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게문학] TAKEN BY STORM 프롤로그
남가라 X 브릴리스
T A K E N B Y S T O R M
"또 여기에 와버렸네..."
주위의 나무들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깨달은 사가라는 나지막히 탄식을 내뱉었다.
요즘 사가라에겐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무언가에 골몰한 표정으로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발을 옮기며 걷는 것이었다. 클로체가 일명 '산책'이라 포장하는 일련의 행위는 아난타의 부활이 저지된 후부터 시작되어 약 3년 정도 쭉 계속되고 있었다. 스스로도 답을 찾지 못하는 고민에 빠져 방황하다보면 언제나 그 행위는 한 도시 앞에서 끝이 났다.
아난타 대륙의 정중앙에 위치한 불의 도시 아테라. 타고난 여왕이라 칭해지는 신관이 불의 신을 소환해 인간들을 항시 지키고 있는 곳. 사가라는 눈 앞에 내려온 잎이 잔뜩 달린 나뭇가지 하나만 헤집으면 바로 아테라의 전경이 나타난다는걸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이 와보았으니까. 상념에 잠겨 되는 대로 걷다보면 항상 아테라 주위를 맴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붉은 나무 아래에서 아테라를 묵묵히 바라보다 해가 질 때쯤 몸을 돌리고 가버리는 것 까지,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사가라님 거기에 뭐 껌딱지라도 발라놓으셨어요?! 하며 궁금한 척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얄밉게 물어보는 후라가 떠오르자 표정이 저절로 구겨졌다. 가증스러운 놈... 다들 입을 모아 병'신이라 하는 놈이라 해도 눈치 하나는 빨라 배로 탐탁치 않았다.
그가 자꾸 이곳에 오는 이유는 단 하나, 그가 고민하는 대상이 바로 저 도시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철옹성같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놈도. 서늘한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 나는 그녀를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걸까, 의문이 들면서도 이를 굳이 들추어내고 싶지 않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마음에 발로 애꿎은 풀만 짖이기던 사가라의 귀에 무언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야를 가로막는 무성한 나뭇가지를 꺾어던지자 햇빛과 함께 소음의 진원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테라의 초입에서 거대한 간다르바족의 사체로 만들어진 비행선이 이륙 준비를 하는게 보였다. 그 자존심도 없는 푸르딩딩한 어패류는 이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자격도 힘도 잃고 머저리가 되고만 간다르바족의 왕을 떠올리며 경멸 가득한 조소를 흘리던 사가라의 눈에 비행선의 창문을 통해 내부가 비쳤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안에 자리한 진홍색 머리카락의 누군가가. 그가 너무나도 잘 아는 그 얼굴이. 하지만 불의 신은 도시 안에 있는데?
폭발적인 소음과 함께 거대한 우파니의 몸체가 날아오르자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는 듯 했던 여자가 몸을 떼고 안으로 숨어버렸다. 잠시 굳어있던 사가라는 비행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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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남가브릴 떡상해서 몆달 전에 약간 써놨던거 앞부분만 프롤로그로 잘라 올림 ㅍ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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