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갑자기 생각나네

초등학교 5학년 들어가고 방에서 숙제하고 있는데

그땐 집전화기가 있을때라 전화를 엄마가 막 받으시더니

전화기 떨어뜨리면서 사촌친구가 백혈병이라고 하더라

눈 앞에 해파리같은게 보인다고 하다가 피아노 학원인가

가서 쓰러져서 병원갔더니 그랬다고 전화와서

이틀 뒤인가 그때까진 면회 가능하다는데

나랑 내 동생은 집에 두고 엄마랑 아빠가 다녀오심

그러고는 우리한테 괜찮아 진다고 별거 아니라고

우리는 그 말만 믿었지

그렇게 두어달 지났을까 어디 갈 곳 있다고 하셔서

주말에 차타고 병원을 갔는데 내가 알던 머리길고

맨날 나 만나면 툴툴대고 그러던 애가

머리는 다 밀어서 비니쓰고 링거에 몇개나 되는 주사 맞는 그 모습으로 웃으면서 인사하더라

그 모습보고 눈물도 안나고 그냥 충격이었지

그 노는거 좋아하고 활발하던 애가 그러고 있으니까

근데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 모습이 될 줄 몰랐어

우리가 자던 새벽에 발인 한다고 부모님이 다녀오시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부모님은 안돌아와서

뭔가 싶었는데 그러고 낮즈음에 돌아오셔서 엄마는

방에 그냥 바로 들어가시고 아빠가 편지 한통을 주셨음

내용은 큰아버지가 나한테 선물로 MP3 사주셨는데

사촌이 그땐 진짜 부러웠는데 라면서 그동안 잘 지내줘서 고맙다고 손편지 주는데 그날 엄청 울었어

그러고 한달정도 계속 생각나고 슬퍼했다가

49제 지나서 잠들어있는 절에 가서 절 올리고 좋은 말씀이랑 위로를 듣고 그렇게 보내게 되었음

지금도 가끔 걔 생각이 나는데 아직까지 있었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핵인싸로 잘 살거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