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짧음]사슴7
우리는 제 시간에 기차에 탔다. 퍼그의 추적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었다.
라헬은 창가 자리에 앉아서 밖을 바라봤다. 나는 등대에서 책을 꺼내서 읽었다. 온도와 습도도 적당하고, 소란스럽지도 않고,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라헬이 심심하다고 징징거렸다. 책 읽는데 귀찮게...
"이걸로 게임이나 해."
나는 내 포켓을 던져주고 계속 책을 읽었다. 라헬은 흥미가 생긴 듯 내 포켓을 붙잡고 놀았다.
이제 편안히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라헬이 또 내 팔목을 툭툭 쳤다.
"왜?"
"연락처에 '유리'라고 등록돼 있는 사람이 그 자하드의 공주 맞아요?"
"어 맞어. 그리고 남의 연락처 맘대로 열어보지 마."
라헬은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계속 했다.
"무슨 연락처에 사람이 두 명 밖에 없어요? 심지어 한 명은 퍼그 연락책..."
나도 슬슬 짜증이 났다.
"어쩌라고. 내놔." 나는 라헬 손에서 포켓을 빼앗았다. 그래도 라헬은 갤러리부터 열어보는 악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른 친구나 가족 없어요?"
"어. 다 죽었어."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죄송해요..." 라헬이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좀 당황스러웠다. 아무래도 오해를 풀기 위해 내 이야기를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라헬에게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중간지대에서 살았어. 우리 가족은 목장을 운영했는데, 음..."
옛날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난 이런 게 너무 싫었다.
"나는 18살에 선별돼서 2층으로 끌려갔어. 2층에서 시험 치고 나면 휴식 기간 주잖아? 그 때 가족이 너무 보고싶어서 시험관한테 그 얘기를 했지. 그랬더니 탑을 올라가래. 그래서 열심히 시험을 쳤지. 탑을 올라가면서 만난 관리자랑 시험관들은 항상 모든 것은 위에 있다, 탑은 합당한 보상을 제공한다, 이런 말 밖에 안 했어."
"그래서요?" 라헬은 흥미로운 듯 내 얘기에 집중해서 들었다.
"어쨌든 나는 열심히 시험을 쳤고,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랭커가 됐어. 신나서 바로 고향에 갔는데, 우리 집에는 우리 형의 고손자의 고손자가 노인이 돼서 살고 있었어. 무서워서 주는 우유만 마시고 바로 도망갔는데. 난 아직도 그 할아버지가 너무 무서워."
"진짜에요? 지어낸 얘기 아니죠?" 라헬은 아직도 날 의심하는 것 같았다.
"다 진짜야. 그리고 나는 그 뒤로 탑이랑 관리자를 절대 안 믿어. 관리자는 뭘 주는 척 하면서 더 중요한 걸 가져가는 놈들이야. 누가 공짜로 뭘 제공하겠다고 하면 경찰부터 부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은 누구한테 들었어요?"
"몰라. 어떤 철학자가 쓴 책에서 봤어."
라헬은 안 믿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데 왜 당신은 날 공짜로 도와줘요?"
"마지막에 정산할거야."
"그게 뭐에요." 라헬이 날 비웃었다. 내가 한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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