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던만추-흑성 02
“늦었네.”
“미안.”
태양이 높이 떠있는 정오 시간대.
워 게임을 내일로 앞두고 벨은 드디어 자신의 동료들과 합류했다.
오랜만에 만난 [헤스티아 파밀리아]는 길드가 지정한 숙소에 모여있었다.
“이제 준비는 다된 건가요?”
“예, 주신님께도 [스테이터스]를 보여드렸습니다.”
벨이 류의 질문에 대답하자, 벨프는 손에 든 얇은 상자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여기 약속해놓았던 단도다. 처음 것보다 베는 맛은 발군이다. 보증하지!”
“고마워.”
그렇게 말한 뒤, 벨은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단도 한 자루가 비홍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우시와카마루 2식].
남아있는 전리품(드랍아이템) [미노타우르스의 뿔]을 무기 소재로 제작된, 상급단야사의 혼이 들어간 한자루.
투명감이 있는 예리한 도신은 첫 번째인 [우시와카마루]와 같았지만, 첫 번째보다 도신이 길었다.
벨은 천천히 그 나이프를 손에 들었다.
약간이지만, [우시와카마루]보다 더 손에 딱 붙는 느낌.
단도를 쥐고 있는 벨의 오른손에 그의 숙적, 미노타우르스가 그대로 깃들어있는 것 같았다.
한참을 단도를 바라보던 그때,
“어이 벨, 그건 뭐야?”
무언가를 손가락질 하면서 벨프가 물었다.
그의 손가락 끝을 따라가 보니, 지저분한 천덩어리가 있었다.
어젯밤 중년 남자에게 받은 마검이었다.
“아아, 이거?!”
벨프와 얼굴을 마주보며 벨은 어제 있었던 일을 숨기지 않고 전부 말해주었다.
“마검이라고? 이게?”
혼란과 어이없음을 공유한 표정으로 벨프는 말했다.
“벨, 미안하지만 아무리 봐도 마검으로는 안보여.”
벨이 받은 마검을 얼굴을 한껏 찡그린 체 바라보며 벨프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검의 권위자라 할 수 있는 [크로조]의 이름을 가진 벨프이기에 알 수 있다.
보통 마검에는 가시화 된 마력이 광막이 되어 검심에 배어있어야 한다.
그러나 벨이 받은 마검에는 그것이 없었다.
“사기 당했네.” 상급 단야사(하이스미스)인 벨프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 순간, 벨의 머리 위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기]라는 글자가 떨어졌다.
무게에 벨의 머리 정수리를 압박 당하는 벨을 앞에 두고 벨프는 팔짱을 낀 채 탄식했다.
“마검이라고 해서 생각난 건데 벨프 씨, 이전에 말해놓은 것은?”
“응? ——아아, 준비해놓았어.”
고개를 숙인 벨을 놔둔 체, 벨프는 이번엔 대형 케이스 두 개를 테이블에 놓았다.
“단, 역시 시간이 없어서 미안하지만 두 자루만 만들었다.”
그 소리에 [사기]라는 글자로 압박을 받던 벨이 정신을 차려 조심스럽게 벨프에게 묻는다.
“……벨프, 괜찮은 거야?”
“아아, 고집과 친구를 저울질하는 것은 이제 관뒀어.”
벨에게 쓴웃음을 짓는 벨프.
그런 벨프에게 릴리와 미코토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경 쓰지마……. 어이 맡겨놓을게. 아까도 말했지만 급조한 거야. 위력도 강도도 보증할 수 없어. 사용할 때를 착각하지마.”
“알았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류는 대형 케이스 두 개를 자신의 옆에다 두었다.
벨도 받은 단도를 다시 자신의 허리에 찼다.
그리고 그 마검도 같이.
“어이 벨, 그거 가져갈 거야?”
벨프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본다.
“아하하……, 받은 거니까. 버리는 좀…….”
가짜라고 하지만 남에게 받은 물건이다.
그런 물건을 버리는 것은 역시 벨에게는 무리였다.
가짜 마검을 버리지 않는 소년에게 어이없는 표정을 짓던 벨프는, 이내 짐짓 웃음을 지었다.
“그럼……헤스티아 님이 준비해놓은 대로”
“으응. 내일 중으로———성을 함락시킨다”
“응……이기자”
어둠 속에서 어려 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