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미사카 미코토가 벌인 민폐
"애초에 행복의 정의 따위는 누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냐. 한 가치관으로 통일한 시점에서, 다음 불행이나 차별이 시작되는 거라고."폭음이 작렬했다.
지근거리에서, 카미조 토우마와 미사카 미코토의 주먹이 정면충돌했다. 그 팔에서 청백색의 불똥을 튀기며, 미코토는 계속해서 말했다.
"너한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몰라. 상상도 할 수 없어. 틀림없이 학원도시에만 틀어박혀 있던 나 따위보다도, 더욱 넓은 세상에서 심각한 장면이라도 봤었겠지."
미코토의 다리가, 움직였다.
발을 거는 공격을 경계하고, 카미조는 뒤로 뛰었다.
"하지만, 그런 네 의견이 100% 정답이라는 건 아냐. 네 의견을 완전히 다 받아들여야 할 필요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고!"
거리를 둬도 안심할 수 없었다.
카미조는 바로 몸을 웅크려 새하얀 눈에 자신의 주먹을 찔러넣었다. 그 직후, 미코토의 다리에서 전방위로 청백색의 불똥이 작렬했다.
파지직!!
열차의 고가선보다도 강렬한 고압 전류를, 이매진 브레이커로 아슬아슬하게 지워냈다.
"설령 지금 이 순간에 빅뱅이 일어나고, 세상이 우주에서 처음부터 다시금 만들어지고, 그 뒤로는 아무런 죄도, 잘못도 없는 인생이 펼쳐지고!! 아무것도 모르고 '미사카 미코토'라는 사람이 실실 웃으며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꼭 쥔 주먹을 중심으로.
소녀는 온몸에서 엄청난 불똥을 튀기며, 그에게 찔러넣듯 이렇게 외쳤다.
"그걸로 과거에 내가 1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1초만에 모든 것이 구원받았다 할지라도! 서류를 어떻게 바꿔 작성한다 하더라도!! 난 내 죄에서 도망치고 싶지 않다구!!"
한 순간.
아주 한 순간.
그 말을 들은 카미조 토우마의 사고에, 공백이 일었다.
그리고, 다음 공격이 찾아왔다.
치지지지직!!!
눈에 덮인 은세계를 훑듯이 확산해 나아가는 고압 전류가, 눈에 묻힌 카미조 토우마의 발을 향해 쇄도해 나아갔다.
"컥!?"
"완전한 세계 따위는 어디에도 없어."
심장에까지 압박을 느낀 카미조의 몸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탱해주듯, 미코토는 소년의 멱살을 한손으로 움켜쥐었다.
"일면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면 어딘가 균열이 보일 거야. 제 1위의 '실험'도 그랬잖아. 그게 모두의 행복이 될 거라는 말을 들었어도 죽어도 납득하지 못했었잖아!? 그거면 됐을 것을, 왜 지금 와서 태도를 싹 바꾸는 건데!?"
금속 방망이를 휘두르는 듯한,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그 직후, 카미조의 이마에 미코토의 이마가 힘차게 격돌했다.
위험하다, 라고 카미조는 생각했다.
하지만, 늦었다.
10억 볼트.
'뇌격창'의, 엄청난 폭음과 함께 지근거리에서 카미조의 머리쪽으로 꽂혀 들어왔다!!
"크아아악!? 아아아아악!!!!!!!"
눈 속에 묻힌 카미조는, 사지를 벌벌 떠는 게 고작이었고,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심장이, 뇌수가, 온 몸의 신경이, 모두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60억 명이 모두 강요받는 세계!! 60억 명이 한 가치를 강요받아 웃는 것밖에 허용되지 않는 세계!! 웃지 않으면 이물 취급을 받는 세계!! 그런 걸 눈앞에 둔 네가 해야 할 일은!! 그저 손가락 물고 부러워하는, 그런 게 아니야!! 설령 얼마나 힘들어진다 하더라도, 얼마나 괴로워진다 할지라도! 그래도!! 혼자서라도! 이런 건 잘못됐다고 주먹을 쥐어주는 게 네가 할 역할인 거잖아!!"
미사카 미코토는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쓰러진 소년의 복부에 올라타, 양손으로 멱살을 쥐고 그의 머리를 난폭하게 뒤흔들었다.
그리고 지근거리에서 외쳤다.
"이런 세계로 돌아왔다고? 다른 모두를 희생삼아서? 그렇다면! 그런 선택을 한 네가 해야 할 일은! 등진 세계를 부러워하고 있는 게 아냐!! 네가 할 일은! 그래도 이런 세상에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완전치 못하건 미완성이건!! 자신이 태어난 이 장소가 이런 세상이라 다행이라고!! 그거면 된 거라고!!!!!!"
삐걱..
카미조는 목을 꺾듯이 움직여, 필사적으로 미코토를 올려다봤다.
"태도를..... 바꾸는 건...... 당연하잖아.........."
내뱉듯이, 카미조는 말했다.
"웃고 있었다고. 넌 모르겠지만, 그 황금의 세상 속에서, 넌 정말로 행복한 듯이 웃고 있었어!! 그럼 당연히 생각을 바꾸겠지. 당연히 잘못됐다고 인정할 거 아니겠어!? 난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인형이 아니야!! 이 앞으로 나아가면 절벽으로 떨어질 거란 걸 알면 신념이나 이념 따위는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다고!!"
쾅!! 하는 굉음이 작렬했다.
미사카 미코토의 주먹이 내리쳐진 소리였다.
입안이 찢어졌다. 뺨이 이상하게 뜨거웠다. 오른눈꺼풀이 부어올랐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리쳐지는 주먹을 무시한 채, 카미조는 계속해서 외쳤다.
"난 평범한 고등학생이야! 츄신구라에 나오는 아코우로우시가 아니라고!! 말 따위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어!! 그 자리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 걸 말할 수도 있다고!! 3일 전과는 완전히 다른 말을 하더라도, 180도 완전히 다른 내용이라 하더라도,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거잖아!!"
거기까지 들은 미코토는, 살짝 웃었다.
바로 위에서 주먹을 내리치던 걸 멈추고, 그녀는 말했다.
"....뭐야, 확실하게 알고 있잖아."
"........?"
"정의나 사상 같은, 별 쓸데도 없는 것에 묶여 절벽 아래로 떨어질 필요 따위는 없어. 네가 믿는 너만의 '행복'을 움켜쥘 수 있다면, 그렇게 적재적소로 태도를 바꿔도 아무 상관이 없다구. 자신의 말에 자기혐오를 느낀다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모두가 좋으면 그걸로 되는 거란 말이야."
그렇다면, 하고 미코토는 고했다.
똑바로, 카미조의 눈을 응시하면서.
"미사카 미코토의 미래나, 60억 명의 운명 같은 걸 위해, 네가 파멸할 때까지 모두 짊어지고 '가야만' 할 이유 따윈 어디에도 없잖아."
그리 말하고.
웃고.
눈속에 파묻힌 카미조 토우마에게 마운트 자세를 취하고 있던 미사카 미코토는.
그대로 소년의 등쪽으로 양팔을 두르고.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그 직후.
파지지직!!
온몸에서 엄청난 고압전류가 작렬해,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카미조 토우마의 의식을 끊어놓았다.
모든 것들이 암흑에 빠진 직후, 그는 이 말만을 들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이긴 건데.... 생각보다 허무하네, 이거..'
는 10권 내용 ^오^
추천0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