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그 날, 엘프 소녀(2)
"죄송해요.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라서."
이곳은 벨이 항상 훈련하는 공간이다.
사람이 전혀 오지 않는 곳. 말하자면 비밀기지일지도.
매우 편한 차림으로 아침 훈련을 진행하던 벨.
그 훈련은 엘프 소녀의 등장에 멈춰버렸다.
팔을 가리면 좋을텐데 아쉽게도 외투는 가져오지 않았다.
레피야는 무심코 고개를 떨군채로, 다리를 오므렸다.
왠지 굉장히 부끄럽다.
이유는 몰라도 부끄러워서, 입술이 간질거렸다.
"저기 괜찮은거죠?"
"다, 당연하죠! 저를 뭘로 보시는 건가요?!"
"죄, 죄송합니다!"
언뜻 보면 웃긴 대화였다. 하지만, 이럴 때는 변하지 않는 모습에.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가는 엘프 소녀.
조금 긴장이 가셨다. 왜 이 사람을 만나는데 긴장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럼 다음은 어떻게 하지? 잠깐, 이렇게 가도 되는건가?
바로 사과의 선물을 줘야하나? 품에 숨긴 선물을 만지작거리는 레피야.
무슨 말을 하면서 주면 좋을까?
선배가 주는 선물이에요? 멋진 싸움이었답니다?
이런 일은 학과에서도 경험하지 못했다.
하다못해 파밀리아에서도.
"그때는, 멋졌어요."
그리고 그만 말이 새어나왔다.
"에?"
"아니,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이이이!!!!! 아니에요!"
얼굴이 잘 익은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이게 아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레피야.
그녀는 벨과 나란히 앉은 벤치 위에서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다.
이곳은 사람이 오지도 않는 곳이기 때문에, 치우는 사람도 없다.
사람이 그냥 앉는다면 모를까, 격하게 움직이면 부서지는 물건이 있다.
바로 둘이 앉은 벤치처럼.
엘프 소녀의 광란을 버티지 못한 벤치가 릴 라파가를 맞은 몬스터처럼 부서졌다.
머리가 엉망으로 회전했다. 바로 일어서기는 자세가 곤란했다.
그만 눈을 질끔 감는 순간, 누군가 레피야를 끌어안았다.
생각하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감긴 눈을 뜨는 레피야.
"정말로 괜찮은거죠?"
"아, 아아."
충격이 전해지지 않은 이유. 그건 간단했다.
벨이 그녀를 잡아줬기 때문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잡아줬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신들의 용어로 럭키 스케베 미수판!
손을 뻗어 레피야의 머리를 보호해준 벨은 그 자세탓에,
너무 접근했다.
벨의 얼굴이 바로 앞에서 보인다.
심장이 망가진 것처럼 요동쳤다.
몇 달 전이라면 마법을 난사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레피야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을 보호하는 이 손길이.
싫지 않다.
그리고, 이 가슴의 뜨거움은.
도대체 뭘까?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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