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라 이야기 re: 2
"세상에 대한 원망, 분노, 증오가 극에 달해야만 이 힘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남자친구를 눈 앞에서 잃었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유미라에게는 거의 잊고 살았던 심각한 트라우마가 있었다.
유미라에게는 오빠가 있었다고 한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매일 미친듯이 검술 수련을 한 집안의 유망주었으나...
별로 정보가 없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꺼렸다.
그리고 또 령이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이 아이도 잘은 기억은 안 나지만...
어린 나이에 참혹하게 난도질당해 죽었던 건 또렷히 기억난다.
유미라가 죽였다.
유미라가 령이를 죽였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게 사실인 줄만 알았다.
"이 녀석들 층이 올라갈수록 지능이 높아지고 있어."
"1주인의 정체가 짐작이 가..."
마천루 1층.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일표와 모리는 코웃음을 쳤다.
팔괘로. 8개의 길 중 하나만 진짜 길인 아주 뜨거운 냄비다.
"여기에 며칠을 있어봤는데... 너 때문이었잖아 여우야"
천장에 달린 TV가 지직거리며 익숙한 녀석의 모습이 나왔다.
"오랜만이지? 내가 마천루의 주인 태상노군이다"
"게임은 간단해 8개의 길 중 하나만 진짜고 나머지 7개는 끝없는 어둠... 커헉!"
진모리가 태상노군의 안면을 강타했다.
"어떻게 팔괘로에서 탈출을...? 아차! 화안금정으로 내 생각을 읽었구나!"
"천계 최고의 천재면서 몰랐던 척 하지 말고, 우릴 빨리 지구로 데려가."
"그래 사실 너희들 도움이 필요했거든 말이 좀 길어질거야"
"아들을 바랐는데 왜 또 딸인 것이냐!"
"아빠... 무서워..."
동생이라며.
"여자가 무슨 검술이야?"
"애 낳는 기계지."
동생이라며...
유미라는 그 기억을 의도했든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지웠다고 생각했다.
"X발 또 여자얘야"
푹.
푸욱.
죄없는 갓난아기가
어쩌면 엄마를 언니라 부르며 사는 게 고통스러웠을테니
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여웠던 그 아이가
"이 아이는 조현병입니다. 그래서 자기 동생을 이유없이 죽인 것 같아요."
"일단 보호관리처분을 하겠습니다."
"내가 죽인 줄 알았잖아... 지금까지..."
참혹한 시체가 되어 있었던 기억을 어찌 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