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 지하 정점 Prologue
나비가 날아든다.
꽃밭의 황홀함에 못 이겨 스스로 날개짓한 셈이다.
나비는 가장 아름다운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날개만으로도 탐나서 나비는 날마다 불청객에게 들끓었다.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가 무너지려 들 때마다 주위의 동료들이 잡아주었다.
대신 동료들이 희생되었다.
나비는 슬펐다. 개의치 않은 척, 애써 무너지지 않으려 했지만 자신의 들끓는 속을 어찌할 방법이 없다. 뒤를 쫓아오는 나비들 때문에 오늘도 그는 화를 갈무리한다.
몇 번의 폭우와 바람을 버텨내며 오다 보니 자신의 눈앞에 꿈에 그리던 꽃밭이 펼쳐졌다.
나비는 이제 혼자다.
뒤따라 오던 놈들도 전부 바닥에 추락했다. 나비는 혼자다. 원래 리더는 고독한 법이었다.
나비가 꽃밭에 날아든다. 자신이 염원하던 곳인데 그리 기쁘지 않다. 그의 눈이 멀고 향기에 코가 마비되었다. 취해서 떨어지려던 순간 중간에 턱 걸렸다. 나비는 나아갈 수가 없다. 거미줄이 자신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
‘절망’
그가 꽃밭을 놔두고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꽃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지만 마치 눈속임 같았다. 황홀감에 취해 거미줄 같은 덫을 눈치 못 채게 하니까. 미(美)가 죽음을 위장한 것이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죽음에 가까울까....”
나비가 중얼거렸다. 어둠이 그의 눈에 드리웠다.
지하 정점 Prologue
한 여자가 서 있다.
아무 것도 없는 어두운 배경 속, 피가 발목까지 찰 정도로 가득 차 있다. 그런 곳에 백발의 긴 생머리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남자를 난도질 한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군데 군데 칼로 쑤셔넣었다 빼길 반복해면서 낄낄 웃어댄다. 살이 찢기고 틈 사이로 피가 터져나와 그곳을 채운다. 여자는 광기를 띄우며 계속 행위를 반복한다. 타겟을 바꾼다. 이번엔 옆에 있던 여자이다.
"으...으윽...."
정우가 깨어난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두통이 몰려온다. 애써 참아내며 눈을 뜨자 한 치 앞도 안보이는 캄캄한 공간이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살핀다. 그 때 어둠 속 한 부분만 빛이 나듯 여자가 그의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저기요."
정우가 그녀를 향해 소리를 낸다. 여자는 행동을 멈춘다. 정우는 뭐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녀를 이리저리 살피자, 그녀의 밑에 깔린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우는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칼에 난도질 당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소라였다는걸.
"소, 소라야...."
이상하다, 정우는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아마도 목이 마른 듯 했다.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릴 내려 목을 쥐어짜냈다. 목소리가 갈라지면서 기괴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다 걸음을 멈춘다. 털썩,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다. 정우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지금 자신의 눈에 들어오는 이 광경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다.
여자의 앞에는 수많은 시체들이 피 속에서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시체들은 다름이 아닌, 자신의 친구들 이었다.
"정현아, 두현아...정임, 그리고 형수...."
우욱!, 그는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구토감에 입을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사물이 틈을 타고 질질 새어나왔다. 간신히 참고 숨을 들이킨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앞을 응시한다. 여자가 환하게 웃고있었다. 정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앞에 있는 여자는 바로 세진이었다
"이제 일어났어? 오랜만이네?"
"세...세진아. 네가 어떻게...."
"아 내 머리 때문에 깜짝 놀랐겠구나. 이거 장성태에게 성폭행 당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몰려온거야. 공짜로 염색했다 치지 뭐."
그녀의 입꼬리 살풋이 올라간다. 분명 제정신이 아니었다. 서늘한 공포가 그의 등을 타고 올라왔다.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경고를 보내지만, 마음과 달리 몸을 움직일 수가 없다.
"세진아 너 죽었잖아...."
"응 뭐라고?"
"너 분명 죽었잖아."
정우의 말에 세진은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웃고 있어도 싸한 느낌. 그는 슬금 뒷걸음질 쳤다.
"맞아 나 죽었어. 근데...너 때문에 죽은 거잖아."
정우는 걸음을 멈추었다. 세진의 말이 그의 머리를 망치를 강타한 듯 둔탁한 느낌을 준다. '맞아. 그랬었지.' 그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 내 주위에 있는 시신들. 전부 네 친구들이야. 이 아이들도 모두 너 때문에 죽었지."
"미...미안해. 흐윽...."
툭, 툭, 그의 눈에서 눈물 방울들이 떨어진다. 한 방울, 두 방울. 어느 덧 그의 볼을 가득 타고 흘러내렸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 정우는 그녀의 앞으로 기어가 머리를 쳐박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나 같은 놈 때문에....."
정우는 오열했다. 흘러내리는 눈물 사이로 그녀의 손이 그의 뺨을 어루어만지며 고개를 들게 했다. 정우의 시선에 세진이 들어온다. 처음 그를 보고 웃어주던 그때처럼, 기쁜 웃음이었다. 정우는 세진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어 고개를 떨구었다.
"정우야 용서 받고 싶어?"
"아니. 나 같은 놈 용서하지마....절대로....."
"후훗. 사실 용서 받을 방법이 딱 하나 있어."
"....?"
정우가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와 마주한다. 세진은 여전히 웃고 있다.
"너가 사랑하는 그 아이. 너의 현재 모든 것. 그 아이한테 죽으면 돼."
"어....어?"
"자 그럼 이제 눈 떠."
어두웠던 배경이 점차 환해진다. 세진은 점점 그에게서 멀어져가면서 사라진다. 그는 처절하게 외치며 달려갔지만 역부족이다. 점점 빛이 옅어지면서 그녀도 투명해진다. 정우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력한 상태라는걸.
"허억!!"
그는 겨우 악몽에서 깨어났다. 요즘 들어 늘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꺼림칙한 느낌에 목덜미를 만져댔다. 닭살이 돋아있었다. 정우는 숨을 고르며 자신의 몸을 살폈다.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머리가 띵한 게 살짝 두통끼가 왔다. 정우는 찡그리며 힘겹게 자신의 밑을 보았다.
"어쩐지 무겁다 했더니....."
그는 자신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자고 있던 한 여자를 손으로 내쳤다. 여자는 화들짝 잠을 깨더니, 이불에 몸을 베베 꼬았다.
"그만 좀 올라와라. 니 방의 침대 놔두고 왜 자꾸 내 침대로 올라오는거냐."
"우웅....그치만 혼자 자는 건 무섭단 말이예요."
여자가 찡얼대며 투정 부린다. 정우는 가뜩이나 심란한데 어이가 없었다.
"하! 너 지금 외간 남자랑 여자랑 어울려 같이 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잉 계속 잔소리~ 이왕 같이 사는 거 그냥 같이 자요오오오~"
여자가 애교 섞인 콧소리를 내며 정우를 강제로 끌어안고 눕혔다. 여자는 그의 품에서 꼼지락대며 적당한 자리를 찾았다. 정우는 안간힘을 쓰며 그녀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팔힘이 어찌나 쎈지, 꿈적도 하질 않는다. 새근, 숨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곧바로 자고있었다. '인간이 이렇게 빨리 잘 수도 있구나.' 새삼 느끼며 정우는 포기했다. 이렇게 곤히 자는데 깨우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점차 무거워지는 눈꺼풀에 그도 따라서 살포시 눈을 감았다.
이것은 현재 두현의 회장 겸 한진대 국문학과에 재학 중인, 그야 말로 돈, 명예, 어떠한 것도 부럽지 않은 남자, 이정우의 하루 일과 중 마지막 잠자리 장면이었다.
악몽 빼고 갑자기 나타난 그녀를 빼면 이상하릴만큼 자신에게 평화로운 나날들이었다. 물론 그 날들이 오래 가진 않았지만.....
*예지몽 -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미리 보여 주는 꿈.
1부 CAST
이정우
이하원
라이
강 혁
김재윤
김미나
김민규
김인범
하종화
장동욱
맹수현
최대경
한종철
김종일
손유환
서윤찬
박승현
채수연
백하늘
리우 리엔
에쿠레아 노아
다카하시 히데오
타츠야 슈스케
타다요시 쇼
윤동명
일단 프롤로그 올렸습니다. 원래 카페에 먼저 올라왔던건데 앞 부분은 새로 만들어서 붙였습니다. 음...반응이 어떨진 모르겠지만 다 통틀어서 온라인으로 글 써보는 건 처음인 완전 초보 작가입니다. 부족하고 미숙하더라도 너그러히 봐주시길...그럼 꾸벅(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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