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야마 하지메 캐릭터 가이드북 인터뷰 (part 1) 번역
부분적인 인터뷰 번역은 인터넷 곳곳에 흩어져 있는 걸 압니다만, 요약본이 대부분이며, 제대로 된 전문의 번역은 몹시 드문 것 같고, 그마저도 체계성 없이 흩어져있는 탓에 자료 수집이 어려워 그냥 굵직한 건 처음부터 다시 전부 번역하기로 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곳에 올라온 부분 번역본과는 그 내용이 다소 겹칠 수 있습니다.
바다에 도착한 그들의 가슴 속에는, 이제 무엇이 들어있는가?
에렌과 그 일행은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고─… 아르민과 에렌은 이대로 갈라서게 될 것인가?
Q. 22권의 표지에서 확인하였듯이, 저희는 에렌과 그 동료들이 마침내 바다에 도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돌아보신다면 어떤 기분이 드십니까?
이사야마 하지메 : 그간 스토리 전개의 구심력이 되었던 ‘바다를 본다’는 발상은, "만약 인류가 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면, 더 이상 벽 외부에 거인은 없어진 것이다"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건 곧, 마침내 모든 거인을 몰아낸 에렌과 그 동료들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었던 셈입니다.
그래선지 해당 장면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은 제법 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동시에, 어쩌면 한 편으로는, 바다 저 편의 이야기를 진행시킬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사이, 제가 일종의 외로움 같은 것을 느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겠군요. 뭐랄까, ‘이제 뭘 해야하지?’ 같은 감각이었달까요.
『진격의 거인』을 그리고서부터 7년동안 죽 살아온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땅으로 건너가야만 했던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Q.말씀하신 표현을 빌려서 작중인물들이 일종의 ‘보상’을 받은거라면, 분명 행복했겠군요?
이사야마 하지메 : 에렌과 아르민, 미카사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단순한 행복의 감정보다는 ‘유년시절이 끝나가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사병단에서 보낸 그간의 나날동안, 그들 세 명은 아직은 순진무구한 소년소녀로 있어도 된다고 느꼈을테죠. 그들에게는 아직 그들의 결정을 대신 해줄 선배가 있었고, 엘빈 같은 든든한 지도자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인물들이 일거에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맞이한 뒤부터는, 이제는 자신들이 그 빈 자리를 메워야할 차례가 왔음을 직감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들의 어린 시절이 완전하게, 깔끔히 끝나버렸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궁금하시다면, 글쎄요, 앞으로의 이야기를 지켜보시죠.
Q.잘 알겠습니다. 작가님께서는 그동안 있었던 인터뷰에서 종종, 에렌의 캐릭터성을 두고 ‘이야기에 놀아나는’ 인물, 혹은 그보다 명료하게 ‘이야기의 노예’라고 평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사야마 하지메 : 그렇습니다. 저는 바로 그러한 측면, ‘이야기에 끌려다니는’ 존재라는 것이 이미 에렌이라는 캐릭터의 본질이나 정체성으로 자리잡히지 않았던가, 생각합니다.
미카사나 아르민도 다르지 않지요. 이 두 사람은 많은 것들을 에렌 중심적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이건 처음에는 일종의 우선순위의 문제(식구 감싸기)로 여겨집니다. 이를테면, 어느 누구나 자신의 가족이 어떤 곤란에 처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려들겠죠. 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이 와서 어째서 도움을 주었느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을거에요. 에렌, 아르민, 그리고 미카사 셋의 관계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Q.처음에는 이제 정말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임박해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지금보면 아직까지도 많은 것들이 참 요원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사야마 하지메 : 시간시나에서의 거대한 전투 ─ 월 마리아 탈환전 ─ 를 앞두고 나름의 준비를 하던 시점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마치 1권과 2권의, 작품의 초기 시절을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깔려있었죠. 자연스럽게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의 클라이맥스가 임박했음을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한 편 있는데요,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 초반부에 모습을 비췄던 물건들이 다시한번 연출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풍선껌이나, 유리조각, 그런 사소한 것들이죠. 그리고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일종의 수미상관이라 할 수 있겠는데, 당시 제가 적극 활용하고자 했던 연출 중 하나였습니다.
에렌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전투 바로 전날 밤 즐겁게 식사를 하고, 쟝과 투닥거리기도 하며, 오랜만에 에렌, 아르민, 미카사 셋이서만 느긋하게 대화를 나눠보기도 합니다. 1권에서라면 한네스도 거기에 함께 있었겠지요.
Q.확실히 18권에서 세 명이 대화를 나누며 바다를 볼 것을 재확인하는 장면이 있었군요.
이사야마 하지메 :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르민이 ‘바다를 보는 것’ 자체에 가치를 두어 싸워나가고 있었던 반면, 에렌의 경우에는 사실 바다에 그다지 집착하지 않았어요. 그들 모두 벽 바깥에 있는 바다를 보러 가고 싶다는 같은 꿈을 공유했기에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 그 꿈의 근원이 되는 생각과 감정은 알게모르게 미세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아르민은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서 ‘바다’라는 존재 자체에 이끌렸습니다. 하지만 에렌은 단지 바로 앞에 놓여 있음에도 바다를 볼 수 없다는, 그 부자유에 대한 분노였을 뿐이었죠. 그 대상이 그저 우연히 바다였을 뿐, 바다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치 몹시 오랜시간 동안 함께해온 친구들이 졸업하며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것과도 비슷해보입니다…….
그 밖에도, 지금까지의 이야기동안 에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실문제라는 것들이 몹시 급박하게 변화하곤 했던 탓에, 에렌이 ‘바다’라는, 어린 시절의 희미한 꿈 따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적어졌다는 것도 있습니다. 18권의 예의 그 장면은 아르민이 작중 처음으로 두 사람의 엇갈림을 느끼며, 충격을 받았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Q.바다 씬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건가요?
이사야마 하지메 :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을 때, 아르민은 소라고동을 집어듭니다. 거창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여기서 소라고동은 ‘그곳(바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을 상징하지요.
그러고선 서둘러 에렌에게 기쁜 마음으로 볼 것을 권했어요. 하지만 에렌은, 보기는커녕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죠. 소라고동은 여전히 어색하게 아르민의 손에 들려있었고, 에렌은 끝내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이 소라고동은 그들이 공유하던 그 꿈이 이제는 끝났음을, 그리고 어쩌면 그들의 어린시절이 끝나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마치 몹시 오랜시간동안 함께해온 친구들이 졸업하며 각자 다른 길을 가게 되는 것과도 닮아있어 보입니다…….
Q.이 3명이 앞으로 갈라지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까? 그렇게 놓고 본다면 단행본 22권의, 바다를 마주한 3명의 뒷모습을 그린 표지는 무언가 불온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해당 장면을 구상했던 때부터 항상, 에렌 일행이 처음으로 바다를 보는 장면에는 반드시 어딘가 불길한 느낌을 넣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진행하게 됨에 따라, 해당 장면이 갖는 의미 또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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