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 원펀맨의 가로우편에 대한 이해 (스포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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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퇴치당했습니다.

작중 히어로들은 히어로 협회에 속하는 인물들이다. 물론 이들은 협회에서 '활동비'내역으로 등급과 활동내용이 맞춰서 보수를 지급받는다. 쓸어담을 만큼 있는 C급조차 일반인을 상대로는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인물들로 C급 정도 되면 양아치 만화에서 사람을 개패듯이 패고 다니는 인간백정들만큼의 실력은 있다.

즉, 후부키조의 외전에 나온 그 말단친구 역시 단순히 약한 소리를 한 게 아니라 할 만큼의 노력은 했다는 소리. 남들과는 다른 우수한 재능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전투능력을 갈고 닦아서 도달하는 한계점이 C급이고 B급은 소위 말하는 천재라고 불리는 부류의 인간들이라고 보아야한다. 현실의 격투기 선수들 역시 B급의 벽을 뛰어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 조차 개중 한줌만이 B급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당연히 현실에는 A급이 될 만한 인간은 없다.

그 히어로들 역시 나오는 적들의 등급에 따라서는 초보자가 하는 저글링 러쉬처럼 쓸려나가므로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실제 가로우가 악이든 아니든간에 죽이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현실적인 문제로서 가로우가 만약 악행을 저지르려고 한다면 S급 히어로들이 다수 모여서 몰매를 떄릴 수 밖에 없는데 S급은 항상 바쁘므로 그렇게 집합을 하는 것은 상당한 기회손실을 낳는다. 결국 '확실히 밟을 수 있을 때 밟아둔다'는 히어로들의 발상은 타당한 셈. 독자들의 입장에서야 가로우가 그냥 중2병 걸린 찌질이라는 점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야속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점은 상관없다. '현실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그럴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가로우가 살인을 하든 안하든 히어로들을 때리고 다니면 그 만큼 인류의 방어라인에 구멍이 나므로 그것자체가 살인행위나 다름 없는 인류에 대한 중대한 적대행위이기 때문이다. 가로우의 행위는 본질적으로 사회정의를 구현한답시고 IS에 가입한다는 똘똘한 짓이나 다름없는 셈.

다만 그런 가로우에 대해서 다른 히어로들과 사이타마의 사이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양반들이 직업 히어로인 반면 사이타마는 변함없이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히어로라는 사회적 입장에 대한 견해의 차이가 그런 행동으로서의 차이를 낳고 있는 원인 중에 하나다. 직업 히어로들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역할을 이행해야될 사회적인 의무가 발생하는 한 편 사이타마에게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취미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렇게까지 심각한 자세로 히어로 업무에 임해야될 각오도 자세도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쪽(사이타마)이 본질적으로 히어로에 가깝다.

애초에 위험하니까 제거하자는 것은 군인의 발상이다. 그리고 히어로의 역할은 군인보다는 경찰이다. 히어로의 역할에는 사회질서의 유지가 포함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도덕의 범주안에 속하는 행위다. 군인의 역할은 도덕에 따르지 않는다. 일반적인 상황(평시)에 있어서 살인은 최대의 금기에 속하지만 전시상황에 있어서 군인의 살인은 상찬되며, 격려된다. 설사 그것이 적이 아니더라도 묵인되는 경우(프래깅)는 대단히 많이 존재한다. 현실에 있어서도 인간은 대단히 쉽게 죽지만 일반적으로 사회의 안정을 위하여 그런 죽음이라는 관념은 절묘하게 포장되어 사람들은 그것에 리얼리티를 느끼는 일은 없다. 일종의 사회적인 기만인 셈이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인간에게 도덕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수렵에 대한 자세에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서 보통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축되는 동물을 보고 불쌍하다고 여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기반찬을 안먹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위선이니 뭐니 하는 것은 단순한 중2병이다. 연민이라는 정서가 결여된 사이코패스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밖에. 물론 동물이 불쌍하든 안불쌍하든간에 먹는 것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인간이 동물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동물과 인간이 대등하여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라면 거기에 동정심이 발생할 여지는 없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인간이 동물을 살해하므로 먹이사슬에서는 인간이 동물의 위에 있고 그에 따라서 동정의 여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것을 가로우, 다른 히어로들, 사이타마에 대입하면 된다.

즉, 다른 히어로들에게 있어서는 가로우는 현실적인 위협으로, 가로우에 대해서 연민같은 것을 느낄 여유는 없다. 반대로 사이타마에게 있어서는 가오루는 자기보다 낮은 차원의 상대이므로 굳이 위험을 느끼지는 않고 그에 따라서 가로우를 죽여야된다는 필연성 역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히어로의 등급으로 치면 C급은 커녕 랭크에 들지도 못하는 일반적인 독자가 해당 작품의 세계의 주민이라면 가로우는 죽는 게 좋다. 독자들이 가로우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거나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사이타마라는 필터를 거쳐서 가로우를 보기 때문이다.

또한 만약 가로우가 정말로 강해서 사이타마의 위협이 되더라도 '취미로' 히어로를 하는 이상 가로우를 죽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작중에서 많은 인물들은 사이타마의 저 말을 '그냥 건성으로'정도로 해석되지만 애초에 그 친구들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현실에서 역시 취미에 말그대로 목숨을 거는 경우는 대단히 많다.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거 하다가 실족사를 하거나 하는 경우도 많다고. 즉, 사이타마의 말은 '사회적인 역할의 요구에 따르지 않는 비영리의 한도선에서 자기의지에 따라' 히어로를 하고 있다고 해석해야된다. 사이타마의 취미 발언에서 작중의 등장인물과 독자들이 느끼는 격차는 그러한 문장의 해석에 대한 차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사이타마가 그렇게 굴 수 있는 것도 멘탈의 둔함(아직 시련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에 멘탈이 정말로 강한지는 알 수 없다), 전투능력의 강함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단순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안티테제적인 의미에서 작가가 내놓은 것이 가로우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가로우 역시 당초에는 '취미로' 빌런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 가로우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중2병 특유의 어설픈 사명감이다. 결국 사명감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가로우의 근본적인 행동원리는 방향성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직업 히어로들과 동일하다. 작중 빌런들이 흔히 '지구를 위해서'라는 그럴 싸한 명분을 내걸지만 실제로 인간의 변명을 듣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실은 에고이스트적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도 역시 가로우는 빌런보다는 훨씬 히어로에 가깝고 그 덕분에 히어로의 천적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인질작전 역시 본격적으로 작중에서 시도한 것은 가로우정도다.

다른 히어로들은 이 가로우에 대해서 애초에 공감을 가질려는 생각도 여유도 없었다. 반면 사이타마만이 그럴 수 있었는데 사이타마의 그런 행위는 오히려 몰매를 맞아 죽는 것보다 가로우의 멘탈에 더 큰 상처를 입혔으므로 사이타마가 가로우의 천적인 셈이다. 작중 아마이 마스크등이 주장하는 '완벽한 히어로'상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역시 사이타마지만 그 사이타마 역시 강자로서의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사이타마가 지적한대로 본질적으로 히어로에 가까운 가로우는 그 히어로로서의 이상이 너무 높기 때문에 다른 히어로들을 내심 불쾌하게 여기는 아마이 마스크와는 달리 이들을 직접적으로 제거하려는 방침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즉, 현실을 모르고 이상은 너무 높기 때문에 자기가 그 이상의 히어로가 되는 대신 빌런이라는 접근방식을 취하려고 했다는 사이타마의 지적은 가로우의 본질을 정확하게 짚은 셈이었다.

결국 다른 친구들은 가로우의 중2병의 장단에 맞춰서 '히어로 대 빌런'의 도식으로 놀아줬지만 사이타마의 경우 '아빠가 애랑 놀아주듯이'해준 결과 가로우의 중2병 멘탈은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인지부조화를 일으킨 것이다. 이러한 점은 사이타마의 히어로로서의 단계가 다른 히어로들보다 한 단계 높기 때문에 더 강력한 포옹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나쁜 짓을 한 애를 죽이자는 것은 전기한대로 군인의 발상이고 당연히 히어로답지 않다. 단순히 강력한 무력을 가지고 위협대상을 제거하는 것은 병기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대상을 수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히어로가 히어로로서는 단계가 높은 것이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히어로 중에 원조격에 속하는 월광가면의 캐치 프레이즈는 역시 용서였다. 이 양반이 자기를 자처하는 말은 正義の味方다. 한국에서는 번역자들이 다들 발번역을 하는 고로 정의의 용사쯤으로 날림번역을 하는 이 단어의 직접적인 뜻은 자기 스스로가 정의라고 주장하는 정의의 용사적인 것이 아니라 정의의 아군정도로나 번역되어야하는데 이 말은 즉 자신은 정의가 아니지만 정의를 돕는 자라는 한 발 자국 뒤로 물러선 자세를 자처하고 있다. 자기 스스로가 정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타인의 정의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관대한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일 수는 있더라도 결국 타인의 입장, 이해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중2병에 빠져 주화입마에 들어간 가로우의 천적은 사이타마가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히어로로서 가장 우수한 사이타마의 근본적인 행동원리가 사명감이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작중 다른 히어로들은 이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이미 히어로가 사명감으로 활동을 하면 그것은 반쯤 강요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기의지로, 그러니까 '취미로' 히어로를 하기 때문에 사이타마의 완성도가 높은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일종의 부조리극이다. 다들 근본적 행동동기가 사명감(사이타마의 제자를 자처하는 제노스 역시 복수라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인데 사이타마는 혼자서 그 단계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빌런이든 히어로든 사이타마는 그 사이에서 이질적인 존재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압도적인 전투능력의 강함과는 별도로 사이타마의 발언이 좋게든 나쁘게든 얼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 그 때문. 간혹 사이타마를 소시오패스라고 해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역시 그렇게 사고방식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즉, 사이타마와 타자의 사이에서는 그 현저한 가치관적 차이에 의하여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선봉이 사이타마의 발언을 과대해석하고 사이타마를 필요이상으로 찬미하는 제노스인 것이다.

사이타마가 강자를 추구하는 것 역시 자신과 동일한 선상의 눈높이를 가진, 그러니까 가치관의 공통분모를 가진 인물을 찾는 행위라고 해석될 수 있다. 결국 대체로 비슷한 목적을 가졌는데도 그렇게 애들의 행동에 차이가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가로우가 최종적으로 약체화된 것 역시 그 때문. 결론부터 말하면 '포기했기' 때문이다. 다이의 대모험식으로 치면 가로우가 궁극의 투사일 수 있었던 것은 히어로와 빌런로서의 균형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없어졌으니 더 약해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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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시 자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