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게발 텍본 전부 검수한 사람 입장에선 엄청 재밌는 상황이네요
그것도 그럴 이유가 몇 가지 있는게
일단 이 배포 신청이라는 행위 속에서 여러 군상을 발견할 수 있죠. 저나 니노아님, 우나님, emspvv님 등의 몇몇이 텍본의 번역 및 생산이라는 행위와 거기서 나오는 단편적인 스포일러들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신청 받는 글이 올라오는 순간 기존에 활동을 많든 적든 했던 사람들 외에도 타 게시판에 서식하는 분들이나 눈팅러분들, 한탕러분들 등도 불쑥불쑥 나타난다는 겁니다 마치 어? 츄잉 던만추 게시판에 이렇게 활동하는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요
여기서 모이는 사람들 유형을 살펴보자면
1. 활동량이 원래부터 많았던 유저들
2. 활동량은 적지만 꾸준히 활동한 유저들
3. 최근에 유입되었지만 활동량을 급격히 늘린 유저들
4. 최근에 유입되어서 활동량이 부진한 유저들
5. 신규 유입 유저들을 비롯한 활동량이 적거나 없는 유저들
개인적으로 3번과 5번의 유형이 흥미로운 편인데, 각각을 나눠서 분석해보자면
3-1. 활동량이 급격히 뛴 데다가 양질의 글을 뽑아내고 커뮤니케이션 또한 활발한 사람
3-2. 활동량이 급격히 뛰었으며 활동은 양질+일반적인 글 위주로 쓰는 사람
3-3. 활동량이 급격히 뛰었는데 그 활동이 대부분 소위 말하는 뻘글로 이뤄진 사람
3-4. 활동량 증가의 대부분이 댓글 때문인 댓글러
5-1. 던만추게 고대 시절에 활동하다가 모종의 이유로 활동을 멈춘 사람
5-2. 닉네임세탁 등의 이유로 활동내역이 증발한 사람
5-3. 글이나 댓글 조리있게 쓸 자신 없어서 눈팅하는 눈팅러
5-4. 텍본 소식 보고 급히 유입된 사람
5-5. 소위 말하는 한탕러 또는 먹튀
5-6. 특이케이스로 타게시판에서 던만추 처음 읽기 시작해서 막 유입된 사람. 이 경우 3-1이나 3-2번으로 편입 충분히 가능
참고로 전 텍본 검수자라는 입장을 배제하고 나면 솔직히 말해서 2번이나 4번에 해당하는데, 가입 및 활동은 올해 1월 초에 시작했지만 정작 본편 12권 떡밥 뿌려지기 전까진 츄온만 해대느라 뭐 한게 딱히 없습니다 던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도 게시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신 니노아님이 본편 12권 번역으로 등판하신 그때쯤부터고요
얘기가 새긴 했는데, 3번의 경우는 좋든 좋지 않든간에 대량 활동의 의지가 있고 게시판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데 문제는 이게 과연 게시판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볼 수도 있냐는 거죠 이 카테고리 내에서도 충분히 텍본 받기 위해 배포글 올라오기 전까지 활동을 급격히 늘려서 인증만 받고 다음 배포글 올라오기 전까진 잠시 안녕!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5번의 경우에는, 1/2/6번 말고 진짜배기 눈팅러 분들은 좋게 말해도 '침묵하는 다수'이고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자'인 게 어쨌든 게시판 활성화라는 공동의 과제에 기여한 게 없으면서도 게시판 내에서의 활성화를 통해 나온 산물이자 소득인 '텍본'이라는 것의 공평한 분배를 원하는 거니까요 아랫글에 올라온 것처럼 대학과 비슷한, 정확히는 대학 조별과제를 할 때 잠수타는 사람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겁니다
저는 사실 눈팅러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장에 저부터가 2017년 1월에 츄잉 가입하기 전까지, 2013년인가 2014년부터 16년까지는 계속 아이디 없이 눈팅러로만 활동했었으니까요 많은 츄잉러 분들이 눈팅러에서 재미를 느끼고 유입되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할 부분이라 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 눈팅러 분들이 텍본이라는 일종의 공동소득을 무상으로 얻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선 좀 부정적으로 생각이 드네요 뻘글, 하다못해 대량의 댓글이라도 써서 3번의 케이스로 충분히 올라갈 수 있음에도 그저 죽치고 앉아서 텍본 언제 올라오나 하고 눈팅만 하다가 타이밍 되면 인증글 딱 하나 쓰고 신청합니다! 하고 댓글달고 퉁치면 되는가에 대해서 인간의 본질같은 거창한 단어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 ㅋㅋㅋ(저번에 아이즈 심리분석글 썼을때 몇몇 분들이 심리학 전공하냐고 물어보시길래 이번 글에선 철학이나 사회학 얘기 나올까봐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 평범하게 상식에 뛰어난 문어발 20대이고 전공은 입자물리학 쪽입니다)
앞에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이거 뭐 뒷 내용이 종속되는 건 아닐까 싶지만 추가로 얘기를 꺼내보자면, 떡밥이나 애니화 또는 신작 출간, 정발 등등이 직접적으로 애니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건 맞지만 그 자체로 활성화의 동력이 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신작 출간이나 떡밥 양산 등이 계속 이뤄지는데도 활성화가 되지 못한 곳이라면, 일단 대표적으로 현재의 금게가 있겠죠 한때는 원나블 3대 게시판에 전혀 밀리지 않는 화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당시보다 오히려 지금이 더욱 신작과 떡밥 면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금게는 거의 죽어버렸습니다
그 이유를 금서목록 시리즈의 상당한 노잼화와 금서 3기 애니화 고멘네떡밥에서 찾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작품의 노잼화는 그리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 당장에 금서목록이 신약 들와서
생제르맹이랑 카미사토가 싸지른 거대한 똥들로 대표되는 암흑기보다 훨씬 노잼화, 혹은 아예 작품의 공백이 이뤄졌던 드래곤볼, 헌터x헌터, 블리치, 코난 등의 게시판을 보면 당시에도 다소의 쇠퇴는 일어났을지언정 커뮤니티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애니화의 경우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금서목록 게시판의 진짜 망한 이유를 따져보면, 앙쿠앙교 몰락+서이 숙청사태 등의 악재의 연속으로 인한 게시판 주요 고퀄러들(연구유저+그림유저+2차창작유저 등등)이 모조리
영정먹거나 접고 전체 화력이 박살나버린 상황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장에 과거 금게 최강의 약팔이셨던 고퀄러 펜닌(구닉 까까마까, 제 기억으로만 해도 서너 번의 닉변 또는 정지가 있으셨던 걸로 알음)님의 경우 금게 접고 도게로 이주하신 후에 던게에 모습 몇 번씩 보이는 정도이시고, 채색러 폴라리스님의 경우에도 금게 접고 츄온에만 몰두하시는 중입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하이무라 키요타카(소오 일러도 담당중)의 화풍 똑같이 재현하기로 유명했던 에그 뭐시기(하도 에그무라 에그무라 해서 닉넴도 기억 안남)님? 더 말할 것도 없고요 고급 품질의 창작물들과 분석글들을 통해 활성화된 금게는 이미 그 창작자들의 부재로 인해 폭-삭 망해버린 겁니다
반대 케이스는 역시 안 좋은 의미에서 역대 최악의 츄창들 다수를 양산해낸 블게가 있을듯. 블게는 어그로들에 의해 유지되는 게시판으로 전락했지만 아직 멀쩡히 살아있을 뿐더러 이들의 유지 기반도 과거 어그로들끼리의 분쟁에서 일부 유저들이 양산해낸 연구글들이 계속 생명력을 가지고 살이 덧붙여져 중대한 구성요소로서 기능하는 면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쩔 때마다 한두 번씩 옆동네인 vs게나 나게, 원펀게에도 쳐들어가서 깽판놓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블게는 이미 애니건 원작이건 가끔씩 출간되는 외전소설을 제외하면 작품의 생명이 완전히 끝난 작품입니다 해외 팬덤도 증발한 지 오래고요 그런데도 이 게시판이 살아남은 이유는 떡밥을 계속해서 유지보수해줄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에서의 열성 지지자들 덕분인데, 이들이 무언가를 계속 창작해내면서 떡밥을 순환시키고 그것에 자극받은 유저들이 활동을 지속하니까 신규 유저 유입의 단절로 쇠퇴할지언정 몰락은 없는, 그런 형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반면 우리 던게의 모습을 살펴보면, 솔직히 말해서 본편과 외전 출간속도가 거의 리틀 카마치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빨랐기에 새 떡밥의 순환속도가 빨라졌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본편 12권 이전까지는 고정적으로 존재하면서 일본어 원판을 번역해 네타를 뿌려주는 번역자, 일종의 '고급 창작자'가 없었기에(그나마 11권 당시에는 어느 정도 자세한 네타를 가져오는 분이 있었음) 상세한 떡밥이 도는 속도도 느려지고 그러면 또 텍본이나 정발본이 나오기 전까지의 기나긴 침체기에 들어가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거죠
하지만, 원판 번역자인 우나님이나 니노아님의 유입으로 상황은 급변했고, 이 시점부터 던만추 게시판 전체의 활동기, 더 나아가서 활동유저의 수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볼 수 있습니다 비록 본편 12권의 21시간 유출 전설(...)이라는 뼈아픈 경험도 있지만 어쨌든 그러한 새로운 것의 창출이 거기에서 파생된 꽤 양질의 연구글, 분석글, 하다못해 커플링 지지글의 양산까지 이어지게 됐으며 그러한 게 현 시점에서 츄잉 전체 게시판에서도 적당하게 상위권을 차지하는 수준의 활력을 형성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론 던게가 금게 전성기 시즌 2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대로 좀만 가면 똥퀄이나마 나온 소오 애니(jc발...)로 인한 작품의 인기 증대로 인해 emspvv님의 포토샵 신공처럼 분명 능력자 분들도 몇몇 유입될 거 같고, 신입이면서 고도의 질문글 혹은 분석글을 쓰시는 분들도 종종 보이는 만큼 떡밥의 순환이 지속될 거라는 가능성이 보였다는 거죠
글을 졸린 와중에 좀 두서없게 적긴 했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론 던게가 가늘고 길게나마 존속헸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도 매일같이 하루 1페이지 정도의 화력은 유지하는 수준인데, 이게 한 두 배에서 세 배까지 늘어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못내 남는 거죠 던게 초기부터 활동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던게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입장의 유저로선 지금의 텍본으로 인한 떡밥 창출에서 나오는 잠시동안의 반짝 성장이 아니라 신규 유저들의 다수 정착으로 인한 장기간의 활성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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