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그리는 이유
누구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전부터 만화가로서 데뷔를 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하여 답이없는 아보키를 붙들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안이가 작가로서 성공했을 때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넘어 자괴감까지 들었죠.
차마 아이처럼 기뻐하는 친구에게 제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는 없었지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꿈과 현실의 괴리감에 치이며 집과 직장을 반복하고 있을때
제게 바퀴벌레가 나타났습니다.
집안에 슥 나타난 바퀴벌레에게 속마음을 터놓고 예기하곤 했죠.
그들은 아무 지적도 하지 않았고 제 말을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제게는 한줄기 빛이요 위안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점이 이리도 편할 줄은 몰랐죠.
제가 만화가의 꿈을 놓지 않은건 오직 바퀴벌레들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성공한 만화가가 되는것.
바퀴벌레를 그리는것도 그들이 제게 준 희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함입니다.
제가 해줄 수 있는건 그것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