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장미인 시 모음
+ 장미
빨갛게
소리치는
저
싸 ·늘 ·함.
(홍해리·시인, 1942-)
+ 장미
생각날 때마다
잊어버리려고
얼마나
제 가슴을 찔렸으면
가시 끝에
핏빛 울음일까?
(이훈식·목사 시인)
+ 장미
깊숙이 묻혀 버린 그 진한 비밀들이
아픈 피 쏟으면서 빠알간 살 드러낸다
한 계절 여백을 채워도 가시 찔린 넋두리뿐
(송명·승려 시인)
+ 장미
누가 그 입술에 불질렀나
저토록 빨갛게 타도록
누가 몸에 가시울타리 쳐 둘렀나
그 입술에 입맞춤 못하도록
나도 그 입술이고 싶어라
불타는 사랑의 입술이고 싶어라
이별이 내게 입맞춤 못하도록
가시 울타리 치고 싶어라
(손석철·시인, 1953-)
+ 장미가 되리
무슨 칼로
가슴을 여며내면
저리 핏빛 꽃잎이 될까
무슨
불로 구워내면
저리 핏빛으로 燒成될까
무슨
사랑으로 문지르면
흰 가슴이
저리
붉은 피로 묻어날까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장미가 피는 날엔
가슴 아파라
(류정숙·시인)
+ 장미
술잔을 비우고
장미로 안주하다
꽃의 독소
퍼진들 어떠랴
그것이 해롭기로니
사랑의 독보다 더할까보냐
(정숙자·시인)
+ 모시는 말씀 - 장미의 이름으로
가시를 갈아 꾹꾹 눌러 쓴 초청장을 보냅니다
초록 바퀴를 가진 바람 우체부 편에
짤막한 파티
절정에 이른 몸짓으로 밤잠 설치며 겹겹이 타오를 줄 아는
당신만을 모십니다
들숨과 날숨 사이
빗물에 적신 햇볕을 끼워 짠 아랑주(紬)에
살점을 문질러 진하게 물들인
새빨간 야회복을 입고 기다리겠습니다
당신이 꼭 오신다면
몰래 감추어둔 꽃술 한잔도 마련하겠습니다
5월이라고 쓴 팻말을 따라
꿈의 계단으로 올라오십시오
(권천학·시인, 일본 출생)
+ 장미원에서
저 붉디붉은
장미 한 송이
꺾어드릴까요
그대로 하여
붉어진 내 가슴
꺾어드릴까요
그대 아니면 쓸모없는
내 나머지 인생을
꺾어드릴까요
(강인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