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게문학] KALEIDOSCOPE 프롤로그
K A L E I D O S C O P E
분홍빛의 유성우가 꼬리를 태우며 보랏빛의 하늘로 떨어졌다. 하얗게 점멸하는 별들이 쏟아질듯한 하늘 아래 혜성의 부스러기가 행성의 궤도로 진입했다.
들쑥날쑥 자라난 풀숲 위에 안착한 하얀 머리에 이국적인 장신구의 옷을 입은 여자는 대충 손을 털었다. 그녀의 뒤에 선 분홍빛의 장신의 남성은 뚫어지게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악마적으로 변형된 염소의 거대한 석상이 우뚝 선 채 외부의 침입자들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절대자의 동상을 만들어 이를 참배하는것은 숭배의 하나의 형태이긴 했다. 이곳이 아직 지적 생명체가 태어나지않은 행성이란게 아이러니하긴 했지만 말이다. 셰스는 이내 을씨년스러운 고목들이 가득한 숲속을 휙휙 둘러보았다.
「이곳이 바이라반이군요.」
"응. 그리고 네가 몇 달간 있을 곳이기도 하지."
이곳은 시초신 칼리가 킨나라족의 나스티카인 나칠레에게 직접 하사한 행성 '바이라반'이었다. 생명력 가득한 자연 환경과 세 달에 한 번 용암을 분출하는 거대한 화산이 특징인 곳으로 나칠레의 살육이 멈추는 순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가 이 행성에 와서 쉬고 있기 때문이라고 심심치않게 소문이 떠돌았다.
"나칠레의 주의를 돌려놓을수 있는 기간은 단 반 년뿐이니 일을 그르쳐선 안돼. 경고했던대로 절대 수라화를 해선 안되고, 밤 10시 이후론 철저히 몸을 숨기고 활동해야해."
「그리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물이 있는 곳으로 피해야하고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걱정 어린 눈빛으로 셰스를 바라보던 아이라바타는 후드티의 매무새를 정돈해주었다. 그는 이제부터 수라화를 하지도 못한 채,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미지의 행성을 샅샅이 뒤지며 종족의 사활을 건 임무를 완수해야만 했다. 그녀를 내려다보던 셰스는 나지막이 대꾸했다.
「비행을 못하는 저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자리를 비우면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 어서 돌아가보시는게 좋을것같습니다」
"그렇지.. 워낙 매사에 의심이 많은 작자이니. 그럼, 건투를 빌게 아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아이라바타는 하얗게 타오르며 손을 흔들었다. 아이라바타를 향해 예를 차리듯 잠시 고개를 숙였던 셰스는 기척이 사라지자 몸을 바로했다. 유성우가 폭발하듯이 쏟아져내리는 우주의 하늘, 그의 어머니가 그려내는 빛줄기의 궤적을 바라보던 셰스는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거대한 동상의 입구로 그는 한 발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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