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My top travelog - 2 번개와 문
"그렇다면 이제 탑을 오르기 위한 시험을 치를 준비는 되셨나요. 소년분?"
시험? 도움을 준다고 하고 갑자기 무슨 소리지?
"표정을 보아하니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군요. 설명해드리죠. 이 탑에서는 소년분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 층을 올라갈 때마다. 시험을 치른답니다."
이해하면 받아들여야 할듯한, 그런 이해하기가 싫은 말이다.
"복잡하네 그냥 올려주면 안 돼? 올라가고 싶은데 막는 건 잘못이잖아."
헤돈이는 한숨을 한번 쉬었다.
"소년분은 불가능한 말을 아주 쉽게 하는군요."
"왜 불가능한데?"
헤돈이는 한숨을 한 번 더 쉬었다.
"소년분. 탑을 올라가기 위해서 시험을 치르는 건 탑이 생겨난 이래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불변의 법칙입니다.
소년분이 그 법칙을 벗어난 자가 아니라면 시험을 피할 방도도 그냥 올라갈 방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해하셨습니까?"
사실 처음부터 이해하긴 했지만 받아들이기는 싫었다. 하지만 이제 어쩔 수 없나 보다. 받아들이자.
"응 헤돈아."
"좋습니다. 설명을 이어가도록 하죠. 조금 전 말씀 드린 그 시험. 그것에 합격하신다면 소년분은 다음 층으로 올라갈 자격을 얻게 됩니다.
그 내용은 각 층에 있는 관리자와 지배자들이 결정합니다. 물론 각층에 맞는 난이도로 말이죠. 그러니까-"
"아~ 이해했어. 요는 위로 올라가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시험은 그 층의 관리자나 지배자가 낸다. 그리고 이 층의 관리자는 헤돈이 너. 맞지?"
필요없는 설명을 계속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헤돈이가 내는 시험을 통과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런것 같다.
헤돈이는 토끼 같은 얼굴에 감춰진 이를 내보이며 미소 지었다.
"조금 전과는 태도가 다른 사람 같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시험을 시작하도록 하죠."
헤돈이는 이상한 봉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나와 헤돈이가 있는 장소의 건너편 공간에 돌연 번개의 비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아주 희미하게 작은 문 하나가 보였다.
…… 아~ 번개와 문 .
무슨 시험인지 알겠다. 단순하네.
"자 보시죠. 이것이 바로 최하층의 통과시험. '문'입니다."
"아 헤돈아. 만약 내가 말한 게 이 시험내용이 맞으면 맞다고 해줄래?"
"지금 설명해 드리려 했지만- 뭐 좋습니다."
번개가 내리치는 장소 그 너머의 문.
과정은 하나지만 거기서 유추되는 답은 여러 개다.
"그러니까 헤돈이가 지금 나한테 시키는 건 저 번개를 피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 자체로 시험합격이거나 다시 돌아오거나 저 안에서 뭔가를 하라는 거 아니야?"
헤돈이 놀란 듯 잠시 가만히 있더니 박수를 두 번 쳤다.
"소년분은 처음의 인상과 달리 생각보다 머리가 좋은 분이군요. 그렇습니다. '문'의 통과조건은 거칠게 내리치는 번개를 피해 저 너머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시험이죠."
"…… 흐음 보통사람이면 죽을 텐데?"
헤돈이는 인상과 다르게, 사악하게 큭큭 웃었다.
헤돈이 한테 이런 면도 있구나.
"기억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벼락을 맞으면 보통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 걸까요?"
그러게 말이야. 기억의 나무에서 잔 줄기도 아닌 잎사귀 정도는 기억나는것 같아.
"감이야. 그보다 헤돈아 이 시험 설마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고 내준 거야?"
"그럴 리가요. 저는 관리자. 불가능한 시험을 절대 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년분이라면 이 정도 시험은 가뿐히 통과할 거라고 믿고 있죠. 하지만-"
"응?"
"그러네요. 지금이라면 포기하셔도 상관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소년분이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시험을 포기하시겠다면 저는 말리지 않겠습니다. 그렇죠. 기억이란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흐려지는 애매한 것. 그런 것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소년분?"
"…… 헤돈아…."
"사실 저 번개는 소년분의 말대로 보통사람이 맞으면 즉사하는 고압으로 맞춰 놓았습니다. 즉 한번 스치기라도 한다면 소년분의 목숨은 장담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리고 번개의 속도는 보통사람의 반응으로 도저히 피할 수 있는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기적이라 불리는 천운이 필요한 것이죠.
시험을 낸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런 어리석은 시험 따윈 치르지 않는 게 좋습니다- 소년분 무슨 말을 하려고 했죠?
"…… 너… S였어? 이랬다가 저랬다가 사람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구나."
내 반응에 헤돈이는 말이 없었다. 얼굴이 이상해서 그런가 표정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읽을 수 없다.
뭐 하지만 말이 없다는 건 할 말이 없다는 의미겠지. 네가 예측한 나의 반응이 몇 개던 이런 반응은 예측에 없었을 테니까.
"… 그리고 헤돈아. 사실 나는 시험내용이 무엇이든 두려움 따윈 없어. 헤돈이 말대로 나는 나를 믿거든. 왜냐면 나는-"
발걸음을 내디뎌 헤돈이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니까."
가자 번개의 비가 내리치는 문을 향해- 지만 헤돈이가 봉으로 나의 진로를 막았다.
설마 건방지다고 화난 건가?
"소년분 잠깐만 기다리세요. 이것을 잊었군요."
말투를 보니 화난 건 아닌 것 같다.
헤돈이는 번개를 내리치게 할 때와 같이 이상한 봉을 휘둘렀다.
그러자-
어떤 물체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이내 동그란 형태가 되었다.
"이 구체의 명칭은 포켓입니다. 탑을 오르기 위해선 필수인 아이템이죠. 동시에 조금 전 말씀드린 제가 소년분께 드릴 수 있는 유일한 도움입니다."
헤돈이는 포켓이라 불리는 구체를 내게 건넸다. 그리고 그것에 손을 대자 껍질이 사라지고-
내 주위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뭐지 이건?
"뭔지는 모르지만 고마워 헤돈아."
"행운을 빕니다. 소년분."
내 귀가 지나치게 밝은 것인지 그다음에 중얼거리는 것도 전부 들렸다.
"비선별 인원에게 포켓을 준 건 처음이군요."
비선별 인원? 나를 말하는 건가?
뭐- 지금은 시험에 집중하자.
이번에야말로 가자. 번개의 비가 내리치는 문을 향해.
사이코맞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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