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또 번역에 대해 왈가왈부가 많더군요.
이걸 설명까지 해야 될 줄은 몰랐는데, 원펀맨 게시판에서 참으로 놀라운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어서 그냥 설명을 해야겠음.
일본어를 배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또 선동당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저 대사를 "그 꼬마한테 안 다친다고 허세 부렸는데 말이지."라고 해석했음. 맨 위에 있는 저 사진이 바로 내 번역임.
그런데 원펀맨 게시판에서 봤던 글 중에서는 저 대사가 사이타마가 다쳤다는 의미가 아니라, 가로우를 상처입히지 않고 제압할 수도 있을 만큼 나는 강하다고 말한 것인데 가로우가 예상보다는 너무 강해서 존나 패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가로우를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꼬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해석이라는 주장도 있었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음. 진짜 논의할 가치조차도 없는 주장임.
왜냐하면, '기즈츠쿠'는 자동사임. 자동사와 타동사가 뭔지는 학교 영어 수업에서도 배워본 적이 있겠지. 자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지 동사이고 타동사는 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임.
우리말에서도 '상처입다'는 목적어가 필요하지 않고 '상처입히다'가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임을 알 것임. '기즈츠쿠'는 상처입다라는 자동사고, 상처입히다라는 뜻이 되려면 '기즈츠케루'가 되어야 함. 저 대사는 '기즈츠카나이'이기 때문에 '기즈츠쿠'의 부정형으로 '쿠'가 '아'단으로 바뀌어 '카'가 되고 '나이'가 붙은 거란 말임. 가로우를 다치게 하겠다는 의미였으면 '기즈츠케나이'라고 썼어야지, 명백히 '기즈츠카나이'니까 자동사인 '기즈츠쿠'인데 저 동사의 대상이 가로우라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음. '기즈츠쿠'는 주어인 화자가 상처입거나 다치는 상황에 대해서만 쓰는 거임. 그렇게 쓸 수밖에 없단 말임.
이렇게 기본적인 자동사와 타동사 구분도 못하면서 어떻게든 원펀맨을 과대평가하려고 생떼 부리지 마라. 물론 모든 츄잉 유저들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고 내가 펑맨게시판에서 본 가장 불가능한 주장을 가져온 것임. 이건 진짜 언어학적으로 불가능하니까 이 주장은 꿈도 꾸지 말라고.
그리고 두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언어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약속이라는 것임.
나 혼자만 창문이라는 단어를 테이블이라고 바꿔 부른다고 창문이 테이블이 되는 것은 아님.
그리고 언어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과거를 살아갔던 수많은 사람들의 약속이 만들어지면서 단어 하나에도 여러 가지 뜻을 갖게 되었음. 그건 맞지만 그럼에도 자주 쓰이는 뜻은 분명히 있는 법임.
한국어의 다치다로 예를 들어볼까? 한국어의 다치다에는 우리가 가장 자주 쓰는 신체에 상처가 생기다라는 뜻 이외에도 무엇인가를 건드리다라는 뜻이나 닥치다의 경남 방언이라는 뜻도 있다고 함. 동음이의어.
솔직히 나도 상처가 생기다 이외의 저 두 다치다는 듣도 보도 못했음. 방금 처음 알았음.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는 저 뜻들까지 알고 있던 사람이 있음? 정말 알았던 사람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극소수일 거임.
자, 그럼 원펀맨이 일본 만화가 아니라 한국어로 출판되는 한국 만화라고 가정해봅시다.
대사는 한국어로 "그 꼬마한테 안 다친다고 허세 부렸는데 말이지."라고 적혀 있는 것임. 그걸 한국어를 아는 일본인 독자들이 본 것임. 그러면 저 다치다라는 한국어를 보고 본인 몸에 상처가 생기다라는 뜻의 다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아니면 저 다치다를 건드리다라는 뜻이나 닥치다라는 뜻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그리고 상식적으로 어느 뜻이 맞을 것 같음?
일본어도 마찬가지임. '기즈츠쿠'의 다른 뜻이라고 주장하려고 한들 보통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가장 잘 쓰이는 의미라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임. 오히려 다른 뜻이 훨씬 더 비합리적이지. 한국어의 다치다를 건드리다라거나 닥치다로 번역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면 한국어 네이티브인 당신들은 그걸 합리적인 번역이라고 부릅니까?
이건 원펀게 번역자의 번역임.
일어 전공자인 나와, 일본어 잘하기로 이 사이트에서 유명한 유저에 드는 저 사람이 자기가 다치지 않는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해석했다면 거기에는 이유가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서 일본어 모르는 사람들이 현혹될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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