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 The red Top - 4
뒤로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마을이
앞으로는 달과 같이 신비하고 아름다운 남자가-
흑비단의 은자수처럼
중간지역의 검은 하늘에 뜬 수만의 볼 라이트가 어두운 밤길을 비추고
길을 따라 올곧게 뻗은 나무가 그와 소녀의 간격을 나타내고 있었다.
소녀와 마주치자 다른 장소에서 낮잠을 자고 돌아온 남자는 꽤 당황했다.
시선이 맞닿은 순간 흠칫하더니 그대로 부동자세를 유지하였다.
소녀 또한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는지 아무런 동작도,
말도 하지 않고 쭈뼛쭈뼛 남자와 땅을 번갈아보며 시선을 고정시키지 못 했다.
아주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소녀의 등 뒤로 모르는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류엔씨~! 축제 시작한다고~"
소녀의 등 뒤라면 분명히 마을 쪽이다.
소녀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움찔했지만
들려오는 목소리가 말하길 류엔이라 불리는 남자는
경직이 풀렸는지 여유롭게 대답했다.
"알았어. 근데.."
류엔은 시선을 잠깐 소녀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한 사람 더 데리고 갈 테니까 자리 준비해놔."
"한 사람? 거기 꼬맹이 말인가?"
"닥치고. 만약 갔는데 자리 없으면 이제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류엔은 마을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라온 환경 때문인지 매사에 수동적인 소녀와 맞닿을 즈음
그는 살짝 소녀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어이 멍하니 있지 말고 따라와."
"... 네?"
소녀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리 대답하자
류엔은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긁은 후 소녀의 손목을 잡았다.
"어차피 갈 데 없는 거 다 아니까 따라오라고. 너 배고프잖아?"
소녀는 그제야 연구소에서 버려진 후 한참을 걸으면서도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것을 자각하자 소녀의 배에선 꼬르륵하며 제법 귀여운 소리가 났다.
왠지 모르게 소녀는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봐 그런 소리도 나네. 그러니까 닥치고 따라와."
류엔은 소녀의 손목을 잡은 채로 마을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수동적인 소녀라도 이 남자의 말과 행동이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소녀는 남자의 손과 자신의 손목이 맞닿은 부분을 보았다.
왠지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소녀는 생각했다.
이 사람의 곁에 있고 싶어.
".... 저기.."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일까.
없는 용기를 짜내어 소녀는 진심을 담아 이리 말했다.
".. 감사... 해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는 듯 대답하지 않던 류엔은
".... 그래."
작지만 분명히 그리 말했다.
흑비단의 은자수처럼-
중간지역의 검은 하늘에 뜬 수만의 볼 라이트가
두사람이 가는 길을 환희 비추었다.
맞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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