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게문학]소녀와 야수(2)
노엘의 뒤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당황해하며 외쳤다.“뭐, 뭐야?! 이 악어는?!”
그 말은 안 그래도 화가 난 라크의 뇌관을 제대로 건드렸다.
“악어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이 빌어먹을 꼬북이 새기들아!!”
라크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덩치 큰 악어의 날뜀에 남자들은 이미 속수무책이었다. 몇몇은 도망가고 몇몇은 미쳐 날뛰는 라크의 창에 맞고 리타이어 되었다.
노엘은 아까 전부터 쫓겨 체력이 바닥난 것과 함께, 이상하고 거대한 악어가 미쳐 날뛰는 모습에 겁에 질려 주저 앉아버렸다.
“저, 저 맛없어요! 먹지 말아주세요!”
소녀가 겁에 질려 라크에게 외쳤지만 이 정신 나간 악어의 귀에는 이미 그런 말을 들어오지도 않았다. 라크가 노엘에게 다시 창을 겨누며 말했다.
“거북이 같은 건 안 먹는다! 내가 원하는 건 너랑 싸우는 거다!”
노엘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예? 저, 저 랑요?”
“그래! 난 저딴 잔챙이 거북이들이나 사냥하려고 온 게 아니다. 어린 네 녀석이 다른 어른 거북이들을 제치고 달리는 모습을 보았지. 그런 강한 사냥감은 요새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서론은 됐고, 일어나라, 거북이! 널 사냥해주마!”
노엘은 여전히 겁에 질린 채였지만 죽기 직전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을 쫓아오던 저 노예 상인들에게 붙잡혔을 다른 동료들을 구하러 가야했다. 이 악어와 싸우고 있을 시간도 없었고 자신이 이길 리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 악어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자신과 싸우고 싶어 하고 있었다. 저 악어도 상당히 빠른 듯하니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을 터였다.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명안이 떠올랐다.
악어는 지금 힘없이 앉아있는 그녀를 죽이려고 하지 않고, 일으켜서 싸우려고 하고 있었다.
만약 저 악어가 원하는 게 단순히 죽이는 게 아니라 싸우고 싶어 하는 거라면......?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라크에게 말을 걸었다.
“저...... 악어 씨?”
“라크 레크레이셔다!!”
“아 죄, 죄송해요. 다만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어서요.”
“뭐냐, 거북이?”
“어, 그러니까......”
노엘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저는 지금 악ㅇ...... 아니, 라크 씨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라크의 눈이 점눈이 되어 깜빡였다.
“무, 무슨 소리냐?!”
“제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요. 그 일을 마치기 전까지는 싸우지 않겠어요.”
그녀가 라크를 노려보며 말했다. 라크는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전략은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악어가 살육이 아니라 싸움을 즐기는 자라면 전의가 없는 그녀와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녀는 전에도 이런 종류의 사람을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죽이는 게 목적인 자와 싸우는 게 목적인 자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물론 대부분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그녀가 싸울 수밖에 없도록 몰아붙이겠지만...... 악어는 그렇게까지 현명해보이지는 않았다. 노엘은 그 면에 모든 것을 건 것이다.
곧 라크의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졌다.
“닥치고 일어나라, 거북이이이-!!”
라크가 화가 나서 발을 마구 굴렀지만 노엘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참아야했다. 그녀의 생각대로 된다면 악어는 곧 혼자 지쳐 나가떨어질 것이었다.
“어서 일어나! 잡아 먹어버린다!!”
‘아까는 안 먹는다면서요......’
노엘은 이 악어가 분명 비상한 지능을 가지지는 않았음을 확신했다. 라크는 미친 듯이 날뛰며 주변의 나무나 바위를 전부 박살내버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그녀의 예상대로 라크는 그렇게 그녀의 앞에서 혼자 한참을 날뛰다가 제풀에 지쳐버리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거북이 같으니...... 원하는 게 뭐냐? 어떻게 하면 나와 싸워줄 거지?”
라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노엘이 급조한 계획의 마지막 단계였다.
“제 동료들이 아까 전 남자들에게 잡혀 있어요. 그 사람들을 탈출시키는 걸 도와주세요!”
자신의 힘으로 동료를 탈출시키는 것은 분명히 불가능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악어라면 가능할 것이었다.
라크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 굉장히 당황한 듯 해보였다. 하지만 라크에겐 다른 묘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럼 네 동료 거북이들을 탈출시켜주면 나와 싸워줄 거냐?”
“그, 그럼요!”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노엘을 그렇게 생각했다.
“약속이다?”
“약속이요!”
어쨌거나 이렇게 노엘은 라크라는 그녀의 동료를 구하기 위해, 어쩌면 그녀가 있는 이 층에서 가장 황당하고 어이없을 것 같은 동맹을 맺었다.
-----------------
써놓고 보면 되게 이상하네요.
와 근데 이 다음은 어떻게 쓰지ㅋㅋㅋ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