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대성은 죽이는게 맞다.
박무진은 틀리지 않았다.
당신같으면 천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여 수많은 오래국 시민을 굶주림에 시달리게 하고, 자기는 나몰라라 한 채 모험을 다니는 정신나간 독재자가 기억을 잃고 전생했다고 해서 그가 완전히 착해졌다고 믿을 수 있는가?
답은 no 이다.
박무진은 인간을 위한 여건 중에서 진모리의 폭주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진모리가 과거 성격이 돌아와 독재를 시작하거나 지구를 파괴할 지 누가 아는가?
만약, 1% 아니 0.1% 의 확률이라도 그렇게 된다면 아무도 진모리를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박무진이 할 일은 위험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는 전지적 주인공 시점에서 봤으니 알겠지만, 작중 인물들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박무진은 '만약의 경우'를 사전에 차단했을 뿐이다.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박무진의 시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면 신선한 전개가 보일 것이다. 우리는 인간을 위한 인간의 지도자 박무진을 이해하고 작품을 바라보아야 한다
또한 비차력사에 대한 차별로 작중 말이 많은데, 사실 비차력사 차별은 당연하다. 물론 당연한 순리일 뿐이지, 옳은 현상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비차력사 차별' 을 당연한 현상이라고 여길 수 있는 걸까?
인간 사회는 예로부터 차별로 이루어졌다. 중세시대에 들어서는 노예와 평민의 차별, 평민과 귀족의 차별이 행해졌고, 신분제가 거의 폐지된 근대시대 때에도 자본주의에 따른 금전적 차별이 이어졌다. 심지어 이러한 현상에 대한 복지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현대시대에는, 사상과 성별로 인한 '차별' 이 만연해있는 실태이다. 강제로 차별을 없애면 또다른 차별이 생긴다. 결국 인간의 시기욕과 독점욕은 절대 사라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작중 인간사회의 상황을 알아보자. 17년동안 인간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인간이 바벨탑을 오르는 것을 방해하던 '신' 들이 더이상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과, 차력을 이용해 인간들의 능력이 전체적으로 향상된 것이 인간사회가 빠르게 발전한 원인이었다. 차력을 통해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 가능하고, 식량의 문제도 어느정도 해소된 사회에서 또다른 차별이 생기는 현상은 정말 당연한 현상이다. 작중 등장한 차별은 '차력사' 와 '비차력사' 의 차이이다. 작품을 오판한 독자들은 이것이 박무진이 무투를 억압하고 차력위주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라며 맹신하는 경우가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못된 주장이다.
차력사와 비차력사의 차별은 어찌보면 신세대와 구세대의 차별점이다. 인간은 도태의 생물이다. 차력이라는 진화를 이룬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고, 차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인간은 도태됨이 당연하다. 이는 파워 밸런스를 기준으로 두는 가벼운 기준이 아니다. 여기에 "진태진처럼 무투로도 잘 싸우는 인간도 있었는데요?" 라는 반박은 옳지 않다. 어디까지나 인간의 발전과 사회 정립에 기준을 둔 '도태' 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현대사회에서 학력, 경력 등의 능력이 없는 인간은 도태된다. 흔히 말하는 사회의 고장난 톱니바퀴이다. 작중 인간사회에서는 필요한 학력과 경력이 '차력' 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박무진이 집권하는 작중 인간사회는, 과거 신들의 만행에서 벗어나 그 이상의 발전을 도모하는 집단이다. 박무진 또한 차력사들과 X세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비차력사의 도태는 속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차력사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하냐에 대한 것은 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박용제 작가가 그린 17년 후의 인간사회는 절대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할 수가 없는 사회이다. 인간은 물질적으로 풍요할 때 만족감을 느낀다. 차력에 의해 인간의 의식주가 모두 해결되는 유토피아같은 사회에서, 작중 단모리처럼 필사적으로 돈을 모으고 단아한이 투병하는 모순적인 모습은 독자가 의문을 갖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오히려, 자본주의적 차이를 그려내려면 써니의 '차력성형' 과 같은 요소를 작품에 녹여냈어야 한다. 비차력사에 대한 차별도 삶의 질로 연관되는 차별이 아닌, 인간의 존엄이 무시받는 디스토피아적 구성으로 이루어졌어야 한다. 이는 박용제 작가의 세계관 구성 능력이 약간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작가의 능력부족으로 박무진이나 한대위같은 입체적인 캐릭터가 후반부에 들어 평면적인 캐릭터로 변모해버린 점은 실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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