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혜 - 짊어진 것들이 약점이라 안타까운 인재
(왼쪽부터 유동 - 기혜 - 마정)
오후부터 흑양 함락전을 정주행했는데..
작중 기혜 또한 난세에서 처참하게 부숴진 인물들중 하나였네요. 과거를 보자면 지방 성주들 사이에서 지역의
지배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고, 고향인 이안을 지키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싸워가며 성장했다는..
안 그래도 진나라나 연나라 같은 적국들과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난세인데 조나라 내부에서 변방 장수들끼리
서로 내전을 벌였다는 컨셉 자체가 기막힌 것 같네요.
차라리 상대편 지방 성주가 먼저 이안을 노리고 공격을 시도했고 기혜의 아버지가 "우리들끼리 싸우면 그건 내전이고
왕도 한단에게 있어선 반역 행위이니 화친을 합시다."라고 협상을 시도하는 장면이라도 만화에서 나왔다면 좀 더
자연스러웠을 것 같아요.
한단에서 중재 부대를 보낼 정도였다면 대체 얼마나 답없는 싸움이었을지..
기혜는 조나라 조정 입장에선 그냥 대역죄인의 아들인데 아버지랑 아버지 측근들이 다 처형당하고 고향이 내전으로 망해서
다행히 사면을 받은 입장인 거겠죠?
실제 역사상 조나라는 병권을 가진 장군들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중앙집권 국가인 진나라에 비해 많이 약했다는데
작가가 그 부분을 일부 반영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혜가 자신이 속한 조나라보다 고향 땅인 이안을 더 사랑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목이 끝내 참살당하고 사마상은 파면당한 것이고..
모든 내전이 끝나고 어린 나이에 성주가 되어 파괴된 고향을 지키기 위해 기혜가 흘린 피눈물을 보니까 난세의 흐름에 편승해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해가며 중화통일을 하겠다는 여정(진시황)의 허욕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작중 환기가 디스한 대로 그건 대살육, 대약탈의 길이죠.
작중 기혜를 보면 고향인 이안의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인물로 나오는데(별도 능력치→ 이안에 대한 사랑 100)
일반 백성들과 병사들이 부모처럼 따르고 최측근인 유동과 마정이 기혜에게 절대적인 충성(유동→ 100, 마정→ 99)을 바치는
것만 봐도 기혜가 인격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인물인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지휘하는 이안병들도 기혜의 등장 한 번으로 사기가 크게 폭발하죠.
단련시킨 기병들은 절벽도 두려움 없이 내려가 돌격할 정도.
전쟁에서 뛰어난 전투 기술과 흔들림 없는 사기 이 두 가지가 필수적인 승리 조건임을 감안한다면 이렇게까지 병사들의
투지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건 작중 염파나 왕기 같은 천하대장군들이나 삼대천의 깃발인 대천기가 등장할 때 빼고는 못 봤어요.
차라리 흑양 함락전 때 작가가 처음부터 기혜를 환기군과 싸우게 하지 말고 비신대와 싸우게 해서, 인격 면에서 비슷한
이신이 기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하거나 비신대가 고전하는 전개가 나왔다면 괜찮았을 것 같아요.
환기가 기혜를 중심으로 이안군의 조직력과 사기가 반대로 커다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이용해서 이안을 흑양
백성들처럼 학살해버리겠다고 협박해 흑양 함락전을 이긴 것이니..
측근인 마정이 파워에서, 유동이 두뇌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기혜는 장군으로서의 능력치가 골고루 뛰어난
밸런스 타입인 것 같고 분석력도 뛰어나서 군에서 부장으로 제 몫을 다할 인재 같구요.
전투에서 크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거나 왕전이나 몽념 같은 천재에게 털리는 모습으로 나와서 안타깝고, 군사인 유동이
전사한 게 기혜에게나 조군 입장에서나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죠.
업 공방전 이후로는 아직도 등장이 없는데 호첩군 소속이 되어 평양 ~ 무성 최후 방어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보다 더 앞쪽 전선에서 왕전군 또는 양단화군과 대치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이목의 지시로 청가에 합류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작가가 이미 많은 것(의형제, 고향 땅, 소중한 이안 병사들)을 잃은 기혜에게
허망한 최후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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