀렸고, 박무진이 절대신 여래를 통해 엄청난 힘을 얻은 6부 시점 하나만이 옳은 시기라고 전제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두 시기는 아예 틀렸다고 장담할 수가 있을까?
절대신의 현세 강림을 뜻한다면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도 충분히 맞는 설명인데 말이다. 물론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라는 시기에 부합되는 절대신이 '현재의 정설인 마이트레야 박무진'이 아니라 절대신 제천대성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20세기 말과 21세기 초는 틀린 시기였다면, 그저 깔끔하게 6부 시점 하나만을 언급해도 상관없을 문제였다. 그런데 독자들에게 혼란만 야기할 뿐인데도 굳이 박용제 작가님께서 다른 두 시기까지 모두 짚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까지 모든 언급들이 완벽히 들어맞은 예언에서 시기가 세 가지나 제시되었는데, '예언의 이 부분에서만 굳이' 제시된 사실들을 취사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된 두 시기는 틀렸고, 6부 시점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 진모리가 6부에서 예언 속의 절대신 마이트레야로 거듭난다고 생각한다면 취사선택을 할 필요도 없이 그 세 시기들 모두가 들어맞았을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세상에 존재하는 절대신은 '절대신 제천대성'과 '절대신 여래의 힘을 받은 박무진'까지 둘밖에 없으며, 둘 중 살아남는 절대신이 마이트레야가 될 것이다.
두 절대신들의 최종 대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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