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10권 스포) 핀이 바라보는 벨
오랜만에 들렸는데, 아직까지 이 부분은 글스포만 있었던 것 같아서.. 조금 들고 와봤습니다.
공격당하는 하프 엘프를 지키려고 몸을 던지는 모험자.
궁지에 몰린 사람들을 구하고자 홀연히 나타난 용감한 소년.
벨 크라넬을 비난하던 사람들의 눈에는 그 모습이 어떻게 비쳐질까.
"형...."
인파 속에는 얼마 전 만났던 고아들도 있다.
휴먼과 시앙슬로프, 하프엘프 아이들과 함께있는 파룸 소년이 멍하니 싸움을 관망하고 있다.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그 표정과 눈동자에서, 벨 크라넬에 대한 악의가 사라져 간다.
'<연극>이다...'
공격당하는 군중, 그리고 위기에 노출 된 소녀. 괴물로부터 그녀들을 지키는 <영웅>.
어디까지고 극적이며, 어디까지고 우습다.
신이 연출하는 무대 장면에 누구나 조종당한다.
남신의 수완이 훌륭하다고 칭찬해야할 것인지, 놀아나는 하계의 주민들에게 메마른 감정을 품으면 좋을지.
무대 뒤에서 실을 움직이는 신물을 알아채 버렸기 때문에, 핀은 혼자 <무대>를 깨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대>의 존재를 알아채고 있는 것은, 핀을 제외하면 신들 정도일 것이다.
광장에 도착해, 아무 말도 못한 채 얼어붙어 있는 <헤스티아 파밀리아> 주신의 모습을 발견하며,그렇게 생각한다.
'5일 전 소년의 행위가 <어리석은 짓>이었다면..... 지금 이것은 마치 <떨쳐내기> 같다.'
<영웅>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의식>.
신이 연출한 <영웅의 원점회귀>.
남신 헤르메스는 과연 벨을 영웅의 자리에 회귀시키려는 것일까?
그의 신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핀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만약 내가 그의 입장에 있었더라면.....'
핀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신이 원하는대로 대사를 읽고 연기를 할 것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거절할 것인가.
결국에 최후에는---핀은 야망을 우선시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신의 계획에 편승하여 일족을 위해 자신의 긍지를 버리고, <영웅>으로 복귀할 것이다.
그 상황을 내다보고 말았기에, 핀은 자조의 웃음을 흘렸다.
역시 자신은 <만들어진 영웅> 이라고.
모든 행동을 저울질하고서야 행동하는 <간웅>.
"로키..... 유감이지만, 끝까지 지켜볼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이 장면은 신이 만든 무대.
모든 것이 쓰여진 각본대로 움직인다.
찾을 만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충고를 했던 주신에게 말을 건넨다.
'몬스터도 불쌍하군.... 던전으로 귀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을텐데. 신에게 조종당하는 결말은'
핀은 결코 몬스터를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만큼은 미친듯이 날뛰고 있는 가고일에게 연민의 눈길을 보냈다.
"단장, 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아, 신호를 보내지"
배치가 완료되고, 단원들이 보고한다.
짧은 지시를 내리고,
핀 자신도 <포티아 스피어>를 들고 투척 자세를 취한다.
남신의 <무대>를 부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괴물진압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다.
소년의 <명예 회복>은 그 이후의 일이다.
핀이 아무래도 리틀 루키를 실각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며 핀은 고아들에게 이야기한 대로 그를 인정하고 있다.
----혹은, 벨 크라넬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아무런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괴물의 마수에 꿰뚫려, 최악의 우행을 저지를까
과연 신의 뜻대로, 괴물을 죽이고 영웅으로 회귀할 것인가.
정해진 두 갈래길. 어떠한 선택사항을 취할 것인지, 핀의 벽안은 주위의 관중처럼 구경한다.
"[로키 파밀리아]가 도착했다!"
지상의 부대가 광장에 돌입한다. 주위의 모험자들과 주민들이 함성을 올리고, 유익의 몬스터들이 결사의 포효를 올린다.
"!!"
흉악한 가고일은 날개를 크게 벌리고 우뚝 멈춰선다.
바닥과 평행이되도록 날아가며 감행하는 특공.
경악하는 하프엘프와 벨 크라넬에게 회피도 방어로 허락하지 않는 필사의 일격.
무대의 종막이 다가온다.
"조준"
단원들은 활로 날개달린 몬스터들을, 그리고 자신은 직접 창으로 가고일을 관통하기로 명령했다다.
장창을 겨눈 핀은, 소년과 괴물만을 응시했다.
사람들의 비명.
괴물의 포효.
웃음과 함께 당겨지는 신의라는 이름의 실.
주위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이 응축하는 가운데----그 소년의 눈초리가 변했다.
자신을 꿰뚫고자하는 괴물의 손톱을 눈앞에 두고
벨 크라넬이 택한 행동은, 바로 믿는 것이었다.
"----"
핀은 경직했다.
소년은 두 팔을 벌리고 기다렸다. 무방비한 모습을 보고 몬스터의 눈이 경악에 물든 그 순간.
가고일은 돌격을 중지하고 후퇴했다.
"---대기!"
광장 위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반응하며 공격 중지를 명령하는 핀의 모습에 단원들이 놀랐다.
크게 뜨인 그의 벽안은, 공격을 멈춘 가고일에 못 박혀 있었다.
'그만뒀다? 멈췄어? 괴물이 공격을? 세뇌가 풀린 것이 아니야----자신의 의지로!'
몬스터의 움직음을 놓치지 않은 핀은,
가고일의 후퇴는 제정신을 되찾은 류의 행동이 아니라고 간파하고 말았다.
벨 크라넬의 행동을 보고서는, 자신의 의지로 공격하는 것을 멈춘 것이라고.
동시에, 핀은 자신의 추리가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가고일은 조종 당하고 있지 않았어?
--그렇다면 저것은 처음부터 벨 크라넬을 위해 몸을 바치려 했다고?
--몸을 바쳐 비브르를 지켜준 소년에게 보답하기 위해 신의 거래에 응했다고?
--[괴물]이 사람을 위해!?
1초 동안 자문자답이 반복되며, 핀의 명석한 두뇌에 번개와 같은 섬광과 충격이 지나간다.
비록 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진정한 괴물이 의도나 타산도 없이 사람을 지켰다.
소년의 신뢰에 보답했다.
'무엇보다-----벨 크라넬!'
몬스터도 죽이지 않고, 자신이 지키고 있는 하프엘프도 죽지 않게 하는, 어리석을 정도의 제3의 행동.
둘 중 하나라고 믿고 있던 핀의 예상을 뛰어넘은 <제3의 선택사항>.
소년은 <저울>을 깨버렸다.
소년은 절대적인 <신의>를 거부했다.
소년은, 마련된 <영웅>의 자리를 걷어찼다.
핀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례없이 어리석고
눈에 안보일 정도로, 눈부시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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