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이후의 세계 스펙
“그러니까 네 녀석 말을 종합하면, 이 우주의 차원은 《위대한 땅》과 무수한 《변경》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비스트레인의 말에 따르면 이 우주는 《위대한 땅》이라 불리는 하나의 주류 차원계와 그 아래로 가지처럼 뻗어나간 무수한 《변경》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지구는 그 무수한 《변경》에 흩어진 차원계의 작은 행성 중 하나였다. 비스트레인은 이 지구의 이름을 294월드, 라고 칭했다
《악몽의 탑》은 소위 「제작자」라 불리는 ‘몽마’들이 꿈의 덩어리를 빚어 만들어낸 것으로, 위대한 땅의 중심에 위치한 거대 나무 《환상수 幻想樹》의 줄기로부터 공급 받은 에너지로 구동하게끔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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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드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다.
언제는 빅 브라더가 제 1 사이트에 없다더니, 이젠 제 1사이트가 심연에 없단다.
《심연》에 온지 올해로 3년차인 류나드에게도 이것은 낯선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
다. 하긴, 빅 브라더에 관한 이야기는 심연 어디에서도 듣기가 쉽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심연에 제 1사이트가 없다고요?”
“왜냐하면 그의 사이트는 너무나 커져서, 환상수 밖으로 빠져나가버렸거든.”
...중략...
“잠깐. 혹시, 그거.”
그런 재환의 마음을 읽은 듯, 캐러밴이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위대한 땅》이 바로 《심연》의 제 1 사이트야."
《심연》에서는 그러한 신들의 영역을 ‘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칭했다.
사이트는 《심연》을 크게 주름잡는 ‘대형 사이트’부터, 촌락 크기에 이르는 ‘소형 사이트’까지 그 규모가 다양했다.
가령 《심연》의 대형 사이트는 총 여덟 개로, 제 1 사이트인 〈바벨〉부터, 제 8사이트인 〈카스피온〉까지 제각기 다른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이 시점에서 재환은 본의 아니게 그가 원하던 정보를 대부분 얻게 되었다. 사건에 휘말리는 과정 속에서 재환은 자신이 위치한 환상수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뿌리의 《악몽의 탑》.
줄기의 《혼돈》.
가지의 《심연》.
그가 들어온 환상수라는 곳은 이처럼 세 개의 대분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환상수의 뿌리, 《악몽의 탑》이 있었다.
...중략...
그곳에는 환상수의 대지, 《위대한 땅》이 있었다.
...중략...
그곳에는 환상수의 줄기, 《혼돈》이 있었다.
...중략...
그곳에는 환상수의 가지 《심연》이 있었다.
장엄하다거나 숭고하다는 묘사로도 부족한 광경이었다. 세계 전체, 아니 우주 전체로 뿌리를 뻗은 거대한 나무가 그곳에 있었다.
앙상한 가지와, 그 가지를 꼭 닮은 뿌리를 가진 나무. 그 빈약한 몸뚱이 속에 이 모든 세계의 풍광을 담은, 위대한 나무가 그곳에 있었다.
분명 <스타 스트림>의 우주와는 달랐다.
그 우주는 휘어진 나무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저긴 뭔데? 우주가 또 있었어?”
「스 타 스트 림 또 한 대우주 의 세계 관 중 하나 일 뿐」
[현재 ‘환상수(幻想樹)’ 외곽을 경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암흑 차원의 시간 단층을 통과하는 중입니다.]
환상수. 그것이 저 나무의 이름인 듯했다.
...중략...
아래쪽으로 뻗어 나간 무수한 뿌리들과, 수많은 영혼들의 군집으로 이루어진 줄기. 그 위로는 밤하늘의 어둠과 동화된 가지가 있었다. 뿌리와 가지는 먼 우주를 돌아 만나고 있었는데, 그 중심에는 거대한 눈 같은 것이 있었다.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우주를 밝히는 단 하나의 눈동자. 그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나도 모르게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무수한 차원을 뿌리로 둔 상위차원인 위대한 땅 중심부에 박혀있으며, 우주 그 자체인 환상수
어째서 과거로 돌아간 황인찬이 다시 이 세계에 나타나지 않는가? 또는, 한 명이 과거로 사라졌음에도 왜 이 세계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가?
그 답은 뜻밖에도 선발대의 유일한 일본인이자, 중학교 과학 선생이었던 사카모토에게서 나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카모토는 다중우주론과 평행우주론을 비롯한 유수의 과학 이론을 동원하여 사태를 설명했는데, 가장 저명한 이론에 따르자면 현 사태는 ‘우주의 시간 분기가 갈라져버린 상태’였다.
즉, 황인찬이 과거로 사라진 순간 우리들의 세계와 황인찬의 세계는 완전히 갈라져버렸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해서, 쉽게 요약하자면 평행우주론이란 여러 선택적인
조건에 의해 시간선의 분기가 나뉘어, 서로 다른 일들이 발생하
는 우주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다는 가
설입니다. 쉽게 말해 예를 들면―”
그 즈음에서 재환은 잠시 말을 끊고 교정을 내다보았다.
순간, 환시 같은 것이 스쳐갔다.
서울 상공을 뒤덮는 거대한 탑.
그리고 그 탑이 일으킨 거대한 비극.
재환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다른 평행 우주의 지구에서는, 지금 막 멸망이 시작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 지구가 멸망하는 상상을 했거든요.”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일들이 다른 우주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것. 이 가설은 존재 자체로 매순간 우리의 선택을 더욱 무겁고 신중한 것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이 가설에 따르면 우리는 매순간 새로운 우주를 만들고 있는 셈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상상’이라든가 ‘망상’이라는 개념은 이 우주에 존재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몰라. 모든 평행 우주는 결국 실재하고 있
으니까. 상상으로, 꿈으로, 은유로, 상징으로, 혹은 메타포로. 우
리는 단 한 번을 살면서 단 한 번 죽을 뿐이지만, 언제나 무수한
평행우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지······ 흠, 이런. 내가 너무 시간을 끌었군.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후속작인 '전지적 독자 시점'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분기별 평행우주 세계관을 사용하고 있음
“저기로도 갈 수 있어?”
「위 험 하니 가 지 않는 게 좋 아」
“저기도 ‘가장 오래된 꿈’이 있어?”
「있 어 이 름 은 다르 지 만」
그 크기를 가히 짐작할 수조차 없을 만큼 거대한 원형의 공간. 그곳에는 내벽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스크린들이 있었다. 「변경」의 재배지에서부터, 《위대한 땅》, 《혼돈》, 그리고 《심연》을 아우르는 무수한 시선(視線)들······.
[후후, 늘 보아오셨으니 잘 아시겠군요.]
순간적으로 일렁이는 현기증과 함께 재환은 이 공간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모든 것을 바라보는 눈.
[환영합니다. 새로운 《빅 브라더》여. 환상수의 둥지, 〈판옵티콘〉에 오신 것
을.]
'전지적 독자 시점'의 가장 오래된 꿈이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는 빅 브라더라고 불림.
가장 오래된 꿈의 역할이 분기된 평행세계들 관리하는거 생각해보면 이쪽의 빅 브라더도 환상수 1그루만 관리하는게 아니라 분기된 평행세계 전체를 관리할듯?
시공간을 조율할 수 있는 궁극의 단계.
「증명」을 넘어 「편집」에 도달한, 각성의 6단계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초유의
경지. 그것이 바로 이 ‘초월’이었다.
모든 ‘속도’는 결국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며, 때문에 모든 찌르기는 ‘시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헌데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찌르기는 그런 ‘시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일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재환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쩌면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몰랐다. 말하자면 지금 자신의 오른손이 멋대로 갈겨대는 이 찌르기는 물리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상(思想)에 가까운 힘인 것이다.
물리력을 초월하는 공격에 이명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뮬라크의 공격은 압축 폭탄처럼 똘똘 뭉쳐진 무수한 ‘공간’ 그 자체였다. 찌그러진 공간들은 재환의 근처에 오는 순간 맹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 나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오른손의 몫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둘의 대화가 끊어졌다. 대화를 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공간 폭격’이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 폭포의 압력이 재환의 시간감각을 흩트렸고, 그 틈을 노리고 폭발해대는 ‘공간’은 그에게 충실히 데미지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그것은 평범한 선분( 線分)이 아니었다.
하나의 점에서 다른 하나의 점으로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무한의 선이었다. 공간을 베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의 우주가 생성된 시작부터
끝까지의 ‘역사’를 베어버리는 듯한 기술.
가지에서부터 뿌리에 이르기 까지. 환상수를 구성하는 모든 것
이 조금씩 소멸의
길을 걷고 있었다. 바싹 마른 뿌리들이 하나 둘씩 부서져 나가고, 힘을 잃은 가지들
이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중략...
주변의 시공간이 소멸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덧 「멸망」의 힘이 이 《환상수》의 최상층에도 번져가고 있었다. 물론, 그 영향력은 재환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100억 년에 달하는 기억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위에서 언급란 빅 브라더와 초월자들은 사상의 빅뱅을 거쳐 6단계 각성을 끝마친 애들임
이 상태에선 위의 기술들과 같이 시공간과 물리적인 현상을 초월한 사상에 가까운 힘이라 언급됨
그중 최강자인 66666번 분신은 역대 빅 브라더 1000명의 힘을 혼자 쓰는 최종보스를 혼자 때려잡고 환상수를 소멸시키는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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