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거부받는 자들 - 7화
빌어먹을 왕자년땜에 3회전에서 탈락할 뻔 했지만 어쨌든 그년덕분에 내 힘이 더 강해졌다.
왕자년이 압도적이긴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보다 못한 쩌리버러지년들의 연속이었고 무난하게 크라운 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었다.
"1회전에서 나와서 우승이라니, 정말 우수한 팀이군요. 크라운 게임에서 우승했으니 아까 말했던 특전을 드려야겠죠?
우승 특전은 다음에 있을 포지션 테스트의 무조건 합격입니다.
그럼 먼저 포지션 테스트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죠?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탑의 전투는 주로 팀전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이 전투시에 각자가 맡아야 할 임무가 바로 포지션이죠.
많은 포지션들이 있지만 기본적인 포지션은
개별적인 활동이 가능하고 릴 인벤토리를 이용해 적들을 무력화시키는 낚시꾼,
낚시꾼이 잡아놓은 상대를 창을 이용해 제압하거나 최후방에서 창을 날려 사살, 견제하는 창지기,
어두운 탑을 등대로 비추고, 등대로 전투 상황을 수집하고 파악하여 길잡이에게 전달하는 등대지기,
전투의 최전선에서 옵저버를 이용해 동태를 살피고 낚시꾼의 돌격을 돕는 탐색꾼,
신수를 조종해 전투를 보조하고, 때로는 상대방을 제압하는 전장의 지배자 파도잡이가 있습니다.
3일 후부터 여러분은 이 포지션들 중 한 포지션을 배정받아 한 달간 교육을 치른 후 다음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여러분의 포지션은 지금까지의 시험을 참고로 하여 배정되었으며 포지션별로 합격자의 수도 다르니 유의해주세요.
이 표를 참고해서 여러분들이 배정받은 포지션을 확인해주세요."
어디보자... 나는 파도잡이인데... 앨리셔도 파도잡이네 오디스는 탐색꾼?.
등대지기하면서 꿀이나 빨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다.
어차피 합격 확정인데 한달동안 그냥 놀까...
"크라운 게임의 우승자분들은 수업에 참석하지 않아도 무관합니다만, 여러분들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테니 참석하는 것이 좋겠죠?
3일 후에 수업이 시작될테니 그 동안 휴식을 취하시길 바랍니다."
흠... 하긴 좀 능력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앨리셔에 비하면 응용 폭도 좁고 약한 편이다.
신수라도 다루면 그나마 좀 나아지려나.
일단은 쉬어야겠다. 숙소는 왜 쓰잘데기없이 멀리 있는지 모르겠다.
앨리셔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깜짝 놀랐어, 클레어. 나도 그만큼 강력한 빛은 낼 수 없는데... 게다가 난반사시켜서 약해진 빛이었잖아? 훈련이라도 받은 거야?"
"아냐, 아냐. 빛을 이런 식으로 다뤄본 건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러는 앨리셔야말로 능력을 쓰는 게 굉장히 익숙하던데 혼자서 다 터득한거야?"
"음... 사실 너한테만 말해주는건데, 난 헬리오스의 수장인 명왕의 양녀야. 회사엔 능력자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많이 배웠지."
어머어머... 어쩐지 강하더라니...
"어머, 정말? 부럽다! 그런 좋은 환경에서 자라다니..."
갑자기 앨리셔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내가 말실수했나?
"클레어, 넌 왜 탑에 들어왔어?"
갑작스런 질문이다.
그리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부모님의 강요...
"뭐, 나야... 부모님이 반강제로 집어넣었어. 사실 지금도 난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렇구나... 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이 탑에 들어왔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나서 지금의 내 아버지인 명왕이 나를 양녀로 받아들였어.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엔 나도 어느 정도 안심했지. 그래도 사는 게 그렇게 고단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 누군가가 잘 되면 반드시 시기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
나에 대해서 점점 안 좋은 소문들은 늘어만 갔어. 좋은 학교를 들어가도,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해도 사람들은 명왕의 딸인 덕택이라고, 그렇게 떠들어댔지.
그래서 난 회사의 지원같은 것 없이 더 완벽해져야했어. 공부도, 운동도, 뭐든지...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날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은 이건 내가 파놓은 함정이라면서 그런 모습에 넘어가면 안 된다고 떠들어댔지.
겉으로 보이는 교우 관계는 괜찮았지만 그 애들도 속으로는 날 안 좋게 보고 있었고...
내가 사이퍼라서 더 그랬을지도 몰라. 뭐, 이젠 다 지난 얘기지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살 수도 있다는 게, 그리고 그러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고 넘길 수 있다는 게 감탄스러웠다.
지금까지 난 내가 불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앨리셔를 통해 내가 불운하지 않다는 것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나의 빛이 되었다.
시험의 층 - 총 시험 감독관실
쿤 아게로 아그니스가 앉아 있다.
"그 능력자들... 10가문도 아닌 미천한 쓰레기 가문주제에 꼴에 능력자랍시고...
어쨌든 그들은 위험하군. 제거해야겠어... 처단부대를 불러야겠군."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던 쿤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흐극... 시발... 흑... 나도 저 때는 나름... 흐그극... 그 망할 도마뱀년이랑 눈깔귀신년만 아니면... 흑... 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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