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3
부스럭.
'여긴 어디지?'
일어나보니 사막이 아니라 어느 뒷골목 쓰레기더미다.
"악!"
쓰러진 몸을 부추기려 손으로 바닥을 짚어 일어서려는데 오른손바닥에 유리조각이 박혀있다.
피가 흐른다.
박힌 유리조각을 빼내니 벌어진 상처가 보인다. 아직 피는 흐르고 있다.
주변을 잘 살피고 왼손을 지탱해서 몸을 일으켰다.
아깐 분명 배가 고팠는데 지금은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나와 해가 비치는 길가로 나오니 북적대는 도시의 시장풍경이 눈 앞에 선명하다.
사람이 많아서인지 기분이 들뜬다. 걷다보니 통증이 등에서 느껴진다.
낯선 느낌이 든다. 옷을 보니 내가 입던 옷이 아니다. 가벼운 면 소재 옷을 입고 있다.
옷이 길쭉길쭉하고 재봉이 잘 돼있다. 구멍나고 찢어진 아까의 옷이 아닌 팔과 다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부분을 가려주는 편하고 따스한 옷을 입고 있다.
날씨는 선선하니 덥지도 춥지도 않다.
'아 그렇구나. 여긴 천국이구나! 내가 생전에 나쁜 짓을 하지 않아서 신이 나를 천국으로 보내준거야. 아마 그럴거야.'
팔을 위로 뻗고 "야호!" 하고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모두 날 쳐다본다.
"하하하하하하! 천국이야 천국!"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람들이 쳐다본다. 어떤 사람들은 삿대질하며 미x놈이라고 한다.
툭.
"똑바로 보고 다녀. 거지새x야."
누군가 고개를 숙인 채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왜 그러세요?"
뒤를 돌아 말을 걸어보려는데
"..."
어깨를 치고 지나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로 승천했나? 여긴 분명 천국이니까 하늘로 날아가는 사람들도 있겠지? 날개달린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저벅저벅.
난생 처음보는 시장이란 곳의 많은 것들을 구경하기 위해 멈췄던 발걸음을 재촉한다.
"히야~! 진짜 신기한거 많다. 와~ 아줌마 이건 뭐에요?"
처음보는 물건들이 즐비해있다. 언제쯤 시장이란 곳을 가보고 싶었는데 정말 시장이란 곳은 대단하다. 사람도 많고 물건도 많고 신기한 것도 가득하고!
"훠이~ 건들지 마! 거지냄새나니까 장사가 안 돼잖아. 저리 가버려."
문제는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그리 좋지 않다. 말을 걸거나 가까이 가면 갖은 욕설을 퍼붓는다.
쓰레기더미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몸에선 온갖 쓰레기냄새가 풍겼다. 음식물찌꺼기가 머리에 붙어있어 악취가 심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내게 하는 말은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하늘에 수를 놓은 듯 너무나도 다양하고 처음보는 물건들이 눈 앞에 띌 때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머릿 속엔 온통 흥분으로 가득 차 있다.
별로 배도 고프지 않고 몸이 뻐근하긴 해도 쓰러지기 직전의 고통에 비하면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이야아아아!! 기분 좋다!!!"
흥분해서 시장 한복판에서 소리를 크게 질렀다.
퍽.
뒷통수가 얼얼하다. 누군가 나한테 돌을 던졌다. 너무 아프다. 머리가 멍하다.
"닥쳐!"
뒤를 돌아보니 덩치가 산만해보이는 어떤 빡빡머리가 나를 노려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몇 대 맞더니 정신을 못 차렸는 지 드디어 미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