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 문학] 천검님 탑 오르신다! - 귀환 (2)
"정파 무림은 못해도 50년은 마교를 넘볼 수 없어. 내가 없어도 정파 무림 샊이들 중에서 마교에 비벼볼 놈은 아무도 없단 말이다. 그러니까 나, 집에 좀 가자. 응? 20년이라고, 20년."
유세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나도 여기서 사는 게 좋기는 한데, 그래도 부모님도 보고 싶고... 어? 집에 가고 싶다고. 너희들은 내 마음 모르겠냐? 모르겠지, 씹알. 어떻게 알겠어? 근데 알 필요 없고, 나 그냥 집에 간다."
"교주님!"
"주진목."
유세하가 주진목을 노려 보았다.
"너 뒤질래?"
주진목의 입술이 꾹 다물렸다.
"내가 진짜 미치는 꼴 한 번 볼래? 내가 마음 먹으면 여기 있는 놈들 중 절반은 우습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금 무리한다 싶으면 다 죽일 수 있을 거고. 그 뒤에는 어떻게 할까, 천마살령대, 천마신검대, 뭐, 걔들도 다 죽여 버릴까?"
"교주님..."
"말이 그렇다는 거야."
유세하는 풀이 죽은 주진목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냥 간절해서 그래. 군림천하, 나 없어도 이제 할 수 있잖아. 사실 이미 군림천하기도 세웠고. 그러니까 나 좀 보내주라. 진짜 부탁할 테니까. 무릎이라도 꿇을까?"
유세하가 몸을 일으켜서 무릎을 꿇는 시늉을 하자, 모두가 기겁하며 땅에 머리를 처박았다.
유세한느 그들의 반응에 피식 웃고서는 의자에 다시 앉았다.
"...그러면, 부디 자식이라도..."
주진목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말에 유세하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내가 네 속 모를 것 같아? 내가 애 까면 정 들어서 못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애가 뭐, 내가 마음 먹으면 바로 튀어 나오냐? 그리고 상대는 어디서 구해?"
"제 딸이라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제 딸이 용모도 빼어나고 무공의 재능도 출중합니다. 분명 교주님의 마음에..."
"아니, 아닙니다. 제 딸이 더..."
삼대 명가의 가주들 중 딸을 가진 둘이 머리를 들었다.
유세하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내 알기로는 류씨 가주의 딸은 올해 아홉인 것으로 아는데."
"조만간 초경을 할 것이 틀림없..."
"Ji랄 좀 하지 마시오."
유세하의 말에 류씨 가주의 입술이 다물렸다.
"그리고 백씨 가주의 딸은... 음... 내 취향이 아니므로..."
"원래 몸이 큰 아이가 아이를 잘 낳는..."
"아니, 애 낳을 생각 없다니까."
유세하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술법은 바로 내일 거행할 것이고, 교주는 이전에 말했듯이 부교주인 주진목이 오르는 것으로 한다. 이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마라. 한 번만 더 가지 말라고, 아니 된다고 하면 진짜 다 죽여 버릴 테니까."
결국 힘 가진 놈이 깡패라고, 유세하는 그렇게 밀어 붙이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등 뒤에서 들리는 통곡을 애써 무시하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사는 것도 좋기는 하겠지만.'
푹신한 침상에 누웠다.
이곳에서의 생활에 부족함은 없다.
그는 마교의 교주였고, 왕이었다.
그가 원한다면 세상의 진귀한 것들 중 얻지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재물, 명예, 사실 명예는 악명에 가깝지만.
평범하게 살았던 고등학생 유세하가 평생을 살아도 얻지 못할 것이 이 세계에 있다.
'그래도 돌아가야 해.'
처음 혈교에 떨어졌을 때부터 쭉 생각했다.
세뇌 당했던 10년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혈교를 나오고서도 쭉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집, 부모님, 친구들.
차라리 돌아갈 방법이 없다면 모를까, 돌아갈 방법을 찾았는데 계속해서 이 세계에 남아있고 싶지는 않았다.
이 세계에서 20년을 보냈다.
저쪽 세계에서도 20년이 흘렀을까.
'엄마, 아빠, 많이 늙으셨겠지.'
몇 번이고 했던 생각이다.
이제는 부모님의 얼굴도 조금 흐릿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반로환동을 한 덕분에 유세하의 모습은 20대에서 멈춰 있었지만, 처음 이 세계에 왔던 유세하는 17살의 소년이었다.
그가 세월의 흐름을 몸으로 받아냈듯, 그의 부모님과 그의 친구들, 그가 알던 모든 이들 역시 그렇게 되었겠지.
유세하는 익숙한 우울함을 느끼며 침상 위에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