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짧음]사슴5
라헬은 흙더미 위에 누워있는 개처럼, 입에 초코바를 물고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고개를 돌렸다. 줄에 묶인 비올레를 본 라헬이 활짝 웃었다. 라헬은 그때 이후로 한번도 내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물..."
라헬이 나한테 생수병을 던져줬다.
나는 비올레와 부하들을 내 등대에 집어넣은 뒤, 물을 들이마시면서 바닥에 누웠다.
"...수고하셨어요."
라헬이 말했다.
"어."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땀이 식었다.
나는 다시 일어나 내 등대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깔고, 그 위에 누웠다. 베개와 덮는 이불도 꺼냈다.
"2시간만 자고 나가자."
"전 안 졸린데요."
"안 졸려도 일찍 자야 키가 크지 않을까?"
내 논리가 좀 억지스럽다는 건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라헬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왜 이렇게 나를 재우려고 해요?"
"방금 말했잖아. 일찍 자야 키가 큰다고."
"거짓말 하지 마요."
"...그럼 사실대로 말해도 돼?"
"네. 그리고 어린애 취급하지 마요."
"내가 먼저 잠들면 네가 언제든 나를 죽이고 도망칠 수 있잖아."
이런 말은 하기 싫었지만, 라헬이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아까 말했잖아요. 이제 더 이상 갈 곳도 없다고... 그런데 배신을 왜 해요."
"그래도 못 믿겠어."
라헬이 한숨을 쉬었다.
"...맘대로 해요. 2시간 뒤에 깨워요."
라헬이 일어나서 내 옆으로 왔다. 라헬은 나를 등지고 눕는 척 하면서 내가 덮고있는 이불을 슬쩍 빼앗아 갔다.
나는 불을 끄고 자리로 돌아와 누웠다.
눈을 감고 오늘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되새기면서 라헬이 잠들기를 기다렸다. 라헬은 5분도 지나지 않아 잠들었다. 숨 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었다. 이제 나도 잘 시간이 됐다. 나는 이불을 내 쪽으로 당겨서 껴안았다.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관절들이 풀리고, 잠이 찾아왔다.
나는 잠결에 눈을 찌르는 햇살을 피해 더 뒤집어 썼다. 잠깐. 햇살...? 갑자기 눈이 떠졌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니 아침이었다. 참새가 울었다. 포켓을 확인했다. 거의 9시였다. 몸도 끈적끈적하고 정말 짜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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