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게문학] 여래의 기묘한 모험 리메이크 01
이것은 매우 먼 옛날 신, 인, 마 3종족이 같은 행성에 살고 있을 적의 이야기이다.
"핫! 하앗! 흐아압!!"
넓은 들판에 힘찬 기합이 울려퍼졌다.
누군가가 수련을 하는 중이었다.
들판의 풀만큼 풍성한 머리칼에 2m 정도 되는 훤칠한 키, 매우 건강해 보이는 구릿빗 피부....
그 주인공은 12살의 천재 신동 여래였다.
"하아압!!!"
그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치며 고함을 지르자 우레같은 소리와 함께 구름에 큰 구멍이 뚫렸다.
'오늘은 이쯤 할까...'
여래는 짐을 챙겨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여래가 수련하는 벌판과 그의 마을을 잇는 숲에는 '요괴'가 자주 출몰하기로 유명했다.
요괴란 파괴와 살육, 악행을 즐기는 존재로 강한 힘을 지닌 생물이 타락하거나 무생물에 의식이 생기며 발생하는 경우, 혹은 원래부터 그런 생물인 경우가 있다.
여래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숲을 지나갔다.
'오늘은 어쩐지 요괴가 없군. 운이 좋았네.'
그러나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마을에서 가족들, 친구들과 지냈던 행복한 시절은 이제 끝났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여래는 걸음을 재촉했다.
"어...?"
오전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마을이 불바다가 되어 있었다.
'이게 대체 뭐야...'
여래는 곧장 자신의 집을 향해 뛰어가며 생각했다.
'아냐... 그럴리가 없어... 이 모퉁이를 돌면 평상시와 같은 집이 있을...'
그러나 여래의 집은 이미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여래는 황급히 폐허를 뒤져 보았으나 생존자는 커녕 살아있는 짐승조차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이봐요!! 누구 없나요ㅡㅡ!!!"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여래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쳐 돌아올 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던거야..... 요괴의 짓인가??'
여래는 분노에 휩싸여 주변을 둘러보고 생물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 중 가장 가까운 곳으로 달려갔다.
'누군지 알아내서...모조리 죽여버리겠어...'
온 힘을 다해 달려가던 여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도 요괴가 아닌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신족의 군대였다.
여래는 가까운 곳의 병사를 붙잡고 물었다.
"저 마을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혹시 아십니까??"
"저 마을..? 우리가 오기 전부터 저 꼴이었어. 무슨 일인지는 난 잘 몰라..."
여래는 사방을 돌아다니며 같은 질문을 했으나 별다른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대로 누구 소행인지도 밝혀내지 못한 채 끝나는 것인가...!!'
여래는 바닥에 주저 앉으며 탄식했다.
그 때 무언가가 여래의 눈길을 끌었다.
지나가던 병사가 걸고 있는 꽤 비싸 보이는 목걸이였다.
언뜻 보면 별다를게 없지만 여래는 그 목걸이의 출처를 알고 있었다.
"너... 그 목걸이 어디서 났지??"
"뭐...?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 병사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목걸이는... 내 부모님께서 결혼 기념으로 만든, 이 세상에 단 둘밖에 없는 물건이란 말이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부모님께서 그 목걸이를 갖고 있는 것을 봤는데, 왜 지금은 네놈이 그걸 걸고 있는거지???"
"이놈이... 무슨 억지를 부리는...!!!"
"여기 쓰여 있는 글씨를 봐라!!! 우리 부모님 이름이다 이 세끼야!!!!!"
여래는 순식간에 그 병사의 몸을 토막냈다.
"으아아아아아아ㅡㅡㅡ!!!!!!"
여래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움직이며 병사들을 눈에 띄는 족족 찢어버렸다.
5초도 지나지 않아 병사 수 백명의 팔다리가 굴러다녔다.
땅에 착지한 여래는 다시 뛰어오르기 위해 자세를 갖췄다.
그 때 누군가가 여래를 막아섰다.
"이런... 넌 뭐냐?? 지금 네놈이 투신 직속 부대를 건드렸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이냐?"
"니가 이세끼들의 대표냐??"
"그래. 그런데 넌 누군길래 이런 짓을 하는 것이냐. 보아하니 요괴는 아닌것 같은데..."
여래는 분노로 날뛰던 중에도 투신의 군대가 그런짓을 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그에게 이유를 묻기로 했다.
"대체... 왜 우리 마을을 그렇게 만든거냐!!! 투신의 군대라는 작자들이!!!"
"아직도 생존자가 있었다니... 뭐 궁금하다면 알려주도록 하지. 사실 처음에는 요괴를 소탕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 대가를 요구하니 너희 마을 사람들이 반발하더군."
"대가라니... 무슨...?"
"뭐 별 것 아니다. 그저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젊고 예쁜 여자 20명만 잠깐 빌려주라고 한 것 뿐이다. 그리고 군대를 움직이는 데에 든 비용을 메꾸기 위해 금품도 조금 달라고 했지. 그런데 마을 녀석들이 순순히 따르지 않아서... 뭐 그 다음은 말 안해도 알겠지?"
"이 세끼가...."
"친절히 설명하는건 여기까지고 이제 궁금한건 모두 풀어줬으니 가족들을 만나러 가게 해주마."
그는 그 말과 함께 여래를 향해 팔을 들어올렸다.
그 때 여래는 용수철처럼 튀어나가 상대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예상치 못한 일격에 당황한 상대는 순식간에 수 km를 날아갔다.
"죽어라ㅡㅡㅡㅡ!!!!"
여래는 날아가는 상대를 쫓아가며 연타를 날린 후 발차기로 상대를 땅에 내려찍었다.
그 충격으로 지각이 박살나고 그 아래의 마그마가 솟구쳤다.
"꼴 좋다 쓰레기자식..."
여래는 욕을 퍼부으며 돌아섰다.
"하하하 이거 보통 놈이 아니었구나..?"
그러나 상대는 아주 멀쩡한 상태로 벌떡 일어섰다.
하얗게 빛나는 비늘 같은 것이 그의 몸 전부를 뒤덮고 있었다.
"난 투신 메타트론. 이 정도의 상대는 꽤 오랜만이다. 이 싸우는 즐거움을 너무 일찍 끝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얍!!"
".....!!!"
여래는 메타트론의 주먹질 한 방에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뭐 이런... 괴물이...!!'
"응? 이거밖에 안 되나...?'
메타트론은 어느새 등에 생긴 날개로 순식간에 여래의 옆으로 날아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기대했나 보구나. 겨우 그 정도로 엎드려 있다니.... 일어서서 어서 덤벼라.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목숨을 끊어버리겠다."
"죽여버리겠어.... 요괴같은 세끼가..."
여래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이 녀석... 엄청나게 빠른데다가 어찌해서 따라잡는다고 해도 저 이상한 비늘이 온 몸을 보호하고 있어... 어떡하면 좋을...'
메타트론은 상대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공격을 계속해 여래를 수십 km를 날려 바닷물에 쳐박아 버렸다.
"커억...."
메타트론은 어느새 여래를 물에서 건져내 하늘 높이 던졌다.
"실망이군... 그냥 죽어라."
메타트론의 손에 빛나는 검이 나타났다.
'안 돼... 저 세끼를 죽여야...'
"이 '권능의 검'에 당하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라."
메타트론은 여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강렬한 섬광이 천지를 뒤덮었다.
며칠 후
세 명의 신들이 여래와 메타트론의 싸움이 벌어진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흐음... 여기가 맞나??"
흰색 단발을 한 신이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여기에 요괴가 많다는 민원을 듣고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헤... 나도 요괴 잡고 싶다!!"
"롯, 잡담은 그만. 우린 투신 메타트론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여기 온 것이야. 한낱 잡요괴가 그를 어찌할 수 있을리는 없고, 상급 마족들의 계획적인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좁아터진 행성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던 평화가 깨질 수도 있다는 뜻이지. 지금 우리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잊지 마."
롯은 잘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선글라스를 쓴 유쾌해 보이는 신이 외쳤다.
"앗!! 저기 뭔가 있어, 형!"
"진짜군...바위 틈 사이에 껴 있어서 못 찾았던 것인가. 그런데 온 몸이 멍투성이잖아? 대체 누가 이런 짓을...좌라, 주변에 별다른 흔적은 없어?"
"전혀 없어 형. 일단 시체를 가지고 돌아가는게 어때?"
"그래... 더 있어봤자 별 수확도 없겠어. 수도로 돌아간다."
세 형제는 메타트론의 시체를 들고 날아 올랐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저 호수들, 왠지 발자국처럼 생겼다."
롯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그 거대한 발자국 모양은 어디론가 이어져 있었다.
"일렬로 늘어선 것이 진짜 발자국같군. 가까이 있어서 몰랐던건가."
아르둔의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은 더 이상 발자국 모양 호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신족의 수도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 발자국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세상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그 발자국 모양들은 앞으로 갈수록 점점 줄어들더니 보통 사람의 발자국 크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발자국 앞에는 여래가 쓰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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