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르마66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
먼 옛날 노스 블루를 무력으로 제압한 일족, 빈스모크 가문.
이미 언급됐듯이 빈스모크 저지는 '4국 베기'로 노스 블루의 4개의 나라를 정복했습니다. 50년이나 안개 속을 떠돌던 브룩이 그걸 아는 건 석연치 않기는 합니다. 브룩이 말한 노스 블루를 무력으로 제압한 왕족이란 것이 50년보다 더 전, 즉 저지보다 더 선대의 일이라는 떡밥일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브룩이 밀린 신문 50년어치를 구독했다고 해 둡시다.
하지만 지금의 제르마에게는 단 한뼘의 국토도 없죠. 좋게 말해서 해유국가지, 사실상 떠돌이에 불과한 허울뿐인 국가입니다. 만화 속이니 그런 독특한 형태의 국가도 있을 법 하지만 제르마의 처지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닙니다.
864화
저지 : 나는 모든 인생을 내 모든 것을!! "노스 블루"의 나라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제르마 제국' 부활을 위해서 바쳐왔다고 빅 맘!!
제국은 문화적, 지리적으로 넓은 지역에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하는 국가, 단순하게 말하면 왕국 몇개를 합친 정도로 강력한 국가입니다. 저지의 말로 보아 한때 '제르마 제국'이라는 나라가 있었고, 지금은 노스 블루의 나라들에 의해 '제르마 왕국'으로 격하된 거겠죠. 이 때 까지만 봐도 제르마 제국은 저지가 네 왕국을 정복한 시기를 의미하는 것이며, 자기가 멸망시킨 나라들에서 반란을 일으켜 내쫓긴 것을 말한다는 인상을 줍니다. 이걸 다시 정복하는 게 꿈이라는 건 저지가 제국주의에 물든 악당같죠. 하지만 또 보고 넘어갈 것이 있습니다.
871화
저지 : 불과 66일의 꿈의 흔적에 맡겨진 고향의 땅도 밟지 못할 망령들에게 마주할 얼굴도 없다!!! 네놈 따위에게 우리 왕국의 300년간의 원통한 혼을 맡긴 내 자신이 밉구나!!!
300년 간의 원통한 혼.
엄연히 '4국 베기'보다도 더 전에 있었던 사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고향의 땅도 밟지 못할 망령이라는 말에서 보이듯, 빈스모크 가문의 선조는 분명 영토를 지닌 어엿한 나라가 있었으나 조국에서 내쫓겨져 떠돌게 된 것입니다. 즉 300년 전에 빈스모크 가문이 노스 블루에서 내몰렸으며, 제르마 제국을 멸망시킨 주역은 현재 노스 블루를 다스리는 왕국들인 것입니다. 그렇게 치면 빼앗긴 국토를 되찾는다는 명분은 오히려 제르마에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제르마는 '악의 조직'이라 불립니다.
이치디와 니디가 처음으로 등장한 날, 전쟁에 이긴 자들은 제르마를 신이라고 칭송하고 패한 자들은 제르마를 악마라고 저주합니다. 폭력의 본질이 어떻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어떻게 불리느냐는 입장의 차이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역사서에 남는 것은 승자의 입장 뿐이겠죠. 도플라밍고의 말대로 전쟁은 중립이고 이긴 쪽이 정의입니다.
이는 800년 전 20개의 왕국에 의해 멸망한 고대의 한 거대한 왕국이 역사서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허용받지 못한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라를 잃은 사람은 인권을 잃습니다. 대한민국만 해도 백년 전에는 없던 나라입니다. 멸망한 제르마에 무슨 억울한 일이 있었을지는 모릅니다. 적어도 백성의 입장이었다면 몰라도 왕족이었던 빈스모크 가문은 고향 땅으로 돌아갈 수도 없을 것이며, 멸망한 나라에 대한 책임감도 더욱 컷겠죠.
그러나 제르마 제국은 50년도 아니고 300년 전에 멸망한 나라입니다. 그 당시 태어난 갓난아기가 늙어죽어 백골도 남지 않을 시간이 지났습니다. 옛 조국을 부활시키겠다는 빈스모크 가문을 '애국 열사'라며 이해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겠죠. 오히려 세계정부의 입장에서 제르마는 그저 가맹국을 무력으로 공격하고 현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악의 조직'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만약 고대왕국의 후손들이 돌아와 옛 왕국을 복원하겠다 한다면, 세계정부는 자신을 정의, 그들을 악이라 부르며 전쟁을 일으키겠죠. 제르마를 상대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며, 세계경제신문의 만화처럼 해군들이 파견되어 노스 블루를 점령한 제르마를 몰아냈을 겁니다. 저지가 말한 '66일의 꿈의 흔적'은 저지가 세운 제르마 제국의 수명일지도 모르겠네요. 제르마 66의 이름이 거기서 따온 거라면 훨씬 과거의 일이겠지만.
세계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모건즈의 세계경제신문을 통해 제르마의 이미지를 점점 악의 조직으로 바꾸어 나가며 해군을 정의의 편으로 묘사하는 반사이익을 얻습니다. 결국 제르마도 어느 시점에 세계정부에 굴복해 한 뼘의 영토도 없이 레벨리에 참석할 뿐인 가맹국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나라 하나의 전쟁 정도는 4시간만에 끝낼 무력을 지닌 제르마입니다. 위대한 항로도 아닌 노스 블루의 나라 몇개 정복하는 것은 쉽겠죠. 그러나 세계정부가 버티고 있는 이상, 그 가맹국을 멸망시키고 제르마 제국을 부활시키는 것은 힘듭니다. 그렇기에 저지는 세계정부의 바깥에서, 세계정부도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뒷배가 필요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사황 빅 맘과의 동맹이고요. 엄연히 세계정부의 가맹국인 제르마가 주저없이 정부의 적인 해적과 손을 잡은 것은 그런 사연이 있다고 봅니다.
빅 맘과의 동맹은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저지가 상디를 쫓는 빅 맘에게 달려들다 뚝배기가 깨져 죽지 않았다면 루피와의 동맹도 가능성이 높습니다. 레이쥬가 루피의 목숨을 구해주고 루피도 제르마의 목숨을 구해주는 좋은 관계를 시작해, 지금은 어깨를 나란히하고 싸우는 전우니까요. 루피가 일부러 노스 블루를 정벌해 저지에게 주지는 않겠죠. 그래도 제르마가 루피의 산하로 들어가고 루피가 세계정부도 손대기 껄끄러울 대해적으로 성장하면 사황과 동맹을 맺은 것처럼 제르마 제국의 부활도 가능해질 겁니다. 세계정부가 멸망하면 더욱 쉬워질 거고요.
그래서 먼 훗날에는 해적왕 밀짚모자 일당의 보호를 받는 신생 제르마 제국이 탄생하고, 상디를 제외한 4남매 중 유일하게 감정을 지녀 통치에 적합한 레이쥬가 저지의 뒤를 이어서, 세계정부를 상대로 하는 루피의 마지막 전쟁에 동참할 거라 예상합니다.
요약
과거 : 300년 전 노스 블루의 제르마 제국은 고향을 잃고, 황족이던 빈스모크 가문은 바다로 쫓겨났다.
현재 : 빈스모크 저지는 가문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4국 베기를 했으나 세계정부의 방해로 정복한 영토를 잃었다.
미래 : 제르마 왕국은 루피와 동맹 내지는 산하 관계가 되고, 루피가 성장함에 따라 노스 블루에 신생 제르마 제국을 건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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