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단순히 519화를 본 후 감명받아 써보고 싶었던것 뿐인 글
첫째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둘째로 모래가 버석거렸다.
셋째로,
「고마워요.」
현실성 없는 상황에 눈을 감았다 떴다. 피 엉겨붙은 눈꺼풀이 붙었다 떨어지는 몇 초 동안 악문 입술에선 새로이 생긴 상처에서 피가 터져 흘렀다. 끊어질 기미 없는 두꺼운 밧줄을 하릴없이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엉켜 눈가까지 내려온 머리칼에 반쯤 가려진 세상은 속눈썹 사이 엉겨붙은 핏자욱에 난반사되어 붉었다. 흐트러진 것이 머리칼인지 세상인지, 그도 아니면 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눈동자인지 알 수 없었다. 어리석은 아이는 무슨 상황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무력히 쳐다만 볼 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 세상엔 스승과 흰 머리의 사내만이 존재했고, 그들만이 존재하는 하나의 '우주'를 방관할 수밖에 없는 외부인은 그만의 세상에서 모래 벌판에 엎어졌다. 핏물 튄 세상과 새하얀 세상을 가로막은 것은 똑같이 핏물 튄 눈꺼풀 하나였다.
검 휘둘러지고 반대편 세상에서 옮아간 핏물 튀어 양쪽 모두 오롯이 붉게 빛났다.
셋째로,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