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히키코모리(방구석 폐인)

인식은 언제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컴퓨터에서 뻗어나오는 빛은 그가 느끼는 세상에서의 유일한 빛.

매일 들르는 사이트의 채팅방에 그는 접속해있고.

항상 그렇듯이 바쁘게 키보드 위에 손을 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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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N : 저.... 이런 생활(히키코모리)이 이젠 너무 지루한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리얼충이 되볼까 하는데 어떻게하면 될까요?

아나콘다 : 우선 리얼충같은 단어들부터 그만사용하셈. 우리의 한국 어린E들은 그런말 잘 안쓰잖음

ㄴㄴ해 : 과연 그의 히키코모리 탈출은 성공할것인가!? 뚜비 꼰띠뉴드!

아나콘다 : ㄴㄴ님 좀 도웁시다 ㅋㅋ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말구요.

ㄴㄴ해 :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럼 2IN님 화이팅! 가능할거에요. 그리고 히키코모리에서 해방된다해도

우리는 잊지 않기!

2IN : 넵 ㅎㅎ 용기를 준 두분 감사합니당. 그럼 저는 준비를! 하러 일단 나가겠습니다!

2IN 님이 방에서 퇴장하셨습니다.

아나콘다 : 이번으로 몇번째인지...

ㄴㄴ해 : 한 12번째인것 같네용. 뭐 또 새벽이면 접속하시겠죠. 벌써 5달동안 반복하시넹..

랄까 왜 오늘 정규멤버중 5명은 않오는거임?

아나콘다 : 5:5 롤하러들 가셧다는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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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아! 이인식! 어서 밥먹어!"

방 밖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알았어요. 곧 나갈게요."

인식은. 하지만 이인식은 그저 컴퓨터 앞에서 빛을 받고있을 뿐 미동도 없다.

그의 표정에는 뭔가 알수없는 웃음이 담겨져있고.

역시나 움직임은 볼 수가 없다. 미동도 없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방문 앞에까지 누군가가 걸어오는듯한 발소리가 들리고.

똑똑.

방 안까지 선명하게 울리는 두번의 노크소리가 들린다.

똑똑똑.

인식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문밖에서는 다시금 노크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아직도 방안에서는 인기척조차 없다.

인식의 눈에는 한줄기의 투명한 눈물이 흐른다.

"참. 얘도. 안먹을거면 안먹는다고 말하던가."

컴퓨터의 화면은 보호모드로 돌아가 있는지 검은바탕에 그림 한장이 떠돌아다닐 뿐이다.

그에따라 방안에 들어오는 빛은 점점 더 약해진다.

"뭐어... 이젠 괜찮을거야... 나같은거.... 없어도...."

조용한 방안에 유일하게 남은 음원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소리는 방 여기저기에 부딪힌 뒤에 다시 음원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인식의 얼굴에 있던 웃음은 사라졌다.

그저 입을 살짝 다문 채로.

방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이 방안에서 산소가 모두 고갈된다 해도 그곳에 있는 생명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것 같다.

인식은 죽었다.

아니, 오래전부터. 5개월 전부터. 그는 죽었다.

아무런 빛도 들어오지 않는 이 방 안에서.

아무런 관심도 닿질 않는 곳에서.

혼자 쓸쓸하게.

인식의 눈에는 어느덧 검은색의 눈물이 고여있다.

그리고.

그 고인 검은 눈물은

그의 뺨을 타고서 밑으로 흘러져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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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콘다 : 2IN님 아직도 안들어오셨네요?

ㄴㄴ해 : 설마 정말로 히키코모리에서 해방되신건가!!?? 리얼충이 된겐가!!!

타릭타락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타릭타락 : 하아.... 5판2승... 3패 레이팅 떨어진다아....

ㄴㄴ해 : 롤이 그리 재밌음? 하루죙일 하시네;

타릭타락 : 재밋죵 ㅋㅋㅋ 님도 함 해보셈

ㄴㄴ해 : ㄴㄴ해

타릭타락 : 헛턈 ㅋㅋㅋ

타릭타락 : 어라 근데 오늘 2IN님이 안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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