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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playcast | L:39/A:518
1,984/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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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0-0 | 조회 91 | 작성일 2020-03-11 18: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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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무척이나 더웠던 지난 여름의 일입니다.



산중턱에 위치한 집의 이층에 있는 제 자취방의 창을 열면 창의 사각형 가득 두 개의 무덤이 보이고, 고개를 내밀어 밖을 내다보면 완만하게 누워있는 언덕 전체에 무덤이 가득 있습니다.



어떤 가문의 무덤인 것 같은데, 무덤 주위를 둘러싸는 철조망은 듬성 듬성 구멍이 나있고 오래된 노송이 브이자 모양으로 정상에서부터 무덤을 보호하듯 감싸고 있습니다.



초여름부터 상당한 더위를 보여주는 지역이기 때문에 낮 동안은 창을 활짝 열어 놓지만 밤이면 저절로 창을 닫게 되는 것은 머리속 깊숙히에 자리한 공포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그 여름의 중반에 삼일동안의 폭열지옥이 있었습니다. 이때만은 두려움이 자리할 틈이 없어 잠이 들 때도 창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이틀이 지나고 마지막 밤 심한 더위에 무거운 머리를 누르며 눈을 떴습니다.



새벽의 어둠속에서 침대의 끝머리에 농구공만한 물체가 보였습니다. 눈을 가늘 게 뜨고 보자 검은색의 둥그스럼한 모양이었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면서 그것이 조금씩 커져 가며 다가왔습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온건지, 부피가 커지기 때문에 얼굴쪽으로 다가오는 것 처럼 보인건지는 알 수 없지만, 서서히 제눈이 있는곳으로 접근했기에 흐린 빛때문에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인간의 몸이다]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내방에 사람이 있는 건가? 왜? 도둑? 허름한 집 이층에 사는 혼자사는 남자방에 훔쳐갈게 뭐 있다고?]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작고 가녀린 몸의 인간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짧은 머리에 큰 눈을 가진 소녀... 그런데 눈이 있어야할 자리, 코가 있어야할 자리, 입이 있어야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저 두 개의 휑한 구멍뿐...



놀란 몸은 쉽사리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물론 뭘 해야한다라는 생각도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할뿐... 순간 고무줄이 끊어지듯 몸이 움직였습니다.



손은 저절로 형광등의 스위치를 눌렀고 빛이 방을 비춘순간 침대위에 있었던 것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겁에 질린 저는 불을 켜둔채로 침대에 눕지도 앉지도 않은 어정쩡한 자세로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있었지만 이내 잠이 들어 버린 듯 합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자 등은 꺼져 있었고 침대옆의 시디꽂이는 쓰러져 있었습니다. 단순한 악몽이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밤이 오기전에 작은 스탠드 등을 사왔습니다. 그날 이후로 잠이 들 때는 언제나 스탠드 등을 켜놓습니다.



2월달에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제는 아련한 기억속의 그집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스탠드등을 켜지 않고 잘 수 있는 현재가 행복 하기에 그곳에서 혼자만의 생활을 하던 때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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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36/A:604]
티베리우스
ㄷㄷㄷ
2020-04-04 12:56:33
추천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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