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아바타라 리메이크 ㅡ 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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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다의 환세幻世는 특정 대상에게 거는 환술과는 달리, '현실' 자체를 왜곡하는 기술이다. 즉, 대상이 환술에 걸리지 않았어도 환술에 걸린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니메르가 만들어낸 '틈새'에 가까이 있거나, 틈새를 바라본 자들은 이미 환술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기계조차 예외는 아니다. 에란겔 섬 곳곳에 설치된 관측 장치들은 전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왜곡된 데이터만을 기록하고 있었다.
맵의 안전지대로 이동하던 단모리와 딘에게도 하늘을 뒤덮은 ‘틈새’는 똑똑히 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단모리에게는 환세幻世가 별 효과가 없었고, 딘은 환세를 카피해 자기 주변의 현실을 안정시킬 수 있었기에 둘은 섬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게 가능했다.
“단모리 씨, 저 너머에서 무슨 소리가…”
단모리가 딘의 말을 듣고 틈새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끊임없이 저주와 욕설을 중얼거리는 두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목소리 중 하나는 파니메르의 것이었고, 다른 한 쪽도 굉장히 익숙했다.
“가루다… 대체 어떻게 이런 힘을…?”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따져볼 시간 따위는 없었다. 이 괴현상의 원인이 밝혀진 이상,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하나 뿐이었다. 단모리는 파니메르를 마지막으로 봤던 장소를 향해 급히 뛰어가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가루다!!! 이러다 다 때려부수겠다!!! 나한테 화났으면 나만 공격해!!!”
“단모리 씨!! 어디 가세요?!”
단모리가 난데없이 뛰기 시작하자, 딘도 엉겁결에 그를 뒤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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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파니메르는 마지막으로 마주쳤던 장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단모리는 속력을 조금도 줄이지 않고, 파니메르의 얼굴에 온 힘을 실어 무릎차기를 날렸다.
※ 리뉴얼 백두
그러나 백두는 보이지 않는 배리어에 허무하게 막혀 버렸고, 파니메르는 대충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단모리를 멀리 튕겨냈다.
"크윽...!!"
“내 인생에서… 사라져라…”
단모리를 본 파니메르는 공허한 표정을 지으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슈팅스타는 틈새 너머 환상의 영역에서 '현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
아주 미세하게 남은 화안금정火眼金睛의 흔적으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저건 현실의 ‘허용량’을 한참 넘어섰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구조가 저런 것을 담아내는건 불가능했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저게 충돌하는 순간 이 우주 자체가 존재했다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지워진다는 뜻이다.
당연히 그런걸 정면에서 막아낼 수는 없겠지만, 단모리는 포기하지 않고 몸을 일으켰다. 아직 시전자를 제압한다는 가능성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진(眞)…”
단모리는 파니메르를 일격에 죽일 결심으로 지면에 발을 박아 넣었지만, 뜻밖의 상황에 동작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딘이 어느새 그를 지나쳐 파니메르를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딘!! 다가가면 위험해!!”
그러자 딘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단모리를 돌아보았다.
"...!!"
그 표정을 본 단모리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힘’에 대한 집착과 광기가 가득 담긴 그 미소, 그것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역시… 너였구나…”
“오랜만이야.”
딘의 눈빛과 말투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니, 애초에 더 이상 딘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 환생 ㅡ 666:사탄
“기억이 전부 돌아왔어.”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현실과 충돌하기 직전이었던 '슈팅스타'가 갑자기 희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
크게 당황한 파니메르는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슈팅스타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힘이 바닥나서 저절로 사라진 것과는 달랐다. 누군가가 그의 힘을 '동질의 힘'으로 상쇄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오딘이 말했던 [진짜 차력]이구나?”
사탄은 여전히 가만히 서 있는 채로, 신기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파니메르는 그제서야 원인을 파악하고 사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뭘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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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 에란겔 섬을 뒤덮었던 에너지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귀가 터질 듯이 울려대던 ADAM의 경보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인류멸망의 위기를 한 차례 넘긴건 일단 기쁜 일이었지만, 그 위기가 뭐였는지도 전혀 모른다는게 문제였다.
에란겔 섬 근처의 녹화 및 통신 장비들이 전부 먹통이 되어 섬 밖에서는 도저히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던 것이다.
"안되겠어. 내가 직접 가야겠다. 폴란드에 있는 집행위원팀과 와이파이 기지국에도 그렇게 연락해 놔."
비행기를 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지시를 마친 박무봉은 두 다리만으로 에란겔 섬을 향해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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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라기보단 우주 공간이라고 불러야 될 정도로 높은 곳에서, 누군가가 사탄과 파니메르의 대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트리니티 하이스쿨의 수시대회를 몰래 구경하고, 딘의 ‘정체불명의 힘’을 목격한 사람들의 기억을 지웠던 바로 그 여자였다. 그녀는 사탄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이 자리에는 없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그분의 봉인이 완전히 풀렸습니다.”
“벌써? 이러면 시나리오와 크게 어긋나는데… 그쪽 상황이 그렇게 안 좋은 거냐?”
“네. 그분이 힘과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면, 현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겁니다.”
아무래도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는 '현세'의 존재가 아닌 모양이었다.
“으음... 일단 다른 신들과 회의를 열도록 하마. 그리고 기억이 갑자기 돌아와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으니, 앞으로는 숨어다니지 말고 바로 곁에서 사탄을 보좌하도록, 브륀힐드.”
“God bless you…”
※ 프리스트 ㅡ 브륀힐드 아그네스 Brynhildr Ag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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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대체 뭔데!! 내 원대한 목표를 자꾸 방해하는 거야!!!!!!!"
파니메르가 미친듯이 소리치자 주변의 현실이 또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사탄, 저 녀석은 위험해!! 네가 알던 가루다가 아니야!!!"
슈팅스타는 이제 하나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하늘의 별만큼,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슈팅스타가 현실과 충돌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탄 역시 단모리가 알던 사탄은 아니었다.
※ 카피 ㅡ 가루다
사탄은 손짓을 하거나 간단한 주문을 외우는 등의 행위조차 없이, 그냥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 파니메르의 '환상'을 촛불처럼 꺼뜨려 버렸다.
"인류에게 이 정도 잠재력이 있었다니... 역시 오딘의 말을 믿기를 잘했어!"
사탄은 애초에 싸우고 있지도 않았다. 그에게 파니메르는 그저 힘을 시험해 볼 장난감일 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파니메르는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의 '환상'은 더 이상 슈팅스타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현실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네놈... 존재를 완전히 말소抹消해주마..."
현실도 아니고 비현실도 아니다. 사탄이 아니고, '사탄이 아닌 것'도 아니다. A가 아니지만 A가 아닌 것조차 아니다. 파니메르는 사탄을 가장 기초적인 사고법칙조차 통하지 않는, 형언할 수도 없는 '뭔가'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가만히 좀 있어."
그럼에도 그 '뭔가'는 모순을 일으켜 소멸하기는 커녕 아무렇지도 않게 '사탄'으로 돌아오더니, 대충 손짓을 하는 것만으로 파니메르를 기절시켜 바닥에 쳐박았다.
다음화에 계속...
'자세한 내막'은 곧 드러날 예정이지만, 리메이크 전의 설정과 비교했을 때 더 복잡해진건지, 단순해진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더 단순해진 것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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