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탑 3부 리메이크 3화 화이트 1

승강기가 도착하기 전에 잠시 아까의 이야기를 해볼까?

사실 그 여자는 절대 약한 편도 아니고 작전 자체도 나쁘지는 않았다. 고유 능력으로나 언행으로나 비올레의 정신을 계속 건드려서 순간 우위를 가져갈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옆에서 나의 존재가 있었던 덕분에 정신붕괴를 막을 수 있었고, 체술이 딱히 밀리지도 않게 받쳐줄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이가 나섰다면 우선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돌파구를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는 선별인원들끼리의 전투였기 때문에 어느정도 대등한 싸움이 될 수 있었으나, 다음 층부터는 FUG의 랭커나 슬레이어가 나설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 쪽에서도 FUG의 고위급 간부인 하진성이 가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다.

흔히 오해하는 사실이 있는데 선별인원이 랭커한테 기본 스펙이 밀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선별인원 중에는 비올레처럼 랭커를 상회하는 파워를 가진 이도 있다.

하지만 랭커가 강력한 이유는 다름아닌 전투경험 때문이다. 전략적인 싸움이 될 경우에는 이기기에 곤란할 것이다. 단순 힘 싸움으로 간다면 모를까?

우리들은 내려서 조금 어두운 통로를 지나갔다. 왠지 귀신이 나오면 딱 어울릴 것 같다. 우리는 빨리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절대 귀신 나올것 같아서가 아니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열차가 출발해 버리고 말테니까.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쿤이 말한다. 아까와 같은 이상한 사람들도 있을거라고... 뭐, 그럴지도...

다행히 열차는 떠나지 않았다. 티켓도 분실하지 않았다. 우리 인원 수 6명, 티켓 수 6장. 그러나 열차 승강장에 다른 이들이 3명 남아있다.

?? : 에? 뭐야? 다른 놈들이야?

?? : 아아... 저 남자... 혹시 쥬 비올레 그레이스 아니야??

?? : 하유라는 어디있지? 혹시 미션 실패인건가?? 니거 라헬한테 말해야 하는거 아냐?

?? : 아... 모르겠고... 그냥 다 처리해버리면 안되나??

?? : 안돼. 우리가 인원수도 딸리고... 그냥 들어가자.

비올레를... 알고있어?? 쟤네들이 라헬의 동료라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알겠는데...

왕난 : 아무튼 저 녀석들은 내가 자기들 이야기가 들린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야.

쿤 : 애초에 탐색꾼이라도 저 거리에서 저렇게 속닥거리는거 듣는게 비정상이야.

왕난 : 엥? 나는 다른 탐색꾼도 집중하고 들으면 들릴 줄 알았는데?

쿤 : 뭐... 그런 녀석도 있지만... 어떤 녀석은 3km 떨어져있는 표지판의 글씨도 알아보는 마당에.

왕난 : 그런 녀석이 있어? 무슨 초원에서 살다왔나..

쿤 : 과거에 신해어가 흔했을 때 사냥을 업으로 삼던 사람들은 거의 다 그 정도라고 하더라고. 물론 요즈음에는 등대 기능이 좋아져서 그런 시력이 필요없고, 무엇보다도 신해어가 거의 전멸해서...

왕난 : 원래 눈 좋은 녀석들은 거의 초원에 살다 온 녀석이라고 들었는데?

쿤 : 그렇긴 한데... 옛날 신해어 사냥꾼만큼은 아니야. 그런 사람들은 사실상 천리안이라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났지.

승무원 : 티켓 제시해주세요. 만일 티켓이 없으시면 돌아가주세요.

쿤 : 여기 6장. 됐나?

승무원 : 협조 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세요.

우리는 4칸으로 되어있는 열차 중 1칸에 타게 되었다.

쿤 : 다행히 승차거부 당하지는 않은 모양이군. 그리고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긴데, 티켓은 수시로 검표가 들어오기 때문에 개개인이 티켓을 가지고 있어야 해. 자, 일단 티켓을 받아.

왕난 : 만약 잃어버린다면 어쩌지?

쿤 : 그렇다면 어떻게든 티켓을 찾아내. 아니면 아까 그 녀석들에게 빼앗아서라도 보충해야 해.

왕난 : 어? 그러면 다른 녀석들에게 티켓을 빼앗으면 자동으로 그 녀석은 아웃인건가?

쿤 : 자동으로 아웃까지는 아니어도 다음 층의 정거장에서 내려야지. 일단 우리들은 35층 시험을 치루지 않았지만 35층에서 탑승해 검표를 받았기 때문에 35층을 클리어한 걸로 처리돼.

왕난 : 그럼 이건 좀 약은 순데... 35층에서 검표받고 바로 내려서 다른 사람한테 주고 검표받고 또 다른사람 주고 이렇게 반복하면 이 사람들 전부 35층 클리어인거야?

쿤 : 아니, 클리어로 인정되는 기준은 '열차가 출발하고 난 후' 내부에서 검표를 할 때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는 걸 보니 누가 이런 식으로 편법을 썼었나봐.

열차의 문이 닫혔다. 그리고 뒤로 쏠리는 감각과 함께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승무원 : 검표 하겠습니다. 협조해주십시요.

왕난 : 아까 검표 했잖아. 왜 또 하자는거야?

쿤 : 아까 말했잖아. 35층 클리어 도장이라고 이건.

승무원 : 승객 여러분이 내리지 않은 건 알고 있지만, 관례상 협조해주셔야 합니다.

쳇, 귀찮게...

승무원이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티켓에 마치 눈도장을 찍듯이 유심히 본다. 특히 티켓의 '번호'를.

승무원 : 여러분이 36층 이상의 층을 가실 때에도 이렇게 체크를 받으셔야 합니다. 깜빡하셨다가는 이전 층 정거장으로 쫓겨납니다. 그리고 2인 1티켓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더럽게 깐깐하네... 여기 룰...

왕난 : 티켓 번호를 그렇게 쳐다보는 걸 보면 중복되지 않는지 확인하는 모양인데?

승무원 : 그렇습니다. 돌려쓰는 걸 막기 위해서이죠.

뭐 그건 그렇고... 일단 우리들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당장 승강장에 있던 3명...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알수 없는 라헬이라는 여자. 비올레와 쿤에게는 그들을 찾아서 할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쿤은 열차 내부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제안했다. 일단 이 열차의 스펙부터 말하자면 총 4칸으로 한 칸의 길이는 300m, 폭은 50m, 높이는 30m라는 거대한 탑승물로, 이에 맞먹는 탑승물은 아르키메데스 정도가 되겠다.

게다가 사실상 이 열차 안에 백화점을 집어넣은 듯한 느낌을 준 정도로 열차 내의 방이나 계단들이 가득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에 백화점이나 이런게 있을리가 없다. 웬만한 층에는 다 있는 구멍가게조차 없는 곳이 여기 지옥열차이기 때문이다.

건물(?)은 대략 10층~11층 정도 되는 것 같고, 각 층이 꽤나 넓은 까닭에 왠지 공간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은 2층에 있는 한 방에 모두 거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연락도 안 터지고 밖이 심히 어두컴컴하기도 하고 방 간의 간격이 매우 길어서 여러가지로 어려울 것 같아 내린 결정이다.

조를 나눠서 라헬 조의 행방을 쫓거나 무언가의 단서를 찾기로 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여기로 돌아와 쿤에게 보고하는 식으로 말이다.

우선 쿤과 비올레조는 여기 1층~ 3층조사, 라크와 아크랩터는 4층~ 6층조사, 나랑 이화는 7층~ 10층조사를 맡는다고 했다.

36층에 도착하기까지 3일정도 남았으니 앞으로 매일매일 한칸씩 전진해가며 라헬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나가는 형태로 진행할 것이다.

--------------

라헬 일행도 열차에 탑승했다. 비올레 일행이 들어간 1칸과는 반대편인 4칸으로 가게 되었다. 하유라가 당했기 때문에 이제 남은 팀원은 4명이다. 6명 대 4명이라 다음 층에서의 팀원보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침 36층에서도 티켓을 독점하고 있는 FUG이기에 그들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저 쪽 팀에게 득이 되는 상황은 아니니까.

라헬 팀도 조사를 하기로 한다. 라헬은 혼자서 도움이 될 자를 찾겠다고 어떤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머지 인원들도 각자 정해진 구역으로 가서 조사를 한다.

생각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여기에 대한 정보조사가 미리 된건가? 어떠한 층의 어떠한 방에 어떠한 고독한 공간으로 들어서자 하얀 연기가 흘러나오며, 주변 공기가 빨려들었다.

분명 으스스하고 불편한 기운이 흐르고 있건만 라헬은 이에 전혀 주눅들지 않고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얀 안개가 뚜렷한 형태를 갖추었고, 어느새 그것은 사람의 형태를 하게 되었다.

라헬 : 눈을 뜨시죠, 화이트.

그 남자는 화이트, 한 때는 탑을 공포에 물들게 했으나 자하드의 친위대에 토벌당하고 죽어 있는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이곳 지옥열차에서 적절히 5명의 영혼을 모아 주술을 통해 다시 살아났다.

화이트 : 나를 깨운 이유는 무엇인가? 즉시 대답해라.

라헬 : 저희의 도움이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화이트 : 내가 도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도움으로써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

라헬 : 슬레이어 후보이면서 비선별인원이고, 엔류의 가시 한쪽을 가지고 있는 소년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의 동료들과 맞붙게 되었습니다. 만약 그들을 이기게 된다면 그 소년을 마음대로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죽이시든가, 노예로 삼으시든가요.

화이트 : 슬레이어 후보라... 너의 말을 알아들었다. 다만 나는 그들의 얼굴을 잘 모르는 데에다, 너의 말의 진실성이 의심되군. 나는 증거가 없으면 믿지 않느니라.

라헬 : 이미 바깥세상에서는 그 소년이 가시를 챙겼다는 소문이 어느정도 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년은 43층으로 가서 나머지 가시도 챙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 겁도 없이 나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할수 있는 것을 보니 그 말에는 거짓은 없어 보이는군. 좋아, 믿도록 하지. 나를 깨운 보답으로 그 소년과 그 일행을 모두 제거하도록 하지.

라헬은 화이트에게 비올레와 그들의 일행의 얼굴을 알려준다. 화이트는 하얀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찾아나선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