츄챵이 쏘아올린 작은 공
... 나는 츄챵이 놓고 나간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츠쿠요미 공부법』이라는 책이었다. 영희는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었다.
'최후의 시장' 에서 사온 책이었다. 내가 강남대성 학원의 강의를 받기 위해 교재를 사러 갈 때 영희가 따라왔었다.
쓸 만한 과탐 책이 있었다. 그런데, 영희가 먼지속에 놓인 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기하와 벡터」 이라고 쓰여 있었다........(중략)
나는 츄챵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츠쿠요미 공부법』이라는 책을 아버지는 개천 건너 판잣집에 사는 젊은이에게서 빌렸다.
그의 이름은 수만휘였다. 만휘는 그 집 사수생이었다. 츄챵과 그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만휘가 하는 말을 나는 들었었다.
그는 이 입시판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왜?"
츄챵이 물었다
만휘는 말했다.
"사람들은 제대로된 복습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제대로된 공부법을 실천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하긴!"
"츄챵은 평생 동안 아무 공부도 안 하셨습니까?"
"공부를 안 하다니? 공부를 했지. 열심히 했어. EBS를 3번이나 돌렷네"
"그렇다면 기출을 풀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출을 풀지 않으셨어요."
"기출도 풀었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설의로!"
"츄챵아!"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 나는 생1지1을 덮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영호와 영희는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방죽가로 나가 곧장 하늘을 쳐다보았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츄챵이 밧줄을 매고 있었다. 바로 한 걸음 정도 앞에 관악산이 펼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