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하얀 토끼와 왕녀는(2)
"심심해서 함 불러봤다. 술은 고맙다."
진지한 마음으로 로키를 만난 벨이 들은 말은 그게 전부였다.
헤스티아에게 신 로키가 술을 좋아한다는 말에 사들고 간 술.
그건 좋아하면서 받았다.
큰 일이 없어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남은 문제가 있었다.
"왜 그러지?"
"아, 아뇨."
무심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반응이다.
오라리오 최강의 마도사를 앞두고, 긴장이 풀리지 않는다.
지금 벨이 있는 곳은 리베리아의 개인실.
크게 화려하지 않더라도, 왕족의 품위를 지켜주는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오자 마도구로 향긋한 숲의 향기가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저기, 저는 왜."
벨은 로키를 만나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불려왔다.
"흐음, 어째서일까?"
리베리아는 여유롭게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그녀는 개인적으로 벨이 궁금해졌다.
이 휴먼이 아이즈를 변화시켰다.
이 모험자가 핀에게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그리고, 단원들의 보고로 레피야가 신경쓰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동료들이 이 어린 휴먼을 중심으로 변한다.
얼핏 들어보니 18계층에서 레피야와 아라시아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나?
하이엘프 왕녀 세르디아의 일로.
벨이 긴장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라고.
하이엘프 왕녀는 착각하고 있었다.
여신을 압도하는 아름다움 앞에서, 오라리오 최강의 마도사 앞에서.
긴장을 푸는 쪽이 드문 부류가 아닐까?
"흐음."
또 한번 심기가 불편하다는 소리를 내자 토끼처럼 어깨가 떨린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엽게 느껴졌다.
"너에게는 여러 의미로 묻고 싶은 게 있다."
그러니 떨지말라고.
얼핏 보면 관능적인 손짓이 토끼의 뺨을 쓸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