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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뜯맛즐-문학] 쿠베라 리즈의 24시간
켈리 | L:0/A: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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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0 | 조회 365 | 작성일 2017-09-15 17: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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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뜯맛즐-문학] 쿠베라 리즈의 24시간



 죽음과 어둠의 도시, 린드할로우(Rindhallow). 그 근처에서 '대량의 타라카 족이 출몰했다'며 신관 클로드 유이가 아테라에 있는 쿠베라 리즈를 호출한 게 하루 전의 일이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강행군을 감행한 끝에 그녀는 장장 하루 만에 린드할로우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테라에 있는 타라카 족은 그나마 어느 정도 정리가 됐건만, 린드할로우로 넘어오니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게 리즈의 눈에도 보였다. 그나마 눈이 없는 타라카 족 뿐인 거로 봐선 여기에 있는 타라카 족은 대부분 계급이 낮을 테니 불행중 다행이었다. 머릿수는 어림짐작으로 대략 백여 마리는 되는 것 같았다.
 왤까, 뭔가 이상한데. 슬그머니 머리를 추어올리는 의문을 집어 삼키며 리즈는 검을 들었다.


쿠베라 리즈의 24시간
By. Kelly


 달려드는 타라카 족 두 마리를 베어냈다, 다리를 향해 달려드는 타라카 족의 머리를 짓밟았다. 황금의 기사를 켠 채로 천공타를 날렸다. 그러자 다소 먼 곳에 떨어진 타라카 족의 눈에 정통으로 맞아 들어갔다. 촉수를 달고 덤벼드는 타라카 족을 밀쳤다. 몰려있는 타라카 족을 향해 검기를 발사했다.
 리즈의 머리카락 끝이 반짝이며 흩날렸다. 뛰고, 걷고, 베는 모든 순간순간 물방울이 튀었다. 눈앞이 흐리다.

 "아."

 리즈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다잡았다. 지쳐 방심했다가 몸이 갈려나간 게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검을 다시 고쳐 쥐어 들었다. 수라도에서나 인간계에서 얻어 맞았던 때를 회상하며 타라카 족의 대가리를 검의 등으로 부숴냈다. 그렇게 맞았는데 얻은 게 없으면 이상한 일이다.

 죽이지 않으면 죽을 것이다. 타라카 족과 싸울 때마다 몇 번이고 다짐한 말을 또다시 입에서 되뇌었다.

 리즈의 실루엣이 없어진 것과 타라카 족의 입에 칼이 박힌 건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칼을 뺀 직후 가로로 세워 다른 타라카 족의 몸을 갈랐다. 그 직후 이어진 또 다른 타라카 족의 공격을 피해 데굴데굴 굴렀다. 온몸에 흙이 묻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리즈는 칼을 크게 휘둘렀다. 칼날에 묻은 검은 피가 비에 씻겼다.

 타라카 족을 춤추듯 죽이며 숫자를 어림짐작하던 리즈는 잠시동안 고민했다. 초월기를 써야 할까?
 남은 타라카 족은 이미 절반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니 굳이 써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결론을 내린 리즈는 더운 숨을 몰아 내쉬었다. 비에 손이 젖어 검이 자꾸 미끄러졌다. 집중력이 미묘하게 낮아진 것 같기도 하다. 빗줄기가 약해졌다 한들 여전히 내리는 빗속에서는 누가 누군지 구분조차 되지 않는다.
 여름의 음악 소리 같은 빗소리, 비와 뒤섞여 흔적도 없이 흘러내린 땀, 싸우며 늘어나는 생채기. 규칙 없는 공격 속에서 규칙을 찾으며 리즈는 크게 도약했다.

 하나, 둘, 셋.
 둘, 둘, 하나.

 틈을 보이지 않은 채로 틈을 찾아 공격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도 없다. 리즈는 몸을 젖혀 공격을 피한 뒤 검을 쥔 손으로 옆에 있는 타라카 족을 베고, 강화한 다리로 타라카 족을 쳐냈다. 이어 몰려오는 타라카 족에게 검을 던져 두 마리를 동시에 관통했다.
 일반적인 지능을 가진 수라나 인간이라면, 이 정도로 학살을 당했을 시 주춤하는 기색이라도 있어야 할진대 이들은 그마저도 없었다. 공격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리즈를 향해 달려들 뿐.

 다시, 한 번 더.

 뒤를 돌아 타라카 족의 머리를 밟으며 도약했다. 창공을 가르며 나는 타라카 족의 가슴 부근을 베고, 떨어지는 타라카 족의 사체를 밟아 한 번 더 떠올랐다. 비가 발에 감겨 몸이 무거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타라카 족까지 왼손으로 머리를 깨부수고 나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숨을 거칠게 몰아 내쉬는 리즈의 뒤에서 보지 못한 타라카 족 한 마리가 리즈의 왼쪽 팔 아랫부분을 잡아 뜯어 삼켰다. 고통에 두 눈을 질끈 감은 그녀는 오른팔로 타라카 족을 후려쳐 분쇄 한 후, 남은 기력을 소모해서 스스로를 회복시켰다.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걷고 뛸 수 있을 만큼은 됐으니 되었다.

 눈을 뜨고 둘러보니 대량의 타라카 족 사체가 보였다. 가른 시체 사이로 눈을 뜬 개체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이걸로 린드할로우 바로 근처의 타라카 족은 전멸했을 것이다. 타라카 족의 시체를 보며 리즈는 쏟아지는 잠을 꾸역꾸역 누른 채로 보고를 위해 린드할로우로 향했다. 







 "네, 다음,"

 검문소의 직원은 여기저기 상처 난 리즈를 보고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이미 리즈의 주변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숲의 색을 가진 곱슬머리, 검은 깃털 장식의 망토, 다소 노출도가 높은 검은 옷과 신급 아이템 2개를 착용한 모습. 타라카 족처럼 검은 리즈의 모습은 유명했고, 사람들은 그 유명세만큼 리즈를 꺼렸다. 아무도 그 연유를 몰랐으나 기실 그 감각은 짐승에 가까운 본능이었다.
 온몸으로 파멸을 말하는 미인. 직원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외모에 한 번 놀라고, 보자마자 드는 이상한 감정에 두 번 놀랐다. 동시에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이해갔다. 어쩐지 이 여자는 기분이 나빴다.

 사람들은 그녀가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비켜주었다. 물론 배려는 아니었다. 그저 같은 공간에 있기도 싫다는 무언의 항의였다. 일례로 그녀의 바로 뒤에 있는 여자는 리즈를 노려보다가, 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눈조차 마주치기 싫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렸다.
 실로 어린아이 같은 적의였다. 눈에 빤히 보이지만 그만큼 나는 너를 싫어한다는 암묵적인 시위.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이 대부분일 텐데, 과연 초면에 이만큼 커다란 적의가 나올수 있는건가? 생각에 잠긴 직원을 옆에 있는 다른 직원이 툭툭 건드렸다. 그제야 상념에서 벗어난 듯 직원은 수라 감지기를 가리켰다.

 "아, 저기에 통과하시면 돼요."

 그러한 직원에게 리즈는 인사를 꾸벅하고 감지기로 걸어 나갔다. 유명한 만큼 수라일 확률은 없지만, 신분을 제대로 증명해줄 마법 자격증이 없으니 불편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때마다 리즈는 마법 자격증을 따야 하나 고민했다.
 물론 그녀가 자격증을 딸 수 있을 리가 없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한곳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없는 처지 때문이었다. 당장 어제오늘만 해도 아테라에서 린드할로우로 이동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상황에서 한 곳에서 몇 년간 머무르는 건 사치였다.

 검문소를 통과하고 도시에 들어서도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았다. 악의적인 시선이 백 퍼센트에 한없이 가깝긴 했지만, 이 악의적인 시선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는 참이었다. 오히려 이쯤 되니 도시에 접어들 때마다 돌을 던지는 이가 없는 것에 감사했다.

 그 악의적인 시선은 여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리즈는 몇번의 거절 끝에서야 도시 귀퉁이에 있는 허름한 숙소 한 곳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것도 돈을 두 배로 준다고 하니 겨우 받아준 것이었다. 그러나 숙박비가 하루 금화 하나인 것에 비해 서비스는 지나치게 형편이 없었다.
 주인은 그녀를 상대하며 경멸인지 공포인지 모를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사람들은 그녀가 나타나기만 하면 자리를 떴다. 남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사를 알아보거나 치료 약을 좀 구해달라 할 예정이었는데, 이래서야 호티 아슈윈스 사용자를 찾는 것 자체도 어렵게 되었다.

 그날 이후 모든 걸 포기했고 이런 일이 한두 번인 것도 아니었지만 겪을 때마다 입맛이 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리즈는 감정을 곱씹으며 딱딱한 침대에 기절하듯 누웠다가 하지 못한 일이 생각나 벌떡 일어났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쓱쓱 빗고서 옷을 정돈했다. 이번에도 늑장 부려 보고를 미뤘다간 또 깨질 것이다.
 회귀의 검을 가져갈까, 가져가지 말까. 고민한 끝에 리즈는 검을 손에 쥐어 들고 방문을 나섰다. 피로로 검의 끝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수군거림은 언제 들어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리즈는,

 "쟤야? 그."
 "되게 뻔뻔하네."

 따위의 말들을 무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귀를 막고 있으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지언정 마음은 편해졌다. 소리를 들을 필요도 이유도 없으니 차라리 잘 됐다, 리즈는 자신에게 되뇌었다. 온몸이 수라도로 넘어갔던 첫해만큼이나 무거웠으나 마음만큼은 고요했다.

 그렇게 걷기를 한 시간 남짓, 제법 빠르게 죽음의 신전에 도달한 리즈는 자신을 꺼리는 사람을 붙잡고 신관을 불러달라 일렀다. 주변에서 "신관님은 쟤를 왜 자꾸 신전에 부르시지?"라며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멸감조차 들지 않는 그 말을 들으며, 리즈는 쏟아지는 잠을 억눌렀다. 잠을 억누르는 건 생각을 억누르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쏟아지는 잠을 누르고 험담을 들으며 기다리기를 몇 분. 누군가가 벌레 씹은 얼굴로 리즈에게 면담이 허락됐다는 말을 건넸다. 그 표정을 본 척 만 척하며 리즈는 그 사람을 따라 신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입니다, 라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를 돌아 나갔다. 저 사람은 이제 성수로 눈과 입을 씻을 것이다. 그동안 그녀를 만났던 사람들이 대체로 그러했듯이.
 가볍게 문을 노크한 리즈는 허락이 떨어지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드넓은 방에는 사람을 모두 물렸는지 신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리즈는 그 사람을 향해 묵례했다.

 "안녕하세요, 클로드 유이 씨."
 "그래요, 안녕하세요. 좀 어떠셨나요?"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르는 것인지. 리즈는 헷갈렸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클로드 유이는 정중함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대임에도, 리즈는 정중함이 필요함에도 쌍방이 정중한 척 무례했다.

 "그냥 그랬죠. 다른 신전에서 공문이 온 것은 없나요?"
 "미스티쇼어에서 간다르바족의 형상을 한 타라카 족들이 소량 등장했다고 합니다."
 "그쪽은 우기일텐데도 활발하네요."

 리즈는 감흥 없는 얼굴로 감흥 없는 감상을 내놓았다. 차 한잔 내놓지 않은 손님 대접이었지만 그마저도 그러려니 했다. 사실 별 쓸데없는 잡담보단 쓰러져 자고 싶었다.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클로드 유이는 그녀에게 제안했다.

 "묵을 곳이 없으시면 신전은 어떠세요?"

 그 제안에 리즈는 멈칫했다가 다시 표정을 원래대로 돌려놨다.

 "아뇨, 이미 숙박할 곳을 잡아놔서요. 어차피 내일 바로 미스티쇼어로 떠나야 하고요. -그럼 이만 가볼게요, 자세한 내용은 추후 문서로 보내드리죠."

 아쉽네요, 그렇게 말하는 클로드 유이는 전혀 아쉽지 않은 얼굴이었다. 늘 그래왔듯, 정작 리즈에게 필요한 치료나 잠에 대한 제안은 없었다.







 새벽. 리즈는 꿈에서 유타를 보았다. 간만에 보는 유타였다. 마지막으로 꾼지가 한달쯤 됐나. 1년전만 해도 리즈는 꿈에서 유타가 나오면 진짜인줄 알고 좋아했다. 그러나 이제는 유타의 검은 머리만 봐도 꿈인걸 알았다.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가 나한테 웃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만날수 없는 건 아닐까. 사실 그 날의 이별 이후 리즈는 그를 만날수 있단 생각은 한번도 못해봤다. 바라기는 해봤지만 소원이라는 건 원래 체념을 베이스로 한 것이기 때문에. 결국 리즈의 마음 깊은 곳에선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밖은 어슴푸레했지만 리즈는 일어날 채비를 했다. 빗줄기가 상당히 약해진 지금, 미스티쇼어로 이동하기엔 적합한 날씨다. 꾸물거려서 빗줄기가 더 세졌다간 이쪽만 낭패였다.

 리즈는 시계를 체크했다. 밤 12시 45분쯤에 잠들었고, 현재 시간은 6시였다. 5시간만이라도 자본 게 언제였던가. 50시간이 넘는 동안 한숨도 못 잤던 날, 일주일동안 도합 열시간 미만으로 잤던 때도 비일비재했다. 잠을 자면 죽음이 자신을 삼킬것만 같아 병적으로 피해온 결과였다.

 딱딱한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어쩐지 현기증이 엄습해왔다. 힘들지도 않은데 입에선 더운 숨이 나왔다. 어제 비를 맞으며 수라를 잡고, 비를 맞으며 숙소를 헤매고, 또 비를 맞으며 신전에서 이곳으로 이동한 결과였다. 그래도 자기 전에 샤워를 했는데 감기에 걸릴 줄이야. 예상치 못한  감기에 리즈는 다소 인상을 찡그렸다.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였지만, 지금 비를 맞았다간 감기가 더 심해질 것이다.

 "어쩌지…, 아."

 동시에 엄습해오는 두통 때문에 리즈는 망토 안에서 약을 찾아 입에 털어 넣었다. 빈속에 먹는 약이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나마 이 약의 효능도 점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일반인이 구할수 있는 합법적 진통제는 이게 최고 단계랬는데. 이 이상으로 강한 진통제를 찾으려면 상위 랭커들 사이에서만 받을수 있는 진통제나, 불법적인 약밖에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두통의 원인이 신체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티 아슈윈스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도 함께 들었다.
 결국 이걸로 견뎌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완전히 안 듣는건 아니군. 리즈는 그리 중얼거리며 머리를 한번 감싸고서는 약통을 망토 안으로 아무렇게나 던졌다.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벗어둔 신발을 신고, 회귀의 검을 쥐고서 리즈는 서둘러 방을 나섰다. 리즈가 계단으로 내려오자, 꽤 많은 사람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한 얼굴을 모른 체 하며 리즈는 1층의 구석에 조용히 앉아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회귀의 검을 한손에 쥐고 식사를 깨작거리는 모습은 병적이기까지 했다.

 "오, 예쁜데?"

 그러한 리즈에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러한 사람도 참 오래간만이네, 아침부터 부지런하기도 하지 따위의 생각을 하며, 리즈는 접시에서 남자에게로 눈을 돌렸다. 리즈의 시선을 받은 남자는 순식간에 인상을 찡그렸다. 흡사 못볼것을 본듯한 표정이었는데, 남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 역시 똑같은 반응이었다. 이 역시 익숙한 반응이라 되려 신선한 느낌이었다.

 "뭐야, 기분 나쁘게."
 "야, 가자."

 퉤, 내뱉은 침이 발 주변에 떨어졌다. 얼굴에 안 내뱉은 걸 그나마 다행으로 알아야 할까? 리즈는 깨작거리던 아침 식사를 완전히 끝냈다. 철그렁,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도 울렸다. 반의 반도 먹지 못했지만, 어쩐지 속이 메슥거렸다.
 리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회귀의 검을 쥐고선 여관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본 여관 주인은 리즈가 밖으로 나가자 눈에 띄게 안도했다.







 린드할로우를 떠나 미스티쇼어로 가는 길은, 우선 중간에 아테라로 경유해야 하는 꽤 긴 길이었다. 리즈는 이 길의 시작부터 유독 발걸음이 무거운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녀는 길목 한가운데의 맨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았다.
 챵. 검을 고쳐 쥐면서 쇠와 살이 맞부딪는 소리, 고통이 삶을 잡아 삼키는 소리가 났다. 죽여왔던 수라들의 피가 발끝에 묵직하게 달라 붙는 기분에 리즈는 무심코 대지를 내려다 보았다. 모든 게 질린다. 찰나의 순간 든 생각에 리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그런 리즈의 곁에 누군가가 다가와서,

 "멍청하군. 왜 그리 몸을 축내지?"

 그는 그렇게 질문했다.
 칼날처럼 벼려진 날카로운 눈매, 아침의 햇살에 반짝이는 머리카락, 여성치고도 큰 리즈가 올려봐야 할만치 큰 키, 무거운 저음. 그임을 알려주는 모든 것. 리즈의 표정이 또다시 냉해졌다. 리즈는 고개도 올리지 않은 채로 귀찮다는듯 질문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또 뭐가 마음에 안 드셨기에."
 "네 멍청함이. 머저리인가? 그렇게 박해받고, 또 뭘 당하려고 이러는거지?"
 "이건, 당신이 원하신 일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나는 당신을 용서했는데. 원망이니 증오 같은건 스스로에게 의미를 잃어버린지 오래였다. 비록 필요에 의해서 한 용서고, 자의는 아니더라도 내 인생 최대의 원수일진데. 대체 이 사람은 나한테 뭘 원해서 자꾸 내 옆을 맴도는 걸까. 이름의 힘을 지키는 것? 그래서 이미 하고 있지 않나. 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걸까.
 리즈는 정말이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쿠베라를 쳐다봤다.

 "너는 그렇게 괜찮은건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걸까. 리즈는 혼란스러움을 삼키고 몇년전부터 입에 붙은 말을 다시금 내뱉었다.

 "괜찮습니다."

 정말로, 자신은 괜찮았다. 비록 그것이 자기 암시인지 아닌지는 확신할 수 없더라도.



사실 전투씬으로 리즈 구르는 거 보고 싶어서 씀...

갈수록 졸린게 티가 나는듯 헤헤

이렇게 굴렸지만 주연중에선 리즈가 최애..

 

ㅇㅏ

글고 중간에 못썼지만 리즈의 영웅적 행위가 드러나지 않는건 상위 랭커들의 은폐 때문이란 설정도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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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Christ
이타치 아버지같은 설정인건가
리즈가 너무 세서 무섭다
강한 여자...왜곡된...
2017-09-15 17: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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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개인적인 바람으론 원작 리즈는 더 강했으면 좋겠음
2017-09-15 17: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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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z
리즈의 강함은 리즈의 비참함에 비례하는군요
2017-09-15 22: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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